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먹거리산업이 갖는 의미

뉴스관리자 편집장 기자  2004.06.23 10:14:49

기사프린트

■ 한형석 회장(한국계육협회(주)마니커 대표이사)

단무지를 납품하는 한 중소기업의 비양심에서 발단이 된 불량만두, 일명 쓰레기 만두파동이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소비자들은 약속이나 한 듯 만두구매를 중단했고 매장에서도 냉동만두가 미운 오리새끼 취급을 받으며 구석으로 밀리다 못해 하나씩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일부 업체들의 비양심과 무사 안일한 OEM관리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겠지만, 먹거리에 대해 가혹할 정도로 냉정한 소비자들은 직접 만두를 빚어 파는 동네 분식점까지 외면하며 ‘만두’라는 이름에 대해 공동책임을 물어 죄없는 자영업자들까지 극심한 피해를 보고 있다.
결국 관련업체 경영자 한 사람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면서 이번 사태는 정점에 다다른 느낌이다.
한편으로는 지나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우리 국민이 먹거리에 대해 갖고 있는 관심과 애정, 그리고 높은 도덕적 기준 요구에 식품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으로서 다시 한번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매장에서 퇴출되는 냉동만두를 TV뉴스를 통해 지켜보며 안타까운 마음과 혹시 소비자들의 먹거리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어 냉동 닭고기 가공품 소비에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조금은 이기적인 생각까지 겹쳐 착잡한 심정으로 우리 먹거리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해볼 기회를 갖게 되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웰빙(Well Being)’열풍에서 알 수 있듯 소비자가 먹거리에 대해 요구하는 수준은 과거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높아져 있다.
먹거리가 먹고 살아야 하는 식량에서 먹으면서 즐기는 문화의 개념까지 더해지다 보니 이제 관련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열심히, 많이’ 만드는 것은 기본이고, 거기에 더해 ‘맛있게, 잘’ 만들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소비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소비자 권익이 향상되는 것은 분명 시대의 흐름이자 바람직한 현상이다.
하지만 식품업체를 경영하는 입장에서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먹거리의 질을 따지고 잘못된 점에 대해 가차없이 따지는 열의만큼 우리 먹거리에 대해 애정을 가져주었으면 하는 점이다..
이번 불량만두 파동에서 문제가 된 것처럼 일부의 비양심적인 업체에 대한 불신이 아무 죄없는 동네 분식점에 대한 응징으로 나타나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지난 겨울 닭고기 업계는 조류독감이라는 재난을 만나 산업 전체의 붕괴를 우려할 만큼 큰 피해를 입었다.
다행히 업계 종사자들의 필사적인 자구노력과 소비자, 정부, 언론의 도움으로 기사회생할 수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가장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일반 소비자들의 이웃이자 똑 같은 소비자인 동네 통닭집, 음식점, 그리고 양계농가였다.
조류독감이 일반 소비자에게 감염될 가능성이 없다는 사실을 열심히 홍보했지만 소비자들의 정서적인 불신을 해소하는데 두 달 이상을 소비해야 했다.
물론 과장보도로 불신을 유도했다가 닭고기 안심 캠페인으로 소비를 유도하며 국민과 닭고기 업계를 울리고 웃긴 언론의 역할이 컸지만 소비자들이 조금만 더 이성적이었다면 피해를 훨씬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조류독감 사태는 천재(天災)에 가까울 만큼 외부원인에 의한 것이어서 어쩔 도리가 없었다 하더라도 불량만두 파동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이제 먹거리를 취급하는 업체에서 이윤을 위해 소비자를 속이다가 불신을 사고 애꿎은 피해자를 양산하는 후진적인 모습은 더 이상 보이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소비자도 정직하게 기업활동에 매진하고 있는 대부분의 업체들과 극소수 비양심적인 업체들을 구분해서 선별적이고 현명하게 소비해야 할 것이다.
특정업체의 비양심에 대한 응징이 아무 죄없는 생계형 자영업자들에게까지 가해지는 것은 웰빙을 추구하는 높은 소비의식과 맞지 않는다.
이번 사태를 거울삼아 양심적인 기업활동과 현명한 소비활동이 어우러지는 우리 먹거리 문화가 조속히 정착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