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가 느끼고 있는 축산의 위기감은 불안과 불신에서 비롯되고 있다. 축산물 시장 완전 개방에 따른 불안, 제도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불안과 정책의 일관성에 대한 불신, 질병이 언제 어떻게 닥칠지 모르는 불안, 환경친화적인 축산이 강화될 경우 과연 축산을 계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 등등. 축산인들이 미래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오늘의 우리 축산이 이렇게 꼬이고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고 본다.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한우 산업의 경우 내년 생우 수입개방등 쇠고기 시장 완전 개방에 따른 사육 불안 심리 때문에 한우 사육두수가 급격히 줄어들어 급기야 축산기반 붕괴라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낙농산업은 집유일원화 문제를 놓고 낙농인들이 아직도 완전히 하나되지 못하고 있다. 이 제도에 대한 불안감이 쉽게 가시지 않고 있는 것이다. 또 유제품 수입 증가 등도 낙농가들의 낙농경영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90년대 들어 본격적인 돼지고기 수출이 이루어짐으로써 호황을 구가하던 양돈산업 역시 구제역 발생과 더불어 수출이 중단됨으로써 돼지고기 공급 과잉에 따른 "양돈 대란"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느낌이다. 양계산업은 최근의 불황이야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하더라도 양계 농장에 만연해 있는 뉴켓슬 등 고질적인 질병 문제가 여전히 양계산업계의 고민으로, 아직 그 해결의 실마리를 풀지못하고 있다. 또한 최근들어 환경오염이 사회 문제가 되면서 이에 대한 축산인들의 부담은 이루말할 수 없다. 물론 가축분뇨자원화 등의 대안을 가지고 환경친화적인 축산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러한 주장과 목소리에 별로 힘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더욱 문제는 이같은 위기의 상황에서 불안 심리를 제거하고, 불신의 벽을 허물고,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힘을 모을 축산인들의 구심체가 없다는 것이다. 본지는 축산이 이렇듯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가운데 창간 15주년을 맞이했다. 본지가 창간될 1985년의 우리 축산업은 부업축산의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오히려 부업축산이 축산업 전업화의 발목을 잡는 상황이었다. 또 생우수입 파동에, 소값 파동으로 이어진, 축산인으로서는 견디기 어려운 상황에서 몸부림치던 때였다. 본지는 창간과 더불어 그러한 축산인들과 고통을 함께 나누며 축산업의 전문화 전업화를 부르짖으며,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나름대로 축산이 나아갈바를 제시하는 등 축산 전문언론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그러한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타결에 이은 WTO체제 출범으로 우리 축산업이 무한 경쟁시대에 내몰렸음에도 그나마 경쟁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는데 일조를 했다고 자부하고 싶다. 따라서 본지는 창간 15주년을 맞이한 지금, 창간할 당시의 어려웠던 상황을 생각하며 현재 우리 축산업계가 겪고 있는 위기를 극복하기위해 전문언론으로서 감당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할 각오를 다시한번 다지며 축산당국과 축산업계에 몇 가지 주문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우리 축산인들을 암담하게 만드는 불안을 씻어주는 일이다. 축산당국은 그 불안의 씨앗이 정책불신에서 비롯되며 정책에 대한 불신은 정책의 일관성이 없었기 때문임을 다시한번 인식하고 좀더 강한 신념과 의지를 갖고 안목있는 축산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 축산인들이 축산당국에 바라는 것은 장미 빛 미래에 대한 청사진이 아니다. 어렵지만 실현성있는 목표를 갖고 그 목표 달성을 위한 의지를 보여주길 축산인들은 바라고 있는 것이다. 축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축산인들 스스로도 달라져야 함은 물론이다. 그동안 정부에 의지해서 의사결정을 하고난 다음 그 결과에 대해서는 정부의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이제는 우리 축산인들도 당당히 스스로 의사를 결정하고 그 결과에 대해서는 스스로 책임을 질줄 아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구촌 경제체제에서는 더 이상 정부가 축산인 개개인의 경영에까지 관여할래야 할 수도 없음을 인식해야 한다. 이제는 그야말로 사막 한가운데 홀로선 자세로 축산에 임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자각해야할 때인 것이다. 다음은 축산지도자들의 자세다. 축산지도자들은 그야말로 말그대로 우리 축산이 어디로 가야할 것인가를 생각하여 방향을 제시하고 또 강한 추진력으로 실천해야 한다. 그러기위해서는 오늘의 우리 축산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축산인의 구심체를 가져야 한다. 축산인의 구심체가 누가됐든 또는 어떤 그룹이나 조직이 됐든 하루빨리 형성돼야 한다. 그리고 지도자 모두가 소탐대실의 우를 범하지 않기위해 마음을 비워야 한다. 모든 축산인들로부터 존경을 받을 수 있는 권위와 자기 희생을 밑거름으로 산업을 이끌어 줄 인물이 되어야 하고 또 그런 인물을 발굴하는데 앞장서야 할 때다. 그래야 오늘의 위기를 효과적으로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을 기약할 수 있다는 것을 거듭 강조하고자 한다. 아울러 오늘 본지 창간 15주년을 맞이할 때까지 물심양면으로 성원해주신 모든 축산인 여러분, 특히 15년간 본지를 애독해주신 애독자와 광고주 여러분에게 다시한번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본지와 함께 축산을 걱정하고 축산 발전의 결실을 함께 거두기를 기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