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사회가 신뢰의 사회라는 것은 조금만 관심을 가져도 알 수 있다. 건국대학교 농축대학원 브랜드경영자과정생들의 이번 일본 북해도 축산연수 기간중에도 그것을 여러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육우고기나 수입 쇠고기가 한우로 둔갑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일본의 경우는 어떠냐고 질문을 하면 일본인들은 그런 질문 자체를 이해 못한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홀스타인과 화우의 F1 쇠고기의 예이다. 우리 같으면 유통과정에서 부정 유통을 한번쯤 의심하지만, 일본에서는 F1 쇠고기를 판매하는 사람이 속이지 않을 것이라고 굳게믿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신뢰의 사회에서도 광우병 발생이후에는 소비자들의 시각이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특히 HACCP인증을 받은 유업체의 우유를 먹고 식중독을 일으킨 사건은 축산물 안전성 강화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쇠고기든, 돼지고기든 해당 축산물이 어떻게 안전한지를 눈으로 볼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 소비자들의 요구였으며, 정부가 그 요구를 수용해 추진하고 있는 제도가 바로 소와 쇠고기 생산· 유통이력추적시스템 구축인 것이다. 이 추적시스템 도입에 주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오비히로(帶廣) 축산대학의 사사끼 이치오교수는 ‘식품안전과 쇠고기 생산·유통추적이력시스템’이라는 주제의 강의를 통해 “지난해 12월 1일부터 소 생산이력추적시스템을 도입한데 이어 오는 12월 1일부터 쇠고기 유통에 대한 추적이 가능하도록 제도화 된다”며, 이 제도의 도입으로 생산농가는 품질 차별화를 더욱 강화할 수 있고, 소비자는 안전성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추진상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정책의지로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사끼교수는 특히 “이 제도는 민간 자율적으로 추진하는 방법도 있고, 정부의 강제에 의해 추진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일본은 민간 자율에 맡겨서 제도가 정착되기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기 때문에 정부 강제에 의한 방법을 채택했다”고 강조했다. 송아지가 태어나면, 생년월일은 물론 성별, 종별, 부모 기록 등을 농림수산성 산하 가축개량센타에서 기록하게 되며 도축 이후에는 지육 정육이 모두 개별 번호가 부여돼 거래 내용등이 기록됨으로써 소비자가 원하면 언제든지 어느 지역 어떤 소의 고기임을 알 수 있게 한다는 것, 그것은 소비자 시대에 걸맞는 시스템으로서 아직 그런 제도를 도입하지 않은 우리로서는 그저 부러울 뿐이었다. 도까치 지역에서 화우 6백두를 사육하고 있는 닛신목장의 가츠유키오가사와라씨는 “쇠고기 생산·유통이력추적시스템 실시는 쇠고기 부정 유통을 없애고 화우고기를 차별화하는데 있어서도 매우 유효한 제도”라며 투명한 유통을 보장함으로써 소비자들로부터 쇠고기 안전성에 대한 신뢰를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또 ‘평화원(平和園)’이라는 쇠고기 불고기 체인점을 운영하고 있는 제일교포 김양기씨는 “쇠고기 추적 시스템 구축으로 일본 소비자들이 비로소 안심하고 쇠고기를 먹을 수 있게 됐다”고 말하고, 일본 정부의 이같은 발빠른 대응이 광우병 파동으로부터 더 이상 피해를 입지 않고 정상적인 영업을 할 수 있게 됐다며 이 제도에 대한 기대와 함께 환영의 뜻을 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