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김대중 대통령이 한갑수 농림부장관으로부터 금년도 주요업무를 보고 받는 자리에서 오간 토의 내용을 요약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대통령=정부는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부채대책을 추지해 왔다. 농가의 경영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보다 근원적인 대책 방안은? △안종운 기획관리실장=부채대책을 통해 부채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농민들이 언젠가는 이를 갚아야 한다. 때문에 농가소득을 증대시켜 농민들의 여력을 키우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이다. 첫째, 농업소득을 올리기 위해 계약재배를 통해 가격을 보장하고 적정물량의 생산을 유도하는 한편 제값 받기를 확산시켜 소득을 안정시키도록 하겠다. 둘째, 직접지불제를 통해 소득보장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셋째, 농외소득을 확충하는 방안을 집중적으로 개발하겠다. 농업이 투자산업으로 변모하면서 농민들의 금융비용이 많이 들고 있다. 상호금융 49조원 중 농민들이 27조원을 빌려쓰고 있다. 그러나 상호금융 금리가 11.5%에 달해 농민들이 고금리 부담을 안고 있다. 이 금리를 낮춰 부담을 덜어주도록 하겠다. 상호금융을 개혁하기 위해 부실기업을 정리하고 경영정상화를 이룩해 궁극적으로 일반 은행수준으로 금리가 낮아지도록 추진하겠다. □대통령=광우병 문제로 소비자들이 매우 긴장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정부의 광우병 대처 노력을 어느정도 신뢰하고 있으며, 문제점은 무엇인가.? △김천주 소비자단체보호협의회장=식당을 조사해보니 소비자들이 쇠고기를 먹지 않고 있다. 소에게 음식물 찌꺼기로 만든 사료를 먹인다는 사실을 최소한 소비자단체에게라도 미리 알려줬어야 한다. □대통령=지난해 농산물 가격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아 생산농가가 어려움을 겪었다. 현행 수급관리제도에 허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수급관리제도의 취약점은 무엇이며 앞으로의 개선점은? △소만호 농산물유통국장=그동안 제도는 갖췄으나 현장에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또 유통관측의 실효성이 적었다. 농업관측 결과를 따르는 지역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주도록 하겠다. 현재 생산자단체가 전국적으로 조직화되어 있지 않으므로 올해는 조직을 강화하겠다. □대통령=농축산물 가격안정을 위해서는 생산자조직을 중심으로 한 자율적인 생산조절이나 수요개발노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생산농민 입장에서 좋은 의견이 있으면 말해 달라. △고송자 전국여성농민회 총연합회장=출하량을 생산자조직이 조절하기는 매우 어렵다. 정부가 부채탕감을 해주더라도 농산물을 제값을 받지 못하면 농민들에게는 혜택이 돌아갈 수 없다. □대통령=생명산업이 21세기 유망산업으로 등장하고 있다. 전통적인 농업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농업생명공학에 대한 연구개발이 활발해 지고 있는데 선진국과 비교해 어느 정도 수준이며 앞으로의 발전전략은? △이은종 농촌진흥청장=유전자 재조합에 의한 품종개발, 기능성 실용화 연구는 선진국 수준에 도달해 있다. 그러나 유전체 분석 등 원천기술은 초보단계에 불과하다. 앞으로 농진청을 생명공학의 전진기지로 만들겠다. □대통령=동물 체세포 복제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데 한우복제의 성공확률과 안전성은? △황우석 서울대교수=생명체 복제기술은 세계 최선도국이다. 그러나 안전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돼 연구를 하고 있으며 내년부터 실용화되도록 하겠다. 축산농가가 구제역에 이은 광우병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에 이같은 연구를 통해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겠다. 그동안 시만들의 지지와 이해를 얻는 것을 소홀히 했지만 앞으로 이런 연구는 시민들의 지지와 이해속에 진행되도록 노력하겠다. 대형 프로젝트에는 소비자단체, 생명윤리 학자 등이 참여토록 하겠다. □대통령=생명산업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이 되어야 우리 경제가 발전할 수 있다. 동물 체세포 복제분야에서 세게적인 기술을 개발했다는 말을 들으니 기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지난해 7월 농협과 축협이 통합됐는데 외형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질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 앞으로의 개혁과제는? △정대근 농협중앙회장=1384개 조합 가운데 축협은 82개, 인삼조합은 12개 조합이 적자를 기록했다. 축협은 2687억원, 인삼조합은 943억원의 적자를 각각 기록했다. 특별대책반을 구성해 일선조합이 자립할 수 있도록 조사 지원하겠다. 공적자금을 지원해 주면 적자조합을 통합하거나 파산시켜 농민을 위하는 조합으로 육성하겠다. □대통령=농축업의 과학화, 정보화가 21세기에는 중요하다. 현재 농축업의 과학화, 정보화 진척수준은 어느 정도 되는가.? △한갑수 농림부장관=우리나라의 PC 보급률을 보면 도시지역이 50%인데 반해 농촌지역은 24%이다. 농촌에 초고속통신망이 적게 깔려 있어 정보통신부 등과 협력해 확대하도록 집중적으로 노력하겠다. 전자직거래는 99년 0.5% 수준에서 내년까지 5%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전자직거래가 되면 농민들이 제값을 받고 농산물을 팔 수 있고 농가소득을 증대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농업방송을 할 수 있도록 방송위와 협의하고 있다. 농업기술은 품질개량 측면에서 선진국 수준이지만 소 사육을 보면 일본의 화우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일본에 기술진을 보내 20일동안 화우의 사육, 경영비법을 배우도록 했으므로 한우사육에 활용토록 하겠다. 김영란 yrkim@chuksan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