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매출순위 수위를 달리고 있는 유력 사료업체의 영업부서 간부 B씨. 사료영업경력만 10년을 넘긴 베테랑 B씨는 내집 안방드나들 듯 찾아다녔던 곳이건만 요즘은 양돈장으로 내딛는 발걸음이 무겁기만 하다. “아예 대화가 되질 않아요. 고객들 가운데 상당수가 농장 보다는 땅값에 더 관심이 많기 때문이죠. 언제 그만둘지 모르는 마당에 굳이 큰 관심을 둘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B씨도 처음에는 이들속에서 '왕따' 취급만은 면하고자 의도치 않게 '부동산 전문가'를 자처하기도 했지만 그것도 하루이틀이었다. 그는 “이제는 지쳤습니다. 찾아갔다가도 땅 이야기만 나오면 인사만 나눈채 바로 자리를 뜹니다. 그시간에 다른농장 한곳이라도 더 가보는 게 이익”이라며 쓴웃음을 짓는다. 이같은 현상은 B씨가 관리하고 있는 충남 일원이 수도이전지로 지목되면서 표면화 됐다. 지난해까지 불황이 지속되면서 양돈포기를 검토하는 농가들이 조금씩 늘어나기는 했지만 속내를 좀처럼 드러내지는 않았다. 하지만 요즘은 농장주들에 있어서 ‘양돈장 매각’이라는 말은 더 이상 감출 사안이 아니다. 또 그 추세도 확산되는 등 얼마전까지와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역시 충남권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한 동물약품 회사 직원은 "양돈밀집지역으로서 도청 이전설이 나돌고 있는 홍성에 가보면 이러한 추세를 실감할수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이곳 뿐 만 아니라 대규모 아파트건립이 추진되고 있는 경기도 평택이나 용인지역도 정도의 차이는 있을 뿐 사정은 마찬가지라는게 관련인들의 분석이다. 주목할 것은 이같은 현상이 부동산 가격과 연계된 특정지역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업계관계자들은 "최근 고공비행을 지속하고 있는 돈가가 양돈인들의 마음을 뒤흔드는 또하나의 요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양돈경기가 좋을 때 보다 좋은 조건으로 팔수 있고 매수자도 많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농장주가 힘든 농장일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높은 연령이거나 채무가 과중한 양돈장을 중심으로 특히 두드러지고 있다는게 주위의 시각이다. 충남 논산에서 비육돈 농장을 운영하는 한 양돈농가는 “주위의 한 농장은 불황이 한참일 당시엔 농장을 모두 처분한다고 해도 채무를 다 청산할수 없다며 매각을 포기하기도 했다”며 “그러나 얼마전부터는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받아 채무를 어느정도 해결할수 있다는 기대감에 농장매각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다만 올들어 증가하고는 있으나 양돈장의 매각이 실제로 이뤄지는 경우는 아직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지역 양돈인들은 이와관련 “양돈을 그만두려는 생각은 있지만 매각 시기 선정에 부심, 아직까지 관망적인 농가들이 많은 것 같다”고 전제, “상당수는 확실히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도 한이유인 것 같다”고 풀이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농장들은 아예 사육중인 돼지를 모두 처분한 뒤 농장을 임대하거나 이를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농가들도 점차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현상에 대해 “무엇보다 양돈산업에 대한 비전자체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 양돈업계에서는 최근의 높은 돈가가 출하량 감소의 요인이 큰데다 주춤하고 있는 돼지고기 수입이 정상화 될 경우 언제라도 가격하락이 이어질지 모르는 반면 연이은 사료가격 인상 등 원자재가격 급등으로 생산비도 크게 오르면서 예년 가격에서 안정된다고 해도 상시적자경영 체제가 구축될수 도 있다는 불안감이 팽배해 지고 있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풀기힘든 골칫거리인 축분뇨에 대한 뚜렷한 대책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환경규제는 더욱 강화되고 내년부터는 냄새까지 규제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으로 양돈업 지속에 대한 부정적 시각과 우려가 쉽게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업계의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현상으로 인해 높은 돈가에도 불구하고 올하반기 역시 돼지사육두수가 생각보다는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물론 양돈농가의 정예화가 추진되고 있는 현실에 어차피 경쟁력이 떨어지거나 의지가 부족한 농장이 도태되는 구조조정의 한 흐름인 만큼 크게 우려할 현상이 아니라는 시각도 적지않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양돈산업에 대한 불투명한 전망이 그 요인이 됐다는데는 이들 역시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비관적 산업전망에 따른 농장관리 소홀추세가 확산, 자칫 질병다발로 이어질 경우 타 양돈농가들에게 까지 엄청난 피해를 줄 가능성도 배제치 못한다는 점에서 결코 바람직한 추세로는 볼수 없다는게 중론이다. 이에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다 정부를 비롯한 범업계 차원에서 확실한 의지와 대책으로 향후 비전을 제시하고 농가들은 보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농장경영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문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