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오션 전략'은 프랑스 인시아드경영대학원 교수로 재직중인 한국인 김위찬 교수와 프랑스인 르네 마보안 교수가 끝없는 경쟁으로 빈사상태에 빠진 기업에 새로운 생존기법을 제공하기 위해 함께 펴낸 경영전략이다. 이 전략에 의하면 시장은 1)이미 존재하는 산업과 알려진 시장의 '붉은 바다(Red Ocean)'와 2)아직 존재하지 않는 모든 산업과 알려 지지 않은 시장인 '푸른 바다(Blue Ocean)'로 나누어진다. ‘붉은 바다’에서는 기업들은 작지만 확실한 이익이 보장되는 기존 제품라인의 확장에 열을 올리며 벤치마킹이라는 명분으로 경쟁사를 모방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이렇게 한정된 시장을 놓고 모방하며 뒤엉켜 싸우는 동안 기업들은 서로 닮아가기 시작하고 소비자들은 이들 기업이 내놓은 제품에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경쟁은 결국 가격으로 옮아간다. 끊임없는 제살 깎기 경쟁 속에 기업들은 하나 둘 쓰러진다. ‘붉은 바다’를 지배하는 경영전략은 대부분이 세계1, 2차 대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적과의 싸움, 즉 경쟁을 피할수 없다는 대전제를 깔고 있다. 같은 형편인 경쟁사들이 끊임없이 싸움을 걸어오기 때문에 ‘붉은 바다’는 항상 피로 물들어 있다. ‘경쟁자를 이기면’ 더 나은 미래가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경쟁을 잊어야 새 시장이 보인다’는 ‘푸른 바다’ 전략은 코페르니쿠스적 발상과도 비슷하다. 일정한 파이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기존 시장인 ‘붉은 바다’와는 반대로 ‘푸른 바다'는 개발되지 않은 시장으로 지속적 수요와 고수익의 창출과 성장 기회가 항상 존재하며 경쟁으로부터 자유롭다. '푸른 바다' 전략은 남과 경쟁하지 않는 시장을 새로 창출하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경쟁을 잊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중장기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세계가 ‘푸른 바다’ 전략에 주목하는 것도 이 같은 현실 인식의 반영이다. 한국축산의 ‘붉은 바다’ 일반적으로 한 나라의 축산물 소비시장은 인구와 소득수준에 비례한다. 지난 30년간 우리나라의 인구통계에 따르면 인구가 년간 100만명 이상 증가한 해는 1977년이 유일하다. 기간 중 평균 인구증가율은 70년대 2.30%, 80년대 1.43%, 90년대는 1.11%로 년간 1∼2%의 증가율을 보였으나 2000년대 들어서면서 평균 0.58%로 크게 하락하고 있다. 그럼으로 증가되는 인구에 의한 축산물 소비 확대는 기대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1980년 이후 년간 국민소득(GNI) 수준이 1,600불에서 12,700불로 증가하는 동안 1인당 연간육류 소비는 16kg에서 39kg로, 우유의 소비는 20kg에서 50kg로 크게 증가하였다. 소득수준이 2만~3만불로 증가하면 축산물 소비는 얼마나 확대될 것인가? 2002년 기준 국민소득 수준별 1인당 연간 식품소비에 관한 FAO 통계에 의하면 년간 소득이 2만불~2만5천불 수준인 뉴질랜드, 스페인, 이태리 호주의 1인당 연간 육류 소비는 95~120kg, 우유 소비는 150-260kg 수준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소득수준이 2만불 이상으로 증가하면 이와 같은 수준으로 축산물 소비가 증가할 것인가? 그러나 소득수준 3만불을 넘어선 일본의 국민1인당 연간 축산물 소비는 육류 46kg, 우유 67kg 수준이므로 식생활 패턴이 일본과 유사한 우리나라는 소득수준이 향상되어도 서구의 여러 나라와 같은 수준으로 축산물 소비가 확대되지는 않을 것 같다. 축산물 시장확대에 크게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웰빙추세와 이에 따라 날로 심각해지는 안티축산물 정서이다. 인터넷 보급이 확대될수록 국내외 안티축산물 인터넷 사이트의 영향력은 증가 일로에 있으며 그들이 축산물 소비를 거부하는 이유에는 축산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경청해야 할 것도 많다. 강력한 해외 경쟁자들 항상 공급이 부족하여 축산물 유통시장의 귀족 대접을 받던 삽겹살의 위상이 최근 크게 변해가고 있다. FTA 체결국인 칠레와 유럽산 냉장 삼겹살 수입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쇠고기 소비시장의 절반 이상을 이미 해외 경쟁자들에게 내어 주고 있는 우리에게는 소득 증가에 따라 확대될 축산물 시장 마저 이제는 우리들만의 안방이 될 수는 없다. 그리고 국내 축산물 가격이 높아질수록 해외 경쟁자들의 공격은 더욱 치열해 질 것이다. 국제교역 환경의 변화로 생존을 위하여 더 많은 나라와 FTA 협약 체결을 불가피하게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는 칠레와 싱가폴에 이어 1)일본, 아세안, EFTA와 FTA 협상이 진행 중이고 2)멕시코, 캐나다, 인도와는 FTA 체결을 위한 공동연구가 3)미국과 중국과는 FTA 체결을 위한 검토가 진행 중 이다. 해외 경쟁자의 진입 억제에 효과적인 시유와 달걀의 신선도 장벽도 날로 발전하고 있는 운송수단과 유통기술 앞에는 무력해 질 수 밖에 없다. 증가 추세가 둔화되고 있는 국내 축산물 소비와 더욱 거세어지고 있는 해외 경쟁자들의 공세로 우리나라 축산물 시장은 항상 피로 물들어 있다. 한국축산의 ‘푸른 바다’ 1996년 4월 영국에서 발병한 BSE가 유럽으로 전파되자 정부는 유럽지역 31개국에서 생산된 쇠고기와 이를 원료로 한 제품의 수입을 중단 시켰다. 1999년 6월 벨기에산 축산물이 다이옥신에 오염된 것이 알려지자 정부는 벨기에산 닭고기와 달걀, 쇠고기와 낙농 제품의 수입을 중단하고 벨기에, 네덜란드 및 프랑스산 돼지고기 판매를 중단 시켰다. 2003년 미국에서 광우병 젖소가 처음 발견된 이후 한국과 일본 등 세계 30여 개국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하고 있다. 반대로 국내에서 2002년에 발생한 구제역과 2003년에 발생한 돈 콜레라, 2004년에 발생한 조류 독감으로 대 일본 돼지고기와 닭고기 수출이 전면적으로 중단되었다. 이와 같이 축산물의 안전성은 국내 뿐 아니라 해외시장 진출에 가격 경쟁력 만큼이나 중요하다. 축산물의 안전성은 질병으로부터 뿐 아니라 항생제나 농약 등 유해 화합물의 잔류로부터 안전도 중요하다. 더욱 안전한 축산물을 선호하는 웰빙 추세에 따라 친환경, 무항생제, 유기농 축산물 시장의 확대는 국내외 시장을 향한 우리 축산업계의 ‘푸른 바다’로 떠 오르고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세계시장에서 가격 우위의 축산물 생산은 어려워도 안전성 우위의 축산물 생산은 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국 농무성 산하 ERS연구소의 발표에 의하면 2010년 주요국의 유기농 식품규모는 미국 450억 달러, EU 460억 달러, 일본은 11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유기농 축산물 시대가 열리고 있다. 금년 5월에 유기농 닭고기와 계란에 이어 8월에는 유기농 돼지고기까지 출시되었다. 8월16일 동아일보에 의하면 12일부터 서울 현대백화점과 농협중앙회 하나로클럽 양재점에서는 유기농 돼지고기가 팔리고 있다. 하나로클럽에서 유기농 돼지고기 삼겹살은 1kg에 4만2900원으로 일반삼겹살(1만7300원) 에 비해 2.5배나 비싸며 같은 매장에서 팔리는 한우 양지(3만4500원)보다도 가격이 높다. 한국축산의 ‘푸른 바다’를 열기 위해서는 정책적, 제도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들은 너무나 많다. 그러나 우선 무엇보다도 시급한 것은 유기농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를 높이고 이를 철저히 지키는 것이다.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고객에게 변함없는 만족을 보증하기 위해서는 ‘엄격하고 철저한 인증제도’의 확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적당히 현실과 타협하는 인증제도는 우리 축산의 유일한 ‘푸른 바다’인 유기축산물 시장마저 해외경쟁자에게 내어주게 할 것이다. 가격은 비싸도 품질만은 틀림없다는 소비자의 신뢰가 ‘푸른 바다’를 여는 관문이다. 둘째 유기 축산물 생산확대를 위해서는 검증된 유기농 사료자원이 확보되어야 한다. 쌀 과잉재고 해소를 위해 실시 중인 유휴 답을 유기농 사료자원 생산기지로 활용하는 방안도 연구 검토 되어야 한다. 그리고 실수요자 위주로 되어있는 유기농 사료자원 수입 체계를 무역전문업체도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보완되어야 한다. 해외로부터 유기농 사료자원의 개발과 수입은 실수요자인 사료공장이나 양축농가 수준으로는 효율적 대처가 어렵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상업주의 급류에 휩쓸려 흔들리고 있는 ‘남의 생명을 자기 생명처럼 소중히 여기는’ 農心을 조속히 회복하여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축산물 생산국으로의 위치를 공고히 하는 것이 ‘푸른 바다’를 지키는 왕도임을 잊지 말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