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집행간부 인사에서 상무로 새로 발탁한 인사도 인사지만, 기존 상무들을 다시 1급 간부들이 맡아왔던 자리로 배치시키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대기업 등에서 신진인사를 대거 발탁하면 기존 인사들이 동시에 대거 퇴진하는 것과 비교할 때 이번 농협인사는 인사권자가 인사를 단행하면서 고민한 흔적은 엿보이지만 어떤 철학(?)이 담겨 있는 인사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뜻 있는 인사들의 지적이다. 특히 이번 농협 인사에서 눈에 띄는 또 하나는 지난해 농림부 차관의 뇌물수수와 관련된 간부직원을 농협중앙교육원장으로 배치했다는 점이다. 농협중앙교육원장이라는 자리가 농협중앙회 내에서는 인기 없는, 시체말로 ‘한직’일지도 모르지만 협동조합 종사자들에 대한 협동조합 이념 교육 등 교육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결코 아무나 배치해서 될 자리는 아닌 듯 싶다. 그런 만큼 농협중앙교육원장은 상식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도덕성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어느 자리인들 그 자리에 앉은 사람의 도덕성이 요구되지 않는 자리가 없겠지만 특별히 농협중앙교육원장의 도덕성에 주목하는 것은 중앙교육원이 농협중앙회를 대표하는 교육기관이며, 협동조합 교육의 산실이라는 점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농림부 고급 관료의 뇌물 수수에 관련된 장본인을 농협중앙교육원장으로 배치한다는 것은 농협의 인사 철학이 과연 무엇인가를 되씹게 하기에 충분하다 하겠다. 농협은 협동조합 개혁과 관련, 기회 있을 때마다 ‘이름만 빼고 다 바꾸겠다’며 개혁과 변화의 목소리를 높여 왔다. 그러나 이러한 농협인사 결과를 놓고 보면 그동안 농협중앙회가 외쳐온 개혁의 목소리가 공허하게만 들리는 것이 기자의 경우만은 아니지 않나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