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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가격 합리적 생산비조사 전제돼야

뉴스관리자 편집장 기자  2004.06.29 15: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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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수 교수
충남대학교 농과대학

최근 우리의 낙농산업계에서는 원유가격의 인상여부에 대한 논란이 가장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원유의 공급자인 낙농가들은 사료를 포함한 원유생산에 필요한 각종 투입요소의 가격 상승에 따른 낙농가들의 경영압박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에 이 시점에서 하루라도 빨리 원유의 기준가격을 인상해야한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원유의 수요자인 유업체 등은 지난 4년 동안에 원유가격의 인하조정요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번도 조정되지 않았을 뿐더러 원유가격의 인상은 우유·유제품가격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으며, 유제품가격의 인상은 가뜩이나 침체되어있는 우유·유제품시장에 또 한번 충격을 줄 것이 뻔하기 때문에 오히려 재고증가로 인한 낙농산업 전체가 더욱 어려워 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어느 경우라도 낙농가가 경영압박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손해를 보면서 원유를 생산할 수는 없는 일이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농가경영여건이 극도로 어렵고 원유가격을 인상해야하는 불가피한 사정이 입증된다면, 낙농산업관련자들은 이를 적극적으로 검토하여 원유와 우유·유제품가격을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하고, 그러한 불가피한 사정을 소비자에게 알리고 소비자의 이해를 구하는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원유를 제외한 모든 농축산물의 가격은 시장수급에 따라 완전경쟁시장에서 가격이 결정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원유는 그 상품적 특성으로 인해 가격결정을 시장수급에 맡기기가 어렵기 때문에, 낙농진흥회가 낙농가의 원유생산비와 원유수요자의 유제품생산원가 등을 참작하여 구입가격을 결정토록 낙농진흥법에 규정하고 있다.
이에 근거하여 낙농진흥회는 원유의 구입가격을 농림부(현재는 국립 농산물품질관리원이 조사·발표하고 있음. 이하 ‘농관원’이라함)가 조사한 낙농가의 원유 단위(1ℓ)당 생산비를 기준으로 하여 산정하고, 원유가격의 조정은 농관원이 조사한 원유생산비의 증감률이 기준가격의 100분의 5이상일 때 실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조정당시의 경제여건 등을 감안하여 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산정된 낙농진흥회의 원유가격을 일반 유업체에서도 자기들이 구입하는 원유가격으로 사실상 적용하게 된다.
따라서 농관원이 조사한 원유생산비는 원유가격의 결정과 조정에 있어서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그런데 문제는 낙농가들이 농관원이 조사한 생산비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불신의 문제는 어제와 오늘의 일이 아니다.
과거 4년(99-03년)동안에도 농관원에서 조사·발표한 생산비가 매년 당시 원유기준가격(502원/㎏)의 100분의 5이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농관원의 조사·발표자료에 대한 낙농가들의 불만 등으로 인해 낙농진흥회는 단 한번도 가격조정을 실시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정부나 진흥회차원에서 이에 대한 특별한 개선대책 등도 전혀 강구하지 않았다. 원유의 수급문제에만 매달리며 유야무야하다가 또 큰 일을 맞은 것이다.
원유의 단위당 생산비는 낙농경영에 있어서 "일정기간 동안에 주 생산물인 원유의 생산에 투입된 타급 및 자급의 제반 요소에 대한 비용의 합계액을 그 기간에 생산된 원유의 총 생산량으로 나눈 값"이다. 그런데 이 같은 원유생산비를 정확히 산출하는 일이 쉽지 않다. 여타 농축산경영과는 달리 낙농경영이 갖는 특수성 때문이다.
즉, 낙농경영은 첫째, 젖소의 경제적 기능이 연령이나 사육목적 등에 따라 다르며, 동일 경영 내에 각기 기능이 다른 개체가 함께 사육되고 있다. 동일경영 내에 우유를 생산하는 착유우(cows)뿐 아니라 송아지(calves), 육성우(heifers) 및 노폐우(cull cows)가 함께 사육되고 있음에도 원유생산비의 계산대상은 원유를 생산하는 착유우로 한정된다. 둘째, 젖소의 비유기간(lactation period)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그 주기도 일정치 않다. 일반 농산물의 경우 생산기간 및 수확기가 계절적으로 고정되어 있는데 비해 젖소의 비유기간은 그렇지 않다. 그 같은 이유로 인해 생산비계산기간을 정확하게 설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셋째, 생산자원인 착유우는 특수한 성질을 지니고 있다. 기계, 기구 및 건물 등과 같은 무생자본재(dead stock)는 처음부터 고정자본재의 성격을 지닌다. 그러나 젖소는 유생자본재(live stock)로서 처음부터 고정자본의 성격을 지니는 것이 아니고, 처음에는 노동대상으로 존재하다가 일정 기간의 육성과정을 거쳐 착유가 시작되면서 고정자본재로 이행되며, 그 때부터 감가상각이 시작된다.
넷째, 젖소는 품종, 사육조건, 연령, 산차 및 계절 등에 따라 산유능력에 차이가 있다. 그런데 젖소의 산유량은 원유의 단위생산비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섯째, 젖소는 우유 이외에 송아지나 구비 등과 같은 부산물을 결합적으로 생산하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평가방법 여하가 생산비산출에 영향을 미친다. 부산물인 구비는 처리방법에 따라 비용이 될 수도 있고, 이를 자가이용 또는 판매할 경우에는 수입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그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요구된다
위와 같은 낙농경영의 특수성 때문에 원유의 생산비조사는 조사기간 및 조사범위의 설정, 자가노동을 포함한 자급생산요소에 대한 평가방법과 평가기준 여하 등에 따라 그 결과가 크게 다를 수 있다.
따라서 생산비조사를 위해서는 일정한 약속과 기준의 설정이 필요하며, 그 같은 약속과 기준은 현실적이어야 하며, 객관성과 합리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더욱이 생산비조사결과가 가격결정의 기초자료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조사에 필요한 그 같은 약속과 기준설정에 대한 생산자를 포함한 이해당사자들의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합리적인 원유가격의 산정과 조정은 합리적인 생산비조사결과가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국립 농관원이 발표한 원유의 생산비조사결과에 대해 낙농가를 포함한 이해당사자들이 불신과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중요한 이유도 농관원의 원유생산비에 대한 조사과정 및 방법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진흥회는 원유공급자인 낙농가와 원유수요자인 유업체, 그리고 정부(농관원과 진흥회 포함)관계자, 전문가 등이 함께 참여하는 생산비조사위원회(가칭)를 조속히 구성하고, 동 위원회를 통해 합리적인 원유생산비조사를 위한 현실적이고 객관적인 약속과 기준, 조사방법 등을 규정할 수 있는 우유생산비 종합 지침서(handbook)를 만들 필요가 있다. 단기적으로는 동 위원회에서 현재 낙농가들이 요구하고 있는 원유생산비조정문제도 조속히 검토·결정하는 방안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다. 주저하거나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그러나 어느 경우라도 생산비조사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절차는 낙농가들이 경영일지를 정확히 기록하는 일임도 잊어서는 아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