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우 어떻게 지킬 것인가 한우는 우리나라의 고유한 유전자원으로서 한민족의 역사와 함께 해오면서 부(富)의 상징이자 농사의 일꾼, 혹은 고급 먹거리로서 중요한 사회적 위치를 가졌던 가축이었다. 세종실록에서 “먹는 것은 백성의 근본이 되고 곡식은 소의 힘으로 나오므로 금살도감(禁殺都監)을 설치하였고 쇠고기의 판매를 금지하는 법령이 있으니, 이는 농사를 중히 여기고 민생을 후하게 하려는 것이다.” 라는 법전에서도 소의 중요성을 찾아볼 수 있다. 연산군 일기에서도 소를 밀도살한 사람은 이른바 ‘전가사변(全家徙邊)’이라는 죄목으로 죄인의 전 가족이 북방으로 귀양을 가야하는 극형에 처한 기록도 있다. 또 숙종실록에서는 “농사가 흉년이 드는 것은 소를 잡는데서 이뤄진다”고 하였다. 이것은 소의 힘으로 농사를 지어먹고 살면서도 소를 도살해서 먹기 때문에 소의 원한이 천지의 화기(和氣)를 손상시켜 비를 내리지 않게 하는 것이라 하였다. 이처럼 한우는 우리 선조들의 생활 속에서 정감 어린 삶의 중요 도구였으며, 전통적 농경사회에서 꼭 필요로 했던 필수적인 가치였다. 하지만 현재의 모습은 어떠한가? 우리나라의 한우산업은 외국에서 밀려드는 수입개방, 가축분뇨나 메탄가스 등의 환경오염 문제, 그리고 질병이나 항생물질에 안전한 쇠고기를 요구하는 소비형태와 같은 어려운 여건에 직면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유럽연합, 일본, 인도, 캐나다 등과 자유무역협약(FTA)의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더불어 환경문제와 연관된 축산업 등록제가 실시되면서 환경단체나 소비자 단체들의 수준 높은 요구나 감시활동은 한우 농민들에게 상당한 어려움으로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 왜냐하면 우리 농민들은 환경기준을 고려하지도 않고 관행에 따라 소를 길러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화 시대의 흐름과 소비자들의 요구에 따라 지금은 우리 한우산업이 당연히 변화해야 하고, 또 이러한 변화는 한우산업이 한 단계 발전하는 기회가 될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한우 가격이 떨어지고 수입 쇠고기의 소비가 늘어나는 시장여건에 무엇이 문제인지를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소비자들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가는 노력도 하지 않는 수동적입장에 대해 현실에만 안주하는 한우산업의 현실은 한국의 축산업을 국제화시대에 현저히 뒤떨어지는 3류 산업으로 전락시키고 말 것이다. 아무리 우수한 쇠고기를 생산하여도 소비자들이 찾지 않는 쇠고기 산업은 제대로 발전할 수가 없다. 그러나 제대로 된 깨달음만 있다면 이제부터라도 늦지 않다.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100% 안전하고 차별화되는 한우쇠고기를 생산하고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국제경쟁력을 가진 한우의 특성을 최대화할 때 지리적으로 우리의 이웃인 중국에 한우 쇠고기시장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한우 산업이 선진화, 국제화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그 이유로서 첫째 한우는 단지 옛날 농우(農牛)로서의 가치를 벗어나서 오늘에는 우리 입맛에 맞는 고급품질의 쇠고기로 우리나라 소비자들에게 각별히 인정을 받고 있다. 수입개방화 물결에 부딪히고 있는 한우쇠고기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맛과 향을 가진 마블링이 잘 된 쇠고기를 생산하는 유전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에 한우쇠고기는 한국인의 최고 기호식품임에 틀림없다. 미국에서는 1990년부터 한국과 일본 등지의 아시아 시장을 목표로 마블링이 잘된 쇠고기생산을 위해 새로운 품종인 American Wagyu(일본화우 x Aberdeen Angus 교잡종)를 만들어 우리의 쇠고기 시장을 본격적으로 겨냥하였다. 호주에서도 ‘Gene star’ 라는 마블링 유전자의 상업화로 한국과 일본시장의 쇠고기시장을 겨냥하였다. 하지만 한우의 고유한 맛은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제품만이 한국인의 입맛에 잘 부합되며, 변함없이 최고의 신뢰를 받고 있다. 둘째로 친환경 한우산업에 일어나고 있는 획기적 변화이다. 유럽에서는 가축을 사육하기 위해서 가축분뇨를 거름으로 활용할 수 있는 농지가 확보되어야 하는 친환경 축산을 실시하고 있다. 이를 본받아 우리나라에서도 그 동안 환경오염의 주범처럼 여겨졌던 가축의 분뇨가 이제는 “쌀농사 직불제”로 생기는 유휴농지에서 값싼 양질의 조사료 생산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친환경 조사료의 생산으로 가축분뇨의 위기를 새로운 고품질 쇠고기 생산의 기회로 만들어 갈 수가 있다. 이는 머지않아 다가올 유기화학비료, 가공 농후사료, 백신이나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고 생산되는 친환경 유기쇠고기 생산기반 조성에서 가장 기본이기 때문이다. 셋째로 우리나라 쇠고기 소비자들의 최대의 요구는 수입쇠고기나 육우 고기가 한우쇠고기로 둔갑 판매되는 것을 차단하고 위생적인 한우쇠고기를 안심하고 먹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이것은 이미 호주, 프랑스, 일본, 미국에서 법제화하여 진행되는 생산이력 추적체계와 같이 우리나라에서도 생산에서 식탁까지(farm to table) 투명한 쇠고기 생산유통 과정을 소비자들에게 투명하게 제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법을 통해 가능하다. 아울러 한우산업의 모든 체계를 전산화, 개량화하여 한우의 개량, 방역, 사료, 도축, 그리고 경영 등을 일사불란하게 진단 평가할 수 있는 전문체계의 구축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우리국민의 입맛과 기호에 가장 알맞은 쇠고기를 공급하고, 친환경 사육방법으로 환경을 보호하면서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한우 쇠고기의 값어치는 지금부터 한우인들이 본격적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한우산업의 혁신적 변화는 한우관련 산업은 물론, 학계와 행정의 적극적인 산·학·연·관 상호 긴밀한 협력체계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 한우사육 농가가 없다면 한우를 전공하는 대학, 연구소의 전문가, 행정부서의 한우담당 공무원이 왜 필요할 것인가. 지금은 한우관련 산업의 담당주체 모두가 힘과 지혜를 모아서 그야말로 소비자가 신뢰하고 한우 농가들의 생산의욕을 높여야 하는 중차대한 변화의 기로에 서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