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축산현장에서 축산인을 만나 구제역과 관련한 이야기를 해보면 구제역 재발을 막아야 한다는데 대해서는 누구나 인식하고 있다. 인식에 대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쨌든 구제역 재발을 막지 못하면 큰 일 난다 것은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 퍽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구제역 방역 전선에 이상이 없다고 생각하면 큰 코 다친다. 상당수의 축산농가, 특히 부업 축산농가들의 구제역에 대한 인식은 구제역이 재발돼서는 안된다는 것을 아는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정작 구제역 재발 방지와 관련한 필요한 수칙들을 제대로 지키는 수준에까진 도달해 있지 않음으로써 축산농가들의 구제역 재발 방지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제역 재발의 허점은 여전히 상존해 있는 것이다. 소독약은 어떤 것을 써야 하며, 희석배율은 또 어떤지, 축사 내부 소독과 외부 소독은 어떻게 달리 해야 하는지등은 물론 가축 수송 차량이나 외부인의 출입 통제등 소위 차단 방역에 대한 인식이 아직은 매우 미흡한 수준이다. 더욱 큰 문제점은 아직도 소독을 축주 자신이 직접하지 않고 행정기관이나 축협등 관련 단체에서 해주겠지 하는 "의타심"에 젖어 있는 것이다. 그러니 소독이 건성일 수 밖에 없다. 그저 소독약을 한 번 뿌리는 것으로 소독이 제대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 축사에는 어떤 소독약을 쓰는 것이 바람직한지, 희석배율을 어떻게 하고 소독약을 뿌릴 때는 어느정도 뿌려야 하는지 축주가 관심을 갖고 있어야 남이 소독을 해줘도 효과가 있는 법이다. 그렇지 않고 그동안의 관행대로 그저 남이 하는대로 소독의날이니까 소독을 했다고 해서는 우리 축산을 지킬수 없다. 흔히 부업축산농가들은 "나야 뭐, 구제역이 발생해봤자 가축 몇마리 살처분하고 보상 받으면 그만"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당연히 경계해야할 인식이다. 내가 사육하는 가축 몇마리에 구제역이 발생하면 그 피해가 축산을 하는 사람은 물론 축산을 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구제역이 발생됐을 경우 농촌경제의 피해에만 그치지 않고 도시에 사는 내 가족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제역이 발생하느냐, 아니면 구제역 발생을 막고 구제역 청정국가로 가느냐의 차이는 정말 백지 한 장의 차이다. 축산농가에서 질병 방역을 위해 관심을 좀더 기울이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구제역이 아니더라도 축산을 하는 농가들은 가축질병은 누가 막아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막는다는 인식을 철저히 해야 한다. 그것이 축산농가 개인의 소득을 늘리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치료보다 예방이 비용이 적게 든다는 간단한 이치를 다시한번 상기해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