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렇지 않아도 한우 사육두수가 계속 증가되고 있어서 내년의 한우 경기 전망에 적신호가 켜져 있는 가운데, 최근 미산 쇠고기 수입 재개가 기정 사실화되다시피하면서 가축시장과 축산물 도매시장의 소 거래와 가격 변화에 한우인들의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과연 가축 시장과 도매시장 등 한우 유통 시장에서는 어떤 변화가 있는지 현장에서 살펴 봤다. 조기 출하 등 불안 심리 표출, 거래는 “일단 지켜보자” 가축 시장에서는… 화순축협 가축시장 【전남】 화순축협 가축시장이 열린 지난 23일. 이 날은 한우송아지 경매시장이 열리는 날이라 주로 송아지 출장이 주류를 이루었다. 화순군과 인접해 있는 광주 남구에서 번식우 15마리를 사육하고 있는 박진우씨는 “송아지 가격이 더 떨어질 것 같은 불안함도 있지만 추곡수매가 되지 않아 자금사정이 어려워 송아지 한 마리를 팔러 왔다”고 말했다. 한우 30여두를 사육하고 있는 주낙모(화순읍 주도리)씨는 “소를 팔려고 해도 가격이 너무 떨어진 상황에서 함께 출하하면 더 떨어질 것 같아 출하를 자제하고 있다”며 “가격이 어느 정도 회복되면 출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주씨는 “소 값이 떨어져도 현재 농촌에서 마땅히 전환할 품목이 없어 더 떨어지면 반대로 송아지를 입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우 1백여두를 사육하고 있는 문행주(화순군 도곡면)씨는 “한우사육을 전업으로 하기 때문에 앞으로 가격등락과 상관없이 현재의 사육두수를 유지할 생각이며 오늘 송아지 3마리를 구입하기 위해 가축시장에 나왔다”고 말했다. 이날 화순가축시장에는 암송아지 29마리, 수송아지 76마리 등 총1백5마리가 출장했다. 송아지 출장두수는 평소와 비슷했지만 전장(11월8일)에 비해 가격이 워낙 낮게 형성되면서 매매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 21마리가 유찰되고 84마리가 낙찰됐다. 화순축협 송아지경매시장은 매월 8일과 23일 월 2회씩 열리는데 이날 암송아지 평균가격은 2백35만원으로 보름전인 8일장 2백98만원에 비해 63만원, 1개월 전인 10월23일 3백27만원에 비해 92만원이 각각 하락했다. 또한 수송아지 평균가격은 1백92만원으로 8일장(2백24만원) 보다 32만원, 10월23일장(2백41만원) 대비 51만원이 떨어졌다. 화순축협 가축시장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김준배 주사는 “소규모 사육농가는 불안 심리로 인해 출하를 서두르고 있는데 반해 전업규모의 농가는 출하를 자제하고 있는 상황이며 출하두수는 평소와 비슷하지만 송아지 입식 주체인 전업농가가 송아지 입식을 서두르지 않고 관망하면서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깨져 송아지가격이 하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경수 화순축협장은 “사실상 축산물수입이 이미 개방되어 있는데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온다고 해서 농가들의 불안 심리에 의해 소 값이 하락하는 것은 농가들 스스로의 문제”라며 “가격등락과 상관없이 평소 사육해오던 적정두수를 꾸준하게 유지해야 소 값이 안정되고 결국 농가들에게 이득이 돌아오게 된다” 고 조언했다. ■화순=윤양한 논산축협 가축시장 【충남】 ‘출하일령이 한참 지났으나 가격이 오르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나온 소, 출하일령은 아직 안되었어도 가지고 나온 소, 한두 달 키우다 나온 송아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재개가 임박했다는 농가의 불안감 속에 지난 23일 논산가축시장은 새벽5시 문을 열자마자 가격이 조금이라도 떨어지기 전에 팔기 위해 나온 소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하락폭이 가장 큰 지난 18일 장에 비해 출장두수는 적지만 서로 눈치만 보느라 매기가 없다. 암송아지의 출장두수가 많아 농가의 불안 심리를 가장 잘 보여주었다. 소 한 마리를 가져온 변종수(광석면 왕전리)씨는 “저번 같으면 5백80만원은 받았을 소가 오늘은 5백만원만 달라고 해도 쳐다보는 사람이 없다”며 “흥정이 있어야 매매가 되는 것 아니냐”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암담해했다. 암송아지나 수송아지 모두 매기가 없어 입식을 자제하고 있는 분위기가 시장에 그대로 나타났다. 큰 암소는 전장보다 더 많이 나왔다. 그나마 살찐 암소는 찾는 사람이 있으나 살이 안찐 암소는 70~80만원 하락했다. 평소 같으면 다 팔렸을 큰 수소도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서 이날은 살이 안찐 30% 정도는 그냥 집으로 되가져가는 현상도 나타났다.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풍경이다. 이날 논산가축시장은 소도 많이 나왔지만 매기가 워낙 없어 가격도 들쑥날쑥. 같은 소라도 초장과 파장의 가격차이가 1천원 이상 나기도 했다. ■논산=황인성 양평축협 가축시장 【경기】 한우 출하두수 증가로 인해 가격이 다소 낮아지고 있는 가운데 송아지 거래시장에서도 가격의 거품이 빠지고 있다. 경기지역 고능력 등록우 경매시장으로 이름이 높은 양평축협(조합장 남길우) 송아지경매시장에서는 지난 23일 전체 1백54두가 시장에 나와 이중 7두가 유찰이 되는 보기 드문 일이 벌어졌다. 양평축협의 김찬영상무는“계절번식으로 요즘이 송아지가 가장 많이 출하되는 시기이긴 하지만 오늘처럼 많은 수가 출하된 것은 APEC참석을 위한 미국 부시대통령의 방문과 미산쇠고기 수입재개 임박설 등으로 인한 농가들의 불안심리가 다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출하량이 많아진 것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입식을 미루고 시장상황을 지켜보는 농가들이 많아 가격하락과 유찰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날 1차 입찰에 참여한 농가는 23명으로 평소보다 10여명이상 줄어들었다. 이날 입찰된 수송아지의 평균가격은 1백94만8천원, 최고가 260만원, 최저가 150만원이고, 암송아지는 평균가 2백83만3천원, 최고가 3백45만원, 최저가 2백10만원으로 나타났다. 가축시장관계자는 한달 사이 송아지 가격이 70만원정도 떨어진 것이라고 설명하며, 송아지 가격의 거품이 빠지고 있는 것은 양축가들도 이해하는 부분이지만 너무 급격한 하락으로 인해 시장이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견해를 드러내기도 했다. 현장에 나온 농가들도 송아지가격이 다소 하락하는 것은 생산비의 부담을 줄여 안정적인 농장경영에 도움이 된다며, 아직까지 크게 우려하고 있지는 않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거세 고급육을 사육하는 농가는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어 미산 수입재개 이후에도 크게 영향받지 않을 것이라며 남다른 자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양평=이동일 도축 시장에서는… 서울축산물공판장 한육우 사육농가들이 홍수 출하를 자제하고 있어 도축물량과 지육가격이 안정되고 있다. 농협 서울축산물공판장 관계자에 따르면 소 사육 농가들의 불안심리로 출하물량이 급격히 늘어났었으나 최근 들어 홍수출하를 자제하고 있어 출하물량이 예년 수준인 350여두로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한우 지육가격도 B2등급 기준으로 kg당 지난 11일 1만3440원으로 하락했던 것이 지난 23일에는 1만4470원으로 1천원 가량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3일 도축장에서 만난 한 농가는 “소사육 농가들의 불안심리가 다소 안정되면서 홍수 출하를 자제하는 농가들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가격도 회복되어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고 설명하고 “소 사육농가들이 홍수출하만 하지 않으며 앞으로 미산 쇠고기의 수입이 재개되더라도 예년과 같은 소값의 폭락은 없을 것”이라며 홍수출하를 자제해 줄 것을 당부했다. 또한, 출하 상담을 하고 있는 이기풍 실장은 “이달 7일경부터 출하물량이 평소보다 1백여두 이상 늘어 가격이 하락되었으나 15일 이후부터는 가격이 다시 회복되었고 출하물량도 350여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농가들이 다소 불안해하며 조기출하되는 소들이 약간 있었으나 조기 출하는 거의 없어졌고 아직까지 암소의 출하는 늘어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12월말에는 출하물량이 다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가격도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곽동신 dskwak@chuksannews.co.kr 등급별 거래는… 축산물등급판정소 한우 수소와 육우의 출하량이 늘면서 이들의 가격도 다소 하락하고 있다. 특히 등급별 가격차가 두드러지면서 거세고급육 생산이 한우산업의 해법으로 부각되고 있다. 미산 쇠고기 수입재개설이 유력해지고 있는 가운데, 주로 2등급을 유지하는 미산쇠고기와 품질수준이 비슷한 우리나라 한우 수소 및 젖소 육우 농가가 심리적 압박을 받고 있고, 이에 따라 해당농가들이 출하량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축산물등급판정소(소장 김경남, 이하 등판소)에 따르면 우리나라 한우 수소와 젖소 육우의 등급판정결과는 70%가 3등급인데, 3등급 우육가격이 kg당 1만3천원대에서 지난 23일에는 가락동 농협서울축산물공판장에서 거래된 3B등급 가격이 1만2천750원이었다는 것이다. 이와 비교해 같은 날 1++등급은 1만9천800원대에 거래됐는데, 이는 평소 한개 등급마다 약1천원 정도였던 가격차가 3천원대까지 벌어진 것이다. 등판소 관계자는 “위기감을 느끼는 한우 수소 및 젖소 육우 농가들은 출하량을 늘리려는 추세지만, 미산쇠고기와 품질경쟁에서 떨어지지 않는 거세우 비육농가들은 오히려 느긋한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향후 미산 쇠고기 수입재개가 현실화 될 경우, 국내시장에서 수소 및 육우와 거세고급육간 가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도영경 ykdo@chuksan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