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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 / 폭설피해 현장을 가다

뉴스관리자 편집장 기자  2005.12.27 16:3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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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우고 돌아서면 쌓이는 눈, 눈, 눈…
무너진 축사앞에 축산인 ‘망연자실’

12월 내내 폭설이 내린 전남·북지역과 충남 서해안지역에서는 축사가 붕괴되고 가축이 폐사되는 축산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몇일 간격으로 계속 덮친 폭설은 피해농가들의 복구작업을 어려게 하는 것은 물론 피해규모까지 지속적으로 늘려가고 있어 관련농가들의 경영회생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이다.
지자체와 군, 경찰, 자원봉사자, 일선축협 모두가 나서 피해복구작업에 매달리고 있지만 장비와 인력부족으로 여기저기서 안타까운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폭설피해 현장에서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특별재난지역 선포 등을 통한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줄 것으로 바라고 있다. 폭설 피해현장을 찾아 가장 현장의 목소리를 담았다.

【전남】 기록적인 폭설로 전남지역 축산피해는 5백32억원을 넘어섰다.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 26일 현재 축사 및 퇴비사 파손 5백28억원, 가축 폐사 4억8천7백만원 등 총 5백32억8천7백만원의 축산피해를 입었으며 피해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남은 연일 계속되던 폭설이 멈추면서 도내 곳곳에서 폭설피해 복구작업에 공무원과 군인, 소방대, 자원봉사자 등이 굴삭기, 트럭, 절단기 등 장비를 동원해 응급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워낙 피해규모가 커 인력과 장비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축사붕괴, 가축폐사와 같은 직접적인 피해 외에도 폐사를 면한 가축들이 스트레스로 인해 사료섭취율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으며 젖소의 경우 산유량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어 피해농가들의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전남 나주시 문평면 학동리 현호농장(대표 이기륜)은 축사가 붕괴되면서 착유우 1마리가 폐사했으며 붕괴과정에서 놀란 젖소들이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착유량이 1일 1백50kg 줄어드는 피해를 입고 있다. 이기륜 대표는 “축사 붕괴로 당장 철거작업을 해야 하지만 인력과 장비도 부족한 실정이며 자금사정까지 여의치 않다”며 “신속한 인력 및 자금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선시군 축산관계자들도 “피해농가들의 인력과 장비 지원 요청이 빗발치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해 제대로 지원을 못하는 실정이며 추가피해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한편 전남도의회는 지난 23일 폭설과 관련해 “지자체의 열악한 재정형편으로 복구가 불가능하다”며 “조속히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줄 것”을 중앙정부에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전북】 기상관측 이래 최고라는 기록을 세운 폭설이 몇 번씩 휩쓸고 지나간 전북 고창·부안·김제·정읍지역의 피해농가들은 평생을 축산밖에 모르며 애지중지 키우던 가축을 하루아침에 잃고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망막해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3일부터 시작된 폭설은 하루 동안 내린 적설량이 70cm을 기록하는 등 자고나면 피해농가가 늘어나면서 정확한 피해규모 조차 파악하기 힘들 정도이다.
피해가 가장 큰 축종은 낙농. 동진강낙협의 경우 지난 23일까지 3백여 납유조합원중 1백30여 농가가 젖소폐사 90두를 비롯해 3백9마리의 피해를 입었으며 축사완파 49동, 반파 91동 등이 집계되고 있는 가운데 반파농가가 계속 나와 피해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폭설피해지역 축협들은 조합장을 중심으로 대부분의 직원이 눈길을 헤치고 사료를 배달하는 등 복구지원에 매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공무원, 군과 경찰 등이 총출동해서 복구에 나서고 있지만 인력과 장비 부족으로 애를 태우고 있는 상황이다.
고창지역 낙농가인 신중철씨는 축사가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폭삭 주저앉아 직장에 다니는 아들이 지붕에 올라가서 눈을 치우다가 지붕이 무너져 구급차로 실려 가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고창 부안면 조양리에서 양돈을 하고 있는 안재호씨는 모돈사 2동이 피해를 입었는데 그래도 살아야한다는 의욕으로 가족과 친지를 총동원해서 추위도 잊은 채 복구에 매달리고 있었다. 연일 폭설피해 농가를 방문, 격려하고 있는 고창축협 오균호 조합장은 24일 현재 2백10농가에 55억원의 피해가 집계됐다며 피해규모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충남】 폭설은 충남지역에도 축산피해를 남겨 서천과 보령지역을 중심으로 많은 축산농가에서 가축이 압사하거나 축사가 붕괴되는 피해를 입었다.
20여일 전부터 내리고 녹고를 반복하던 충남 서해안에 내린 폭설은 2주전부터 쌓여 지난 20일부터 급기야 피해속출로 이어지면서 22일 현재 농협충남지역본부 집계결과 한우 14농가 24동, 양돈 2농가 6동, 양계 17농가 31동, 낙농 2농가 2동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령지역은 한우와 양계농가를 중심으로 주산면 축사 12동을 비롯해 48동이 피해를 입었으며 피해보고가 계속돼 피해규모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24일 현재 서천지역도 서면 개야리 김영우씨의 양돈장을 비롯해 40농가에 70동이 피해를 입어 피해액이 7억6천여만원에 이르고 있다. 피해가 나자 보령축협과 서천축협은 직원들이 나서 피해 집계에 나서는 한편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윤양한·황인성·김길호·김춘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