■ 박봉균 교수(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작년 연말부터 최근까지 돼지가격의 지속적인 고공행진을 두고 양돈농가들은 여러 가지 감회가 있을 것으로 느껴진다. 한편에서는 축산식품안전성문제와 관련된 광우병, 가금인플루엔자 등 여러가지 외적인 상황으로 타축종의 축산물소비가 감소한 대신 돼지고기 소비증가로 보는가 하면, 지난 겨울 돼지유행성설사(PED)와 이름도 생소한 이유후전신성소모성증후군(일명 PMWS)으로 많은 자돈이 폐사하여 돼지의 출하가 크게 줄었기 때문에 그렇다는 분석도 있다. 어느 쪽도 크게 틀린 이야기는 아닌 것 같으나, 후자의 경우는 매년 예고되어온 겨울철 설사병과 호흡기질병의 문제가 아닌가? 돌이켜 보면 양돈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이루자고 1996년 6월 돼지콜레라 청정화계획을 수립한 후 2001년 12월 전격 단행하였던 돼지콜레라 백신접종중단을 2년도 지켜내지 못하고 작년 이맘때쯤 우리는 아픈 가슴을 쓸어내리며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 돼지콜레라 백신접종을 재개하였다. 아마도 그때는 백신접종의 재개가 가져올 문제점보다는 돼지콜레라라고 하는 질병의 이름값에 대한 두려움과 막강한 파괴력으로부터 피해를 줄여야 한다는 절박함이 더 앞섰을 런지도 모른다. 더 나아가 돼지콜레라 백신접종중단을 크게 우려하는 의견을 가졌던 분들의 한판승부로 끝나는 듯 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PMWS의 발생이 날로 증가하여 이유자돈의 폐사가 크게 증가하자 돼지콜레라백신접종문제가 물밑에서 이런저런 평가를 받게 되면서 소수의견이긴 하지만 살처분정책만으로 돼지콜레라문제에 대처했으면 어떠했을까 하는 의견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요즘은 세상살이 모든 것에 대세를 따르는 것이 일반적인 것으로 굳어져 가고 있긴 하지만 지금은 반대의 입장이 된 소수의 의견도 지나치게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 한 들어보고 참고하는 여유를 필요로 한다. 최근 들어 돼지콜레라 백신접종을 기피하고 있는 증거들이 포착되고 있는데, 올해 들어서도 벌써 2건의 돼지콜레라 발생이 있었고, 2월 기준으로 조사된 자돈의 돼지콜레라 항체 양성률은 지속적으로 떨어져 66.7%에 머물렀다. 2001년 12월 돼지콜레라 백신접종 중단을 이루기 위해 완벽에 가까운 백신접종을 2년여 시행하면서 백신의 효능을 대부분 농가들은 잘 느꼈을 것이다. 아직도 발생에서 분리된 바이러스가 2형 바이러스라고 하는 걸 보면 야외상황에서 병원성바이러스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아 완벽에 가까운 백신접종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1994년 캐나다에서 최초로 검색되어 전세계에서 발생하고 있는 PMWS는 돼지써코바이러스 2형감염을 기본으로 하여 주로 4~14주령의 이유자돈에서 체중감소, 쇠약, 호흡곤란, 설사, 황달 등을 보이며, 폐사율이 5~15%정도 되는 질병이다. 그 발생의 원인은 명확히 규명된 것은 아니나 호흡기관련 병원체의 복합감염이 일반적이며, 면역촉진제, 스트레스, 환경요인 등이 질병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교롭게도 이 질병의 보편적인 증상이 호흡기증상을 동반하기 때문에 발생양돈장에서는 호흡기질병관련 백신접종이나 처방, 치료에 집중하게 되는 것은 사실이고 40일령과 60일령 두 번에 걸쳐 필요로 하는 돼지콜레라 백신접종은 ‘오비이락’격으로 원인제공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또한 돼지콜레라 백신접종 재개 후 이 질병이 크게 증가한 것도 탓으로 돌릴 수 있는 빌미가 되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어디에도 PMWS에 돼지콜레라 바이러스가 관련되었다는 보고가 없었으며, 돼지콜레라백신제조에 사용되는 보호제는 면역증강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단지 백신의 동결건조상태를 일정하게 유지시켜 바이러스를 보호해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혹자는 어디 돼지콜레라가 아무 나라에서나 발생하여 쉽게 예단할 수 있는 문제냐고 의문을 제기하겠지만 연구자들의 의혹은 끝이 없고 필자 또한 오래 전부터 이런 의문을 가지지 않았던 게 아니다. 그러나 최근 스페인 연구자들의 결과는 이런 의문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어 필자의 의문 또한 상당부분 해소시켜주는 결과를 낳았다. 돼지콜레라의 문제는 살처분이나 백신접종 방법 이외에 가능한 접근법을 고려할 수 없으나 PMWS는 양돈장 관리시스템이 만들어내는 질병이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유도하는 돈사내 가스, 밀사, 온도조절 등 양돈장 관리에서 호흡기질병을 줄이는데 이용되는 관리방법을 잘 지켜나가면 어느 정도 대처가 가능하다. 백신도 없고 뾰족한 치료방법도 없이 피해가 크다는 사실에 너무 매달릴 이유는 없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