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0년대로 접어들면서 국내 종돈개량은 커다란 전환점을 맞게된다. 민간 종돈장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객관적인 능력평가와 이를토대로 한 종돈개량을 뒷받침할 수 있는 산육능력 중심의 공인종돈능력검정소가 마침내 지난 ‘84년 출범하게 된 것. 전문가들은 이 때에 이르러서야 비로서 한국 양돈산업에 ‘종돈개량’의 의미를 부여할수 있는 시기라는데 견해를 같이하고 있다. 이후 수년뒤 검정돈의 확대를 위해 공식적인 농장검정사업도 도입되기 시작했다. 주목할 것은 이때부터 모든 종돈개량은 사실상 생산성, 오직 이 한부문에 집중돼왔다는 점이다. 일당증체량과 90㎏ 도달일령 및 사료요구율 등 등지방두께를 제외한 모든 유전능력의 검정이 생산성 기준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에따라 국내 종돈의 산육능력 역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온 것으로 분석됐다. 대한양돈협회 공인종돈능력검정소에 따르면 일당증체량의 경우 지난 85년 ▲요크셔 8백83g ▲랜드레이스 8백27g ▲듀록 8백87g 이었던 것이 20년 후인 2005년 6월 현재 ▲요크셔와 랜드레이스가 각각 1천65g ▲듀록 1천80g으로 대폭 향상됐다. 사료요구율도 ▲요크셔가 2.72에서 2.22 ▲랜드레이스 2.84에서 2.22 ▲듀록 2.74에서 2.22로 각각 향상됐으며 90㎏ 도달일령의 경우 ▲요크셔 1백47일에서 1백35일 ▲랜드레이스 1백46일에서 1백32일 ▲듀록은 1백45일에서 1백35일로 앞당겨 진 것으로 집계됐다. 물론 검정소 출품돈이 비교적 우수능력의 개체에 치우칠수 밖에 없고 출품종돈장 역시 전체적인 수준을 대변하기에는 그 수자가 많지 않은 만큼 위의 수치를 국내 종돈 수준을 평가하는 바로미터로 규정한다는 것은 무리가 따를 수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20년간 국내 종돈의 산육능력 변화추이를 반영한다는 점은 분명한 만큼 얼마만큼 국내종돈의 능력이 향상돼 왔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다만 이같은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국내 종돈장 가운데 상당수가 상업적인 측면만을 강조하다 보니 근본적인 ‘개량’ 기반 자체는 허약할 수 밖에 없다는데 전문가들은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고유의 돼지계통 확보가 아직까지 요원한 현실이 바로 그 증거라는 지적이다. 때문에 “국내에서 제대로된 종돈장이 몇 개나 되느냐”는 자성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하에서 국내업계는 향후 종돈개량의 방향을 ‘육질’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에도 직면해 있다. 특히 최근의 브랜드화 바람은 이러한 추세를 더욱 가속화시키는 주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는 곧 종돈개량의 기준점이 농장에서 소비자로 이동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신선육 소비자와 육가공 등 소비단계를 세분화, 각 분야에 적합한 종돈개량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높이고 있다. 브랜드 역시 단순히 균일한 돼지고기 생산을 위한 종돈통일 차원을 넘어서 진정한 의미의 개량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시대적 요구가 실질적으로 개량에 접목될 수 있도록 기반을 제공할 힘을 가진 주체가 없다는 점이 국내 업계가 안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라는 시각이 적지않다. 끊임없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이원화된 종돈개량 체계나 현실과 동떨어진 종돈검정 기준, 유전자교류 방안의 부재 등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현실 역시 이 때문이라는 것. 일부에서는 최근 이슈화되고 있는 등지방두께 논란의 근본적인 배경 역시 같은 맥락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에따라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전문성과 함께 정책의 의사결정권까지 겸비한 민관합동 조직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기존의 조직을 활용할수 없다면 새로운 시스템의 출범까지도 검토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시각이다. 이를통해 종돈개량체계의 일원화와 우수 유전자교류 방안은 물론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 수렴과 함께 현재 시장흐름파악과 향후 전망을 바탕으로 한 현실적인 개량목표 설정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한 돼지고기 품질에 대한 기준과 평가 방법 제시와 전개 뿐만아니라 종돈개량의 결실이 최종소비단계까지 이어질수 있는 시스템의 구축도 도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일호 L21ho@chuksan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