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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했던 기러기사육 고통으로

분양장 말만 듣고 시작했다 낭패... 김길자씨 하소연

뉴스관리자 편집장 기자  2001.03.07 11:3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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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시흥시 조남동 531번지.
도심속의 산자락에서 20여년간 버섯재배를 해온 김길자씨(58)는 요즘 아들 얼굴을 보기가 두렵다. 아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기러기(머스코비 오리의 일종) 사육에 손을 댔다가 큰 낭패를 보았기 때문이다.
축산경험이 전혀 없었던 김씨가 기러기사육에 발을 디딘것은 친한 지인의 소개로 인근지역 에 있는 J기러기 분양농장을 알게되고 나서부터. 김씨는 "J농장에서 기러기가 내병성이 강해 질병걱정을 할필요가 없을 뿐 아니라 추위에도 잘크고 특별히 신경써서 사육장를 갖추지 않아도 된다는 설명과 함께 다 성장하면 다시 구입해 가겠다는 말만 믿고 사전 시장조사나 사육방법에 대한 이해도 없이 기러기 새끼 7백50수를 수당 3천5백원씩 분양받았다"고 한다.
그렇지만 희망에 부풀어 시작했던 기러기 사육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원망과 고역만을 주는 애물단지로 바뀌고 말았다.
"질병이 없다는 말과는 달리 새끼때부터 지속적으로 폐사가 나오기 시작했으며 분뇨치우는 일만도 여간 힘들지 않았습니다. 특히 사료비도 당초 예상보도 훨씬 많이 소요됐을 뿐 아니라 사육장도 특별한 관리가 뒤따라야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죽은 기러기만도 1백50수. 더욱이 3개월만 키우라던 J농장에서는 체중이 모자라 더키워야 한다며 구입을 거부했으나 김길자씨는 건강과 운영비를 감당치 못해 억지를 쓰다시피해 J농장에 6백수의 기러기를 실어날았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한푼도 건지지 못했다. J농장측에서 더 키운후 팔아서 돈을 주겠다고 밝혀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결국 기러기 새끼 구입비와 급이기 물통, 사육장 시설비 사료 등 수백만원이 투입됐으나 지금까지 돌아온 것이라고는 고통뿐 이었다는게 김씨의 생각이다.
그러나 기러기 분양 당사자인 J농장측은 김씨의 주장과는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사전에 사육방법이나 질병발생시 대처요령, 구입시 조건 등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했다는 것. 오히려 J농장측은 김씨가 가져다 놓은 기러기들 중 상당수가 병에 걸려 이를 치료키 하느라 적잖은 손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김길자씨 자신이 원해서 3월까지 처분해 주기로 했다"는 J농장은 김씨의 주장에 대해 납득하지 못하겠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문제는 이처럼 양측이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음에도 이를 밝혀줄 별다른 근거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기러기새끼 분양에 따른 간이영수증외에는 어떠한 근거자료도 애당초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대해 업계관계자들은 "만약 판매만을 목적으로 경험이 전혀 없는 이들에게 마치 미래가 보장된 수익사업인냥 속였다면 해당 분양농장은 지탄받아 마땅하지만 아무런 사전지식이나 조사 및 검토도 없이 무작정 축산에 뛰어든 농가도 문제"라며 "더욱이 분양 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어떠한 계약서 작성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신규 축산참여자들이 이를 충분히 염두에 둘 것을 당부하고 있다.
어찌됐건 조금이라도 잘살아 보자는 생각에 시작한 기러기 사육은 김길자씨에게는 경제적 손실과 마음속에 큰 상처만을 남겼다. 때문에 봄이 다가왔음을 알리는 따스한 바람도 김씨는 더욱 차갑게만 느껴질 뿐이다. 이일호L21ho@chuksa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