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 인해 소비가 늘어나든지 외적 변수에 의해 생산이 감소하면 산지시세가 폭등하고 반대의 경우에는 시세가 폭락하는 원시적인 사이클이 반복되면서 닭고기 업체 또한 본연의 기업 활동인 생산과 판매, 서비스보다는 시세에 울고 웃는 기형적인 구조를 갖추게 되었다. 이러한 가격 결정방식은 이미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내면서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업계에서 확산되고 있다. 2002년 중반 이전까지 지난 몇 년간 국내 닭고기 산업은 폭발적인 소비시장 확대에 힘입어 고성장, 고수익을 누렸다. 생산원가를 훨씬 웃도는 생계시세가 장기간 지속된 것은 물론이다. 당연히 업체마다 앞을 다투면서 생산능력을 키웠지만 그 결과는 공급과잉으로 인한 가격의 폭락이었다. 저가의 수입 닭고기가 밀려오고 상대적으로 소비증가가 주춤해진 상태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문제였다. 육계 계열화 사업 체제에서 이 같이 생계시세가 손익을 좌우하는 방식은 기업운영을 왜곡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좋은 품질의 제품을 적정한 가격에 공급하고 더 나은 서비스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이 제조업 운영의 기본원칙이다 하지만 생계시세의 하락이라는 발목에 잡혀 손익이 악화되고 품질, 영업은 물론 서비스마저 위축된 것이 업계의 현실이다. 닭고기 산업이 축산업인가 아니면 제조업인가에 대해서는 각각의 논리가 있을 것이다. 비슷한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우유는 닭고기와 비슷한 점이 많은 제품이다. 닭고기처럼 계열화가 된 산업은 아니지만 냉장 닭고기가 도계, 가공과정만 거쳐 공급되듯, 목장에서 원유(原乳)를 집유한 뒤에 공장에서 살균 등 간단한 처리만 거친 뒤에 시중에 판매된다. 닭고기와 마찬가지로 면세품이기도 하다. 하지만 닭고기와 근본적인 차이점은 우유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산지 원유시세가 아니라 공장도 가격이라는 합리적이고 표준화된 가격 결정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즉, 우유가공업은 목장에서 집유하는 과정까지는 축산업이 맞지만 가공, 판매하는 과정에서는 전형적인 제조업의 틀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이제 닭고기 산업도 생존의 차원에서 이 같은 구조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닭고기 산업이 제조업으로 거듭나는 것은 업체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그 필요성을 인식하고 접근해야 할 것이다. 즉, 원가개념을 산지 생계시세에서 도계육(屠鷄肉) 기준으로 바꾸면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점이다. 닭고기 업체는 안정된 원가구조를 바탕으로 경쟁 우위를 점하기 위해 품질과 서비스에 최선을 다할 것이며 그 혜택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이다. 뿐만 아니라 육계 계열화 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개인 양계업자들도 과거의 잘되면 큰돈, 안되면 파산이라는 식의 시세차익에 의존하는 투기성 사육에서 탈피하여 좋은 품질의 닭을 사육, 적정한 수익을 보장받는 선진화된 축산업으로 정착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무한경쟁 시대에서 모든 선택권은 소비자가 쥐고 있고 기업활동의 화두는 품질과 서비스가 되어야 한다. 국내 모든 기업이 같은 시스템으로 움직이고 있으니 그 안에서 경쟁력이 높은 일부 업체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논리도 WTO 체제에서는 해당되지 않는다. 현재 조류독감으로 인해 냉동 닭고기 수입이 잠정 중단된 상태지만, 시장이 완전 개방된 상황에서 시대에 뒤떨어진 시스템을 고집하는 것은 업계 전체의 공멸을 초래할 뿐이다. 아무리 오래된 관행이라도 더 이상 생계시세에 의한 닭고기 가격결정 구조는 축산농민과 소비자, 닭고기 업체 등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비약적으로 성장한 닭고기 산업이 그에 걸맞는 가격, 유통구조를 갖추고 품질로 수입산과 경쟁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빠른 시일 내에 갖추게 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