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만재 회장<동물자원과학회 낙농연구회> 우유를 가마솥에다 끓이고 콜라병에 담아 콜크로 막고 자전거로 시내를 돌아다니며 팔던 1940년대 우유판매는 낭만적이기도 하고 우유를 사 마시는 그 자체에 매우 상위계층의 우월감도 깃 들여 있었다. 지금의 정동극장 자리에 그 가마솥 우유공장이 1962년까지 가동되었고 그 가마솥의 우유누렁지를 직공으로 일하던 어머니로부터 맛있게 얻어먹던 초등학생도 이미 환갑이 지난 노인이 되었다. 1960년대까지는 서울시내 몇 군데 우유하치장을 두고 거기서 자전거나 오토바이로 우유를 받아 시내를 누비며 팔러 다녔다. 1970년대의 수요러쉬로 전국의 동 단위까지 보급소가 생기게 되어 전 국민에 대한 우유의 보급체계가 완성된다. 이때까지도 우유 유통은 대부분 상온에서 이루어졌고 수요는 매년 15~20%씩 늘어났다. 그리고 우유값도 매년 인상되었다. 우유와 유제품 소비의 85%정도가 시유였다. 이때부터 학교급식과 군급식에 우유가 포함되기 시작하였다. 우유 전체소비량의 약 20%까지 차지하게 된 학교급식은 우유소비의 저변확대라는 매우 중요한 우유시장구축의 요소이기도하고 한편으로는 방학시기의 우유잉여문제의 주원인이 되기도 한다. 전국 방방곡곡에 우유대리점들이 생기게 되고 70년대 말까지는 생산자 위주의 판매가 이루어 졌다. 다만 아기용 조제분유는 빅3 유업체들의 전유물로 산부인과 의사와 병원을 집중공략하는 치열한 마케팅이 전개되었다. 1980년대가 시작되면서 우루과이라운드가 개시되고 한국의 낙농산업은 시장개방 이후의 우유와 유제품시장을, 또 몇 년 뒤 치러질 올림픽의 세계선수들에게 먹여야 할 우유를 걱정하기 시작하였다. 첫째는 우유의 품질문제였다. 원유의 세균수와 대장균수는 도저히 외국인들이 먹을 수 없을 정도였다. 그래서 집유와 가공, 유통 전과정을 냉장체계로 이어질 수 있도록 소위 콜드체인화하고 또 낙농가들에 대하여는 원유의 위생등급제도를 도입하게 되었다. 그 결과 현재 한국의 원유품질은 세계 최고의 수준으로 성장, 변화되었다. 둘째는 생산성 향상과 원가절감으로 가격경쟁력을 조금이나마 끌어 올리는 문제였다. 그 결과 생산성은 세계수준으로 향상되었지만 원가절감의 성과는 세계시장에서의 상대적 열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집유일원화, 검사공영화, 수급안정용 생산조절 등의 제도적 개선노력이 시작된 것도 이 무렵이었다. 향후 10~20년간 한국의 낙농, 유가공산업의 문제와 전망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안전하고 완전한 우유제품을 지향해야한다. 과다한 약물과 농약의 사용자제, 호르몬제재의 사용금지, 유기농 체계의 생산노력 등이 향후 수년 동안 집중적으로 문제제기 될 수 있으며 이러한 문제는 자칫 낙농산업전체를 파멸 혹은 성장시킬 수 있다. 낙농가들과 유업체들의 대오각성이 요구된다. 특히 유업체들이 누워서 침 뱉기식의 거짓선전과 소비자를 우롱하는 영업행위를 중지하고 성실하고 진실된 자세로 소비자들에 서비스하는 것이 미래 한국 낙농의 존폐를 좌우할 수 있다. 가령 유기농 우유를 생산했다는 유업체가 엉터리로 생산했다면 우유시장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 현재도 그러한 문제가 이미 내포되어 있을 수 있다. 둘째, 대리점, 보급소 등과 같은 불필요한 유통단계를 과감하게 제거하여야한다. 덴마크나 미국의 우유공장에는 영업사원들이 거의 없다. 주문받는 시간제근로 동네 아주머니 몇 명이 모든 주문을 받아 공장창고로 넘기면 끝이다. 왜냐하면 소비시장은 대형 매장에서 거의 이루어지고 제품의 주문은 소비자가 매장에서 선택하는 순간에 결정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앞으로 10년 내에 대부분의 우유유통이 대형 매장에서 이루어 지리라보며 이들이 종합물류벤더들을 통하여 직접 주문하므로 영업사원들이 할 일이 없어지게 된다. 여기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은 대형유통업체들이 우유를 매장영업행위에 악용함으로써 건전한 우유유통을 망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미국은 이러한 경우 지방의회에서 법으로 우유를 절대로 덤핑판매하지 못하도록 방어해준다. 셋째, 우유공급체계, 즉 생산기반, 가공처리, 유통체계, 소비촉진 등은 국가적 사업으로 지속되도록 낙농관련자들이 모두 노력해야한다. 지난20년동안 한국의 낙농은 과거 박대통령이 훌륭하게 구축해 놓은 낙농에 대한 국가정책의 철학과 실천성과들을 제대로 가꾸지 못하여 냉대받고 점차 쇠퇴해 가고 있다. 이것은 전적으로 낙농가들과 유가공업체들의 책임이다. 학자들을 외면하거나 업신여기고 소비자들을 기만하고 우롱하며 정부에게 무조건 지원만 요구했기 때문이다. 넷째, 우유가 특징하는 주요 기능적 물질들을 개발하여 보다 다양한 용도의 우유시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우유가 참으로 신비로운 영양공급원이상의 기능적 물질이 다양하게 밝혀지고 있다. 뛰어난 면역기능, 인체의 호르몬 조절기능에 필요한 물질, 다양한 건강기능성물질 등이 과학자들에 의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유업체들이 우유에 대한 기초과학을 탐구하고 분석하여 실용화함으로써 보다 더 부가가치가 높은 시장을 확보할 것이다. 다섯째, 모든 어린이들이 우유를 반드시 마시도록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여섯째, 우유를 마시지 않는 70%의 성인들이 매일 우유를 두 잔씩 마시도록 자조금 홍보활동을 계속한다. 누가 이 거대한 시장을 먼저 점령하느냐에 따라 향후 20년 내 한국의 우유산업의 구도가 재편될 것이 확실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