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창간 20주년을 맞이하여, 여성 축산인들의 역할을 다시 한 번 짚어보고 아울러 앞으로 우리 축산의 발전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해서도 여성축산인들의 소리를 들어보기로 했다. 오늘 부담없는 가운데 좋은 말씀 부탁한다. ▲김창현 대표=현재 140두 규모의 한우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거세 고급육 위주로 사육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02년부터는 자가사료를 만들어 공급하고 있다. 젊어서부터 각종 교육에 많이 참가했다. 요즘은 교육 현장에 여성 축산인들의 모습이 더러 보이지만 옛날에는 여성 축산인들을 좀처럼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래서 많은 남성분들로부터 “과부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웃음) 그러나 지금에 와서는 여성이라고 해서 과거와 같이 특별하게 바라보지는 않는다. 여성 축산인들의 활동이 그 만큼 많아졌다는 것이다. 실제 여성 축산인들이 축산 현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많이 하고 있다. 이렇게 여성 축산인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축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반갑다. 다만, 굳이 축산인이면 축산인이지 여성과 남성을 구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여성이건, 남성이건 구분없이 축산 현안에 대해 이야기 했으면 좋겠다. ▲조옥향 대표=지난 20여년간 목장경영을 해왔다. 나름대로 낙농에 헌신해 온 모습이 보기 좋았던지 딸도 목장 경영을 하며, 유제품 가공분야에 진출한다는 계획으로 현재 축산대학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25년전 여주에 처음 정착할 때만해도 이렇게 낙농인으로서 인정받으리라는 것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이제는 ‘부부가 역할 분담을 잘하는 농가일수록 목장도 깨끗하고 생산성적도 좋더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가 됐다. 그렇기 때문에 자손들에게도 자랑스럽게 목장을 물려줄 수 있게 됐다는데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 ▲김수자 대표=결혼과 함께 돼지와 살아온 것이 31년째다. 당시 ‘몸빼’ 2벌을 작업복으로 가져왔는데 정신없이 일만 하다보니 옷이 헤지면 기워입기를 반복할 정도로 열심히 일 한 기억이 아득하다. 그렇게 열심히 일한 결과 당시 1백마리 규모였던 양돈장이 이제 현재 5천마리 규모로 늘었다. 최근에는 종돈장 관리를 수기에서 전산 관리로 완전히 바꿨다. 3년전 종돈에 관한 기록이 제대로 돼 있지 않은 것을 발견하고 기록전산화에 전심전력을 기울인 나머지 1년전 종돈 관리를 완전 전산화하는데 성공했다. 그 결과 종돈장 경영이 크게 향상됐다. 예를들면 그동안 월 동물약품비가 1천만원 정도 소요됐는데 전산화한 후 낭비요인을 발견하고, 그것을 해소하고부터는 동물약품비가 월5백만원 정도로 줄어들었다. ▲이인애 지회장=아직도 낙농이 뭔지 잘 모른다. 그동안 남편이 일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저 주부로서 가사와 내조만 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목장명의가 내 이름으로 돼 있다보니 외부 교육에 몇 번 참여하게 됐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집에서 가사만 돌보는 일에서 점차 사회 활동의 폭을 넓히고, 지금은 낙농육우협회 여성분과위원회 포천지회장을 맡고 있다. 사실 요즘에 와서야 낙농을 조금 알 것 같다. 그리고 낙농 현장에서는 물론 우유 소비 촉진등을 위해서도 여성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스스로 느낀다. ▲함경숙 팀장=국문학을 전공하고 양계 관련 전문 잡지에서 일한 것이 계기가 되어 축산업계에 몸담았다. 이후 양계 관련 기업인 하림 홍보팀에서 일하기도 했으며, 지금은 사료 회사에 일하고 있다. 돌이켜 보면 양계 산업과는 정말 인연이 많았다. 그래서 그런지 닭띠 딸을 보기도 했다. 내가 사회에 처음 발을 들여놓을 때와 요즘을 비교하면 정말 많이 달라졌고, 축산 분야에서 여성 역할도 그 만큼 커졌다. 그러나 아직도 축산업계에서 여성들이 일하기에는 열악한 환경이다. 그렇지만 나름대로 사명감을 갖고 일하고 있다. 특히 오늘 이 자리를 통해 현장에 계신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가슴이 뭉클하다. ▲김민경 교수=이 자리에 참석하기를 참 잘한 것 같다. 교수로서 무엇을 말하기 보다는 축산현장 여성인들의 소리를 듣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 여기에 오신 분들은 모두가 현장에서 ‘내로라’하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농업인구중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남자보다 크다. 그러나 축산분야에서는 남성이 더 많고, 또 남성이 실질적으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그런 환경속에서도 이렇게 여성축산인들이 우리 축산업 발전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뿌듯하게 받아들여진다. 지금 우리 축산업은 생산 현장에서는 물론 소비 현장에서도 우리 여성 축산인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앞으로 기대가 크다. ▲김수자=축산 현장에서 여성 역할이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결정적인 일은 역시 남자들의 몫이다. 여성들이 전면에 나서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 주위 축산농가를 보더라도 부부가 함께 농장을 운영할 때는 농장이 잘 운영 됐는데 남편이 갑자기 유고되고 여성이 혼자 됐을 때 주저 앉는 경우를 적지 않게 봤다. 또 축산현장에서 여성 인력들이 사실 환영을 받지 못하고 있다. 축산을 전공한 학생들조차 축산 현장을 전혀 모르거나, 축산 현장에서 일하기에는 그래도 여성보다 남성을 선호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여성들 자신들도 현장에서 일하는 것을 기피한다. ▲조옥향=교육에 문제가 있다. 우리 목장에 실습하는 학생들이 나에게 질문하는 것을 보면 “매일 화장을 하고 일을 하느냐”, “월 소득은 얼마냐” 이런 것에 관심을 더 갖는 것 같다. 물론 그 문제도 중요하지만 축산을 전공한 학생으로서 축산에 대해 좀더 열정을 갖고 현장에서 배우려는 노력이 부족하고 마인드도 돼 있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 ▲김창현=지난 86년부터 20년째 한우를 사육하고 있지만, 힘에 부쳐 직접 노동은 잘 못한다. 그래서 현장에서 힘을 쓰는 일은 주로 남편이 하게되고, 각종 교육장에서 기술을 배우고 현장에 접목하는 것이 내 몫이다. 농장에서 부부간 역할 분담이 잘 되어 있는 것이다. 농장 관리에 있어서 김수자 대표는 전산관리를 하고 있다고 했는데 우리 농장의 경우 수기를 한다. 내가 직접 일일이 기록한다. 누구든 우리 농장에 와서 사육일지를 보면 놀랄 정도다. 전산 관리에 비해 소 한 마리 한 마리를 일일이 관찰하며 관리하는 것이 나름대로 장점이며,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자가 배합사료의 장점이다. 버섯 배지를 활용한 자가배합사료를 급여하고 있는데 농장 성적이 월등하게 좋다. 예를 들면 최근 자가 발효사료를 급여해서 고급육을 생산했는데 최근 출하한 65마리중 90%이상이 1등급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농장 환경도 크게 개선되어 파리가 거의 없으며, 생산비를 절감할 수 있어 1석3조의 효과를 보고 있다. ▲조옥향=축산 현장에서 여성이 장점이라면 배운 것을 반드시 실천한다는 것이다. 여성들은 교육현장에서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배우면 교육후 집에가서 배운 것을 실천하라고 노력한다. 그것이 축산 현장에서 여성들이 갖고 있는 큰 장점이다. 낙농현안 이야기를 하자면 요즘 낙농현장에서는 생산에 비해 우유 소비가 너무나 위축돼 있다. 따라서 우유 소비를 늘릴 수 있는 다양한 전략이 필요하다. 여성들은 자부심을 갖고 낙농혁신을 일으킬 수 있도록 철학을 가져야 한다. 낙농인들이 낙농 현안 해결을 위한 모임을 가질라치면 착유시간에 쫓겨 제대로 대화조차 나눌 수 없다. 그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인터넷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온라인 상에서는 지역이나 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고 낙농인들이 자유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 촉진도 인터넷을 통해 실시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하면 소비자와 더욱 쉽고 간편하게 소비자를 만날 수 있고, 특히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우유 소비 홍보를 더욱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이인애=여성 낙농인으로서 우유 홍보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각종 행사시 우유를 나눠주며 우유의 영양학적 우수성을 강조해보지만 노력하는 만큼 성과가 없는 것 같아 안타까움을 많이 느낀다. 우유를 생산하는 생산자 입장에서 뿐만 아니라 우유를 소비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도 우유 소비 촉진 홍보를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 우유를 공짜로 나눠주며, 우유를 시식하는 정도의 행사로는 우유 소비 촉진을 크게 기대할 수 없다. 낙농 의무 자조금 조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데 낙농 의무 자조금 사업이 하루빨리 실시되어 우유 소비 촉진 홍보를 다양하게 할 수 있는 방안이 제시됐으면 좋겠다. 그 가운데 여성 낙농인으로서 할 일이 있으면 당연히 앞장서 일 할 것이다. 최근 축산신문에서 아름답고 깨끗한 농장 가꾸기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는데, 우리도 꽃씨 나눠주기 등 깨끗한 축산을 통한 안전한 축산물 생산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이런 노력 또한 장기적으로는 우유 소비 확대와 연결되는 것이다. ▲함경숙=소비 촉진과 관련, 양계업계도 할 일이 참 많다. 무엇보다 계란에 대한 소비자들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는 일이 급선무다. 흰계란과 갈색계란이 영양적 차이가 전혀 없는데도 소비자들은 갈색계란을 찾는데 이것은 잘못 된 것이다. 계란은 신선도가 중요하다. 계란의 생산일자를 확인해서 신선도를 점검하는 소비자들의 자세가 중요하다. 또한 방송 등을 통해 계란이 비만의 원인이 된다는 등 잘못된 정보가 한 번 나가면 생산자들은 치명적인 영향을 받는다. 그렇지 않아도 학교 급식으로, 학생들이 도시락을 싸가는 일이 없어지면서 계란 소비가 줄어들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렇게 잘못된 정보가 나오면 생산자 입장에서는 그저 망연해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도 인터넷을 통한 계란 홍보를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아이러브에그’란 사이트를 개설,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김창현=방송 등 언론이 문제다. 충분한 검증없이 특종을 의식한 나머지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쏟아 냄으로써 축산농가들은 가만히 앉아서 당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김민경=축산물을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알릴 수 있는 거시적인 축산물 홍보대책이 필요한 것 같다. 그 대책에는 언론의 검증없는 무책임한 홍보에 대한 대책은 물론 근본적으로 축산업의 가치를 일반 소비자들이 제대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현재 축산이 안고 있는 여러 가지 현안 문제의 상당부분은 일반 소비자들의 이해를 필요로 하고 있다. ▲김수자=그런 점에서 최근 대법원에서 지자체 조례로 국내산 축산물로만 학교급식을 하도록 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판결한 것은 유감스런 일이다. 학교급식 문제도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한다. ▲김창현=학교 급식 재료를 최저단가 입찰로 구입하는 것이 문제다. 우리 아이들이 먹는 것인데 오히려 최고 단가의 고급 식단 재료를 사용해야 한다. ▲함경숙=학교 급식에 쓰이는 재료에 방부재가 많이 섞여 있는 등 정말 학교급식과 관련,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가 많다는데 공감한다. ▲김수자=축산 현장에서 느끼는 애로중에 하나가 악취방지법의 발효에 따른 문제다. 분뇨처리를 비용이 이만저만 소요되는 게 아닌데도 냄새를 완전히 제거하는데는 어려움이 있다. 축산의 특성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사회적 인식이 필요하다. 네덜란드의 경우 전국민에게 축산에 대한 교육을 실시한다고 한다. 우리도 그런 노력이 필요하다. ▲이인애=올 여름 장마로 인해 분뇨가 넘쳐 흐름으로써 인근 주민들이 우리 목장을 당국에 신고하는 일이 있었다. 그런데 계속되는 장마로 신속하게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행정당국에서는 현장 사정은 생각지 않고 행정 조치를 취하려는 것을 보고 너무 속이 상했다. 축산농가들은 분뇨를 한 방울이라도 흘러 보내지 않으려고 엄청 노력을 한다. 그런데도 불가피하게 이런 일이 생기면 죄인 아닌 죄인이 된다. 이런 축산인의 입장을 국민들이 조금이라도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조옥향=축산물 홍보, 가축 분뇨 문제 등은 축산인들이 공동으로 겪는 애로 사항이다. 그런 만큼 함께 풀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한중일 범축산인 모임도 논의되고 있는데 우리 국내 축산인들도 축산현안에 대해 함께 생각하고 고민하는 모임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 측면에서 오늘 여성 축산인들의 모임은 의미가 있다. 앞으로 이런 모임을 더욱 활성화 시켰으면 좋겠다. ▲함경숙=마지막으로 덧붙이면 축산물 홍보에 있어서 타겟이 분명한 홍보가 필요하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우리 축산물이 좋으니까 우리 축산물을 먹자는 주장은 소비자들에게 쉽게 먹혀들지 않는다. ▲사회=오늘 이 자리는 여성축산인의 모임이지만 우리 축산의 가장 시급한 현안인 축산물 소비 문제와 가축분뇨 문제 등에 대해 다양하게 짚어 줬다. 축산현장에서 여성으로서 겪는 어려움도 있지만 생산에서 경영은 물론 소비 문제에서 여성축산인들의 피부와 닿은 지적은 우리 축산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참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체적으로 축산현장에서 여성이 더욱 꼼꼼하고, 세심할 뿐만 아니라 실천하는 장점이 있음에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그러나 짧은 시간에 모든 문제를 이야기를 다 할 수는 없는 만큼 앞으로 더욱 잦은 모임을 통해 우리 축산이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논의했으면 한다. 원근각지에서 기꺼이 참석해 주신 여성축산인 여러분에게 다시 한 번 감사한다. ■참석자:김민경 교수(건국대학교), 김창현 대표(일월성목장), 조옥향 대표(은아목장), 김수자 대표(순천종돈장) , 이인애 회장(한국낙농육우협회 포천지회), 함경숙 팀장(서부사료) ■사 회:장지헌 축산신문 편집국장 ■일시 : 2005년 9월 21일 14시 ■장소 : 축산신문 회의실 ■사진 : 김은희 기자 ■기록·정리 : 도영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