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정 주 교수 건국대학교 ■ 김정주교수 약력 -건국대 농학박사(축산경영학) -건국대 자연과학대학장 역임 -한국축산경영학회장 역임 -한국협동조합학회장 역임 -한국가금학회 상임이사 한국의 양계관계자들이 미국 육계산업 관련자들을 만나면 가장 빈번하게 질문하는 것이 미국 육계산업에서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하는가 하는 점이다. 십중팔구 미국 정부가 미국 육계생산 농민에게 아무 것도 해주는 것이 없다는 대답이다. 닭 값이 오르거나 내리면 농림성 관련부처가 나서서 수매를 하거나 닭고기 수입육을 확대하도록 하는 조치를 할 것을 기대하거나 미국에도 우리나라와 같이 양계수급 조절위원회와 같은 기구가 있을 것을 기대하고 묻는 질문일 것이다. 여기에 대한 대답은 천편일률적이다. 미국은 정부가 직접 나서서 시장에 개입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 미국 스스로 시장경제체제에 충실하게 따르는 모범을 보임으로써 자유무역을 통한 인류의 복지 증진을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하여 실현시키겠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조금만 자세히 내용을 들여다 보면 사정이 상당히 다름을 알 수 있다. 미국은 농림성의 구매사업(Procurement)을 통하여 가금육 프로그램, 과일 및 채소 프로그램, 축산 및 종자 프로그램 등의 수단을 통하여 농산물 생산이 집중되는 시기나 소비가 정체되는 시기에 정부가 농산물 구매에 나섬으로써 가격하락을 방지하여 산업을 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농업법 32조에 의하여 농림성이 구매사업을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1935년부터 경제 공황으로 농산물 가격이 하락하는 것을 막고 가난한 사람들을 먹여 살리기 위한 목적의 일환으로 시작한 농림성 상품 구매사업 을 추진해 왔다. 이 정책은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는데, 정부가 잉여농산물을 처분해 줌으로서 농산물의 가격하락을 방지할 수 있도록 매년 일정의 예산(관세수입의 30%)을 농림성에 반드시 배정하도록 법 32조에 명시하고 있다. (2001년에는 10억불(1조 2000억원) 배정) 이 자금으로 농무성은 농업법 32조에 따라 가금육과 계란, 식육, 생선, 가공야채 및 채소를 구매함으로서 해당 품목에 대한 가격이 안정되어 농민생산자, 가공업자를 간접으로 도와주고 값싸고 건강한 식품을 학생들에게 공급하는 스쿨 런치 프로그램(학교급식)을 지원함으로써 청소년 시절부터 바른 식 습관을 기르도록, 특히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자부심을 갖도록 지도하고 있다. 그 밖에도 연방정부 식품 및 영양 프로그램(Food and Nutrition Service)의 일환으로 농림성 산하에 있는 농업 마케팅 서비스(AMS)는 앞서 말한 가금육 등 농산물을 정부가 직접 구매하여 독거노인, 인디안, 극빈가정, 집 없는 사람들(Homeless)에게 무료로 나눠 주고 있다. 2003년 가금 산물에 대한 미국정부의 구매사업 실적을 보면 닭고기 8천9백60만달러, 칠면조고기 6천3백80만달러, 계란 1천30만달러, 그리고 폐계 3천1백70만원 도합 1억9천5백40만달러(약 2천3백40억원)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 양계산업은 그동안 독자적으로 꾸준히 성장 발전해 왔다. 이처럼 양계농가는 농업의 선두주자들이었고 양계산업이 스스로 잘해 오다보니 그만큼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결국 그동안 미국에서 처럼 가격하락을 막기 위하여 정부가 나서서 양계산물 가격지지정책이라는 것을 실시해 본 적이 없었다. 다만, 최근에 들어 가금수급조정위원회가 생겨나 축발기금으로 부터 종자돈을 받아 그 과실로 양계산물의 소비촉진 사업을 일부 추진하고는 있으나 육계, 산란계, 오리까지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실정으로 그 정도 가지고는 없는 것 보다는 낫겠지만 조족지혈(鳥足之血)이다. 우리나라에서 정부가 나서서 가격을 지지해 주는 대표적인 정책이 추곡수매제도이다. 추곡수매제도는 그 가격을 국회에서 결정할 정도로 정치권의 지대한 관심거리이다. 그러나 그나마 추진해오던 추곡수매제도도 금명간에 없어질 운명에 처해 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추곡수매와 같은 가격지지 프로그램은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이를 점진적으로 폐지하도록 압력을 넣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를 대신할 수 있는 공공비축제라든가 직접지불제 등 대안을 강구하고 있다. 그런데 세계무역기구(WTO)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정부구매사업은 아무 문제가 없고 한국이 추곡수매제도를 계속 실시하는 일이나, 한국양계산업을 위하여 정부가 미국의 구매사업같은 것을 실시하는 것은 안된다고 한다면 납득할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다. 이는 마치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억지처럼 들릴 것이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농산물 가격지지정책이라는 말만 나와도 WTO 규정을 들먹이면서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WTO 국내 충성파들은 미국의 정부 구매사업을 어떻게 설명하려는지 묻고 싶다. 우리의 양계산업은 지난해 연말 터진 가금인플루엔자 파동으로 파산직전까지 갔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났지만 언제 어디서 어떤 형태의 사고가 또다시 터질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불안한 상황이다. 양계농가도 일반 경종 농가와 하등 다를 바 없는 농민이다. 전 재산을 하루아침에 날린 양계농가가 재기할 수 있도록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할 것이다. 물론 양계농가의 자구책이 우선되어야 할 것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