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구제역, 돼지콜레라 발생과 함께 찾아든 동물약품 업계의 불황은 좀처럼 바닥을 치지 못하고 장기화로 빠져들고 있다. 그 동안의 침체가 악성전염병의 발생과 연관성이 깊다고 보면 구제역이나 조류인플루엔자 같은 악성 전염병의 발생여부가 불황 탈출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양돈이나 양계산업의 경기가 나쁘지 않고 사료산업의 사정도 그리 어렵지 않은데도 동약산업이 이처럼 불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혹자들은 국민경제의 침체나 수입축산물로 인한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동약업계의 침체 원인은 불가분 도래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구조적인 문제로 이해하는 것이 불황의 원인을 찾고 대안을 마련하는데 척도가 될 것이라고 본다. □신형철 상무(한국동물약품협회) ■ 국내 제조업체 10년 동안 17% 성장에 그쳐 내수시장의 한계점에 도달 94년 매출을 기준으로 2004년 매출 성장률을 보면 국내 제조업체의 내수 매출액은 17%이고 수입 완제품의 경우 245%의 높은 신장을 보여 전체적으로 10년 동안 44%가 성장됐다. 2000년도를 기점으로 성장률이 급격하게 둔화되고 있으며 특히 2004년의 경우 전년 대비 5% 정도의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품목별로는 비타민·아미노산·미량 광물질제제를 주로 한 주문용배합사료첨가제의 경우 94년도의 500억원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동물약품 중 최악의 상황이다. 이는 사료업체의 직접구매와 사료공장의 원가절감 차원에서 시도된 인터넷 입찰 등으로 매출이 크게 감소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 품목은 외형유지를 하거나 배합사료공장과의 영업에 있어 끼워팔기식 제품으로 전락된 지 오래다. 90년대 초부터 수입 백신이 양계·양돈분야에 진출하면서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기 시작하더니 2004년의 경우 전체 백신 시장 중 65%를 수입백신이 점유하여 국내 백신의 매출을 훨씬 뛰어 넘고 있다. ■ 항생제 규제 강화와 수입 백신의 급성장 등으로 난항 예상 전업시대를 열었던 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동물약품산업은 비타민 등을 주로 한 영양사료첨가제와 성장촉진이나 사료효율 개선을 위한 항생·항균첨가제, 전문 의약품 분야인 주사제나 백신 등이 주류를 이루며 지속적인 성장을 해왔다. 하지만 비타민·아미노산·미량광물질 등의 시장이 양분되며 대단위로 첨가되는 주문용 배합사료첨가제들은 배합사료공장에서 직접 구매하는 이탈현상이 생겨났다. 또한, 동물약품으로 취급되어야 하는 생균제·비타민액제·영양제 등도 보조사료로 버젓이 등록되어 유통됨으로써 매출감소가 심화되고 있다. 특히 동물약품 전체 매출의 60∼70%를 차지하며 주요품목으로 여겨왔던 항생·항균 사료첨가제 시장이 유럽지역의 사용금지 추세와 소비자들의 요구에 의하여 지속적으로 규제될 전망이어서 시장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전문 의약품 영역인 주사제나 백신 분야에는 다국적기업의 현지 법인화를 계기로 수입품의 국내시장 잠식이 거세게 이루어지고 있어 국내업체들의 시장이 축소되고 있다. 또한 85년 이후 다국적기업이나 국내 대기업의 진출을 막을 수 있는 명분을 제공했던 ‘중소기업고유업종’이 2005년 12월부로 해제가 예고되어 일부 국내 대기업들이 동약산업에 진출할 경우 기존 업체들의 시장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불황의 원인을 분석하고 극복을 위한 대안을 찾아라 동물약품 업계의 장기적인 불황의 원인으로는 시대적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점, 의약품 제조업체로서 인적·물적 투자에 소홀했다는 점, 사료공장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았고 독보적인 전문 의약품 개발이 미약했던 점, 내수시장의 한계를 대처할 수 있는 노력이 부족했던 점, 외형위주의 성장에 집착했던 점 그리고 동물약품 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부재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 시대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예측·대비하자 1만불 시대에 살면서 2만불 시대의 요구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어찌하든 국민들이 항생제를 사용한 축산물을 기피할 경우 이에 따라야 할 것이고 이에 부흥하는 약품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 저 비용으로 최대의 이익을 이루는 것이 경제원칙이지만 기업을 하거나 생산활동을 함에 있어 치러야하는 적정비용은 지불해야 할 것이고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전력을 쏟아야 할 것이다. 기업을 하기 위한 사회적 여건과 축산업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그 변화를 예측하고 대비하지 않으면 그 만큼 뒤쳐지게 되고 이내 길을 잃고 말 것이다. ■ 효율적인 인적·물적 투자에 좀더 과감하자 동물약품 업계에 차일피일 미루던 GMP가 의무화되면서 대부분의 업체들이 어려운 가운데 많은 시설투자를 했다. 이는 동물약품을 제조하는 의약품 제조업체로서 GMP는 당연한 것이고 국민의 식생활 향상에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인력적인 면에서도 업계의 불황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인재를 발굴하고 개발하여 참 일꾼으로서 기업과 운명을 같이할 인재를 육성해 나아가야 한다. 언제부턴가 동물약품 업계가 3D 업종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되었지만 이제부터라도 우수한 인력이 유입될 수 있도록 처우를 대폭개선하고 생활보장을 해줌으로써 기업과 명을 같이 할 수 동반자들을 만들어 가는 것이 필요하다. 사료공장의 의존도를 줄여나가며 독보적인 제품 개발에 주력하자 동물약품 업계의 매출 부진은 주요한 원인중의 하나가 사료공장을 대상으로 하는 사료첨가제들이라는 것은 자타가 인정하는 것이고 사료공장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하여 필드 판매에 주력하다 보니 과당경쟁에 가격파괴 현상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앞으로도 성장촉진·사료효율 개선 목적으로 사용되는 항생·항균제의 사료 내 사용금지 추세가 강화된다고 봤을 때 각 업체별로 사료공장 의존도를 줄여가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배합사료 의존도를 선진적으로 줄인 외국의 예를 참고하여 한국적 상황에 맞는 첨가제 개발에 주력하면서 무잔류약품이나 항생물질 보조요법제 등 독보적인 제품 개발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 수출에 역량을 집중하자 협회는 내수시장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영업필드 개발을 위하여 수출촉진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 내년 3월에 태국 방콕에서 개최되는 전시회에 참석하기 위해 매월 ‘공동준비단’ 모임을 개최하여 전시에 따른 준비를 해나가고 있으며, 정부로부터 8,700만원을 지원 받아 수출촉진을 도모하고 있다. 하지만 업체 여건을 보면 수출의지는 높지만 그에 따르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수출을 전담하는 담당자도 지정되어 있지 않아 지속적인 수출업무가 이루어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제부터라도 수출에 주력하고자 하는 업체의 경우 해외사업부를 신설하고 전담자를 상시 운용하여 본격적으로 수출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 외형위주 보다는 내실 있는 경영체제 도입하자 국내 축산업의 규모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려워 고급화나 특화를 통하여 어느 정도의 규모를 유지해 나아갈 수밖에 없다고 전제한다면 동물약품 업체 역시 외형위주의 영업정책이 수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축산업이나 동물약품 상황으로 볼 때 현재에도 공급이 과잉되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대기업들의 추가적인 참여가 있을 경우 업체들이 나누어야 할 파이는 더욱 작아질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외형위주 보다는 전략적인 품목 개발을 통한 내실 있는 경영체제로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여러 가지 면에서 외형을 줄여간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지만 모든 업체들이 외형 위주의 영업정책을 구사한다면 가격은 더욱 내려가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각각의 업체들이 나누어야 할 몫은 더욱 적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동물약품 업체들의 재도약을 위해 정부에서도 규제를 과감하게 완화하고 업체들이 영업 활로를 모색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제품 개발을 통해 수출을 촉진하기 위하여 안전성·유효성에 문제가 없는 사료첨가제 등은 등록요건을 현실화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배합사료에 첨가하는 사료첨가제의 사용규제에 대한 대안으로서 선진국에서 기 상품화하고 있는 ‘자가배합용사료첨가제’ 제도 등을 도입함으로서 업계에 힘을 실어 주는 정책적 배려가 간절히 요구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