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수 의원-열린우리, 비례대표 ▲의원님의 농업관은 무엇인지요. - 제 자신이 농민이었기 때문에 그저 농민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꾸고 있습니다. ‘사람답게 살겠다’고 희망할 정도로 우리 농민들의 삶은 벼랑 끝에 와 있습니다. 농업이 무너지면 세상의 중심이 무너지는 셈입니다.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인정하는 것은 급속도로 붕괴되고 있는 인간사 공동체를 회복하는 길이라고 믿습니다. ▲올해는 그 어느해 보다 풀어야 할 과제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 만큼 의원님들께서 챙겨야 할 부분도 적지 않아 보입니다. 올 정기국회에서 중점적으로 다룰 부분은 무엇인지요. -결국은 법과 제도의 문제이고, 이에 따른 예산을 얼마나 확보해 효율적으로 썼느냐를 연구하고 분석하는 곳이 국회입니다. 또한 정책 현안을 분석해 대안을 제시해내고, 새로운 정책 과제를 연구하는 것이 국회의원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따라서 경쟁적 입법화나 정책대결은 안 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국회에 들어와 가장 먼저 손을 댄 것이 ‘농업·농촌기본법’인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농민을 위해 가장 중요한 법안부터 정리해야 정책도 있고, 대안도 있기 때문입니다. 법과 제도가 바로 선 상태에서 정책적 대안을 제시해나갈 것이며, 궁극적으로 농민의 소득이 보전되는 방향에서 기본입장을 지켜낼 생각입니다. 이번 국감은 이러한 입장을 재확인하는 차원으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농업·농촌 문제에 대해 정부가 인식의 근본 틀을 바꾸고 이를 변화시켜나갈 수 있는 계기를 이번 국감에서 마련할 것입니다. ▲특히 축산분야에는 최근들어 축산식품 가공업무 이관 문제를 놓고 소모적인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실 선진국의 예를 보더라도 축산식품 관리는 생산부서가 담당하는게 추세입니다. 이에 대한 견해도 좀 한 말씀 해 주시지요. -사실 이 문제는 1998년 오랜 논란 끝에 식약청에서 넘겨받아 농림부에서 지금까지 잘 해오고 있던 일입니다. 그런데 만두 파동을 겪으면서 갑자기 정부가 식품안전 관리체계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농림부가 관리업무를 맡았던 축산식품에 대해 보건복지부 산하 식약청으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비롯됐습니다. 독일 등 선진국들은 대부분 생산부서가 사육·도축·가공·유통 등에 이르기까지 업무를 일관되게 맡고, 안정성 평가와 기준 설정 담당기관은 분리함으로써 식품관리업무를 견제토록 하고 있습니다. 유일하게 일본만 우리처럼 농식품은 후생성, 축산식품은 농수성이 각각 맡고 있습니다. 소비자단체의 입장도 축산식품은 농림부가 농장에서부터 소비자 식탁에 오를 때까지 일관성 있게 관리해야 안정성이 담보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만두 파동에서 보듯이 우리나라 식약청은 현재도 식품 감독 업무를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에 못지 않게 음식점에서의 원산지 표시도 반드시 시행되어야 할 제도입니다. 그럼에도 타부처에서는 통상마찰 운운하며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도 견해를 말씀해 주시지요. -우리 농산물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원산지 표시제에 대한 원칙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국내에서 김치를 제조 판매하면서 중국산 배추(89%)에 중국산 대파와 고추를 사용하여 만든 포기김치의 포장 전면에 ‘국산김치’로 표시하고 뒷면에만 소비자가 잘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배추 원산지 중국’으로 표시한 제조업자를 적발하여 ‘농산물품질관리법 제17조 제1호’에 따라 ‘원산지 혼동의 우려’를 이유로 기소하였으나, 법원이 무혐의로 처리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법원은 ‘대외무역법 시행령 제55조(수출입 물품의 원산지 판정)’에 나와 있는 ‘국제 무역질서 확립’을 이유로 들어 무혐의 처리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수출입 물품이 아닌 국내 유통품에 대외무역법을 적용하기가 곤란하다는 정부의 입장에 동의합니다. 국내 유통품에는 ‘농산물품질관리법 시행령 제25조’를 적용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시행령에는 ‘수입농산물 등을 국내에서 가공한 가공품의 원산지는 그 가공품 등에 제공된 수입농산물 또는 수입가공품 등의 원산지로 본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이를 적용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또한 ‘농산물품질관리법 제17조 제1호’의 경우 원산지를 혼동하게 할 우려가 있는 표시는 금지하도록 규정되어 있는데도 법원이 이를 적용하지 않은 것도 문제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법원조차 혼돈을 겪을 만큼 원산지 표시제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협동조합개혁 방향에 대해서도 평소 소신을 들려주세요. -결국 농협 개혁은 농민의 입장에서 바라보면서 농업·농촌 개혁의 한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제도 몇 가지를 고친다고 해서 ‘농민의 삶’이 더 나아질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있습니다. ‘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협동조합 본래 취지까지 퇴색시키려는 움직임은 장기적으로 ‘농민의 권익’을 희생시킬 수도 있고, 이는 나아가 ‘농민의 농협’에서 벗어날 우려까지 있습니다. 혹자는 ‘시대 변화에 맞는 농협 개혁’을 주장하며 ‘농민의 농협’이 아니라, ‘국민의 농협’으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농협의 ‘은행화’가 가속화될 수 있고, 신·경 분리 이후 경제사업 활성화의 이면에 또 다른 복병이 도사릴 수 있다는 판단을 해야 합니다. 우리가 몰라서 그동안 농민의 권리를 빼앗겼다고 보지 않습니다. 알면서도 눈 뜨고 당해왔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따라서 보다 심도 있고 종합적인 ‘농협 개혁 작업’의 과정이 필요하고, 제도 개혁뿐만 아니라 ‘농협 시스템의 완전한 개혁’에 대해서도 충분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기타 전국 농축산인들에게 꼭 당부하거나 하시고 싶은 말씀도. -모두가 힘든 시기입니다.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도 때론 난감할 때가 솔직히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희망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국회의원이라는 직함이, 내 일상의 안일을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농민을 위한 최적의 대책을 내놓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늘 내 뒤에는 농민들이 든든하게 있습니다. 여러분들에게도 부족한 제가 든든한 배경이 되고, ‘작은 희망’이라도 될 수 있다면 이미 반은 시작된 셈입니다. 김영란 yrkim@chuksan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