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에서 손꼽히는 관광대국 태국.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발생이전까지만 해도 최대 닭고기 수출국의 대열에서 맹위를 떨쳐온 나라이지만 그 외 축산업에 대해서는 여타 동남아 국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판단에 그동안 우리의 관심사에서는 외면돼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에 태국에서 접한 아름다운 양돈장은 한마디로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방콕에서 1백20㎞떨어진 란차브리주시의 우돔덱(Udomdech)농장이 바로 그곳이다. 농장 부지만 1백에이커에 달하는 우돔덱농장은 모두 25개의 돈사에서 돼지 3만4천두가 사육되고 있다. 넓은 진입로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정열돼 있는 돈사 사이사이에는 형형색색의 꽃들과 조경수가 태국의 이국적인 정취와 조화를 이루며 낯선 이방인들로 하여금 절로 탄성을 지르게 한다. 농장 한켠을 병풍의 한칸처럼 둘러싼 기암절벽은 마치 정면에 놓인 돈사를 포옹하는 듯한 형국을 연출, 사진 한컷에 모든 것을 담아내기에는 역부족일 정도. 마침 우돔덱농장을 방문한 현지 동물약품회사의 한 수의사도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곤 ‘뷰티풀 팜’이라는 환호와 함께 카메라 앵글을 조절하는데 여념이 없다. 이국적 아름다움에 ‘탄성’ 놀라운 것은 우돔덱 같은 아름다운 농장이 태국내에서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농장주인 수파와디(Supawadee teerasuttayakul) 여사는 “태국 축산국(DLD)의 지시에 따라 일정수준 이상의 사육규모 양돈장은 농장가꾸기를 실시해야 한다”면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태국의 대규모 양돈장에서는 흔히 접할수 있는 광경일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여느 동남아 국가보다는 경제수준이 앞선 곳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와 비교해 아직 뒤쳐져 있는 만큼 환경문제는 도외시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여지없이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그것도 우돔덱농장을 비롯한 대부분의 대규모 양돈장이 도시에서는 다소 떨어진 전형적인 농촌지역에 위치한데다 워낙 광할한 부지를 확보, ‘민원’의 여지조차 없음에도 말이다. 특히 우돔덱농장의 가축분뇨 자원화는 우리의 수준을 넘어설 정도로 평가되고 있다. 한 때 국내에서도 큰 관심을 끌었으나 별 성과없이 잊혀져간 메탄가스 발전이 실용화, 일부 외부판매까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우돔덱농장이 스페인에서 도입한 메탄가스 발전시설은 9백Kwh 용량으로 태국내에서도 최대규모를 자랑한다. DLD의 총책임자가 직접 농장을 방문해 현장을 시찰에 나설정도로 현지정부의 관심도 높은 편이라고. 메탄가스로 발전 여기서 생산된 전기의 80%는 농장운영에 투입되며 나머지는 20%는 정부에 1Kwh당 2바트를 받고 판매, 결과적으로 생산비 절감과 부외소득까지 올리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를위해 모든 돈사에서 생산된 가축분뇨는 한곳에 모아지며 고형물은 부숙해 퇴비화를, 뇨의 경우 몇단계 정화과정을 거쳐 주변의 강으로 방류된다. 물론 배설 절대량이 적지 않다보니 집합지의 용량이 부족,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막상 농장측은 크게 게의치 않는 눈치다. 워낙 넓은 부지와 풍부한 산림자원을 확보하고 있다는 여우로움 때문이리라. 실제로 기존 집합지 바로 옆에는 또다른 대형 집합지 설치가 추진되고 있었다. 그러나 우돔덱농장은 결코 외형적인 아름다운만 추구하는 ‘보여주기 위한 농장’이 아니었다. 방역에서부터 생산성제고를 위한 농장관리에 이르기까지 어느 한부분 소홀함이 없음이 농장곳곳에서 배어난다. 잉여전력은 외부판매 우선 비육돈 전용농장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출입자는 반드시 전신샤워장을 거쳐야만 출입이 가능할 정도로 철저한 차단방역이 이뤄지고 있을 뿐 만 아니라 자체 고용수의사로 하여금 동물약품업체의 컨설팅과 연계, 농장전반에 걸친 질병관리를 담당토록 하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1개의 돈사마다 1명의 전담관리인이 투입된다는 점. 그렇기에 하루 두차례에 걸친 물청소가 가능, 돈사내부는 언제나 쾌적한 사육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자동화는 아직 미진한 상태이지만 돼지사육에 적절한 배합의 콘크리트 평사에 쿨셀을 확보한 터널환기 형태의 돈사시설은 가히 ‘수준급’ 이라는게 동행한 국내 양돈전문가들의 한결같은 평가. 더욱이 자체 번식없이 자돈 전량을 일정한 검증과정을 거쳐 선택한 외부 8개농장에서 공급받되 이들 자돈농장에 따라 돈사를 관리, 입식에서부터 출하까지 한돈사에서만 사육하는 일종의 돈사별 ‘올인-올아웃’ 시스템도 빼놓을 수 없는 특징으로 지목됐다. 농장 내부에 자가배합 시스템을 확보, Pre-mix를 구입한 사료회사의 배합비 자문을 토대로 사료를 자체생산해 급여하고 있는 점도 생산비 절감의 주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1개돈사 전담 관리인 투입 이러한 노력 때문일까. 수파와디 여사는 “돼지생산비는 우리돈으로 1천원 정도인 kg당 37바트선으로 현지에서도 매우 낮은 편에 속한다”고 자신있게 밝힌다. 우돔덱농장의 아름다움과 농장관리는 천혜의 자연조건과 함께 국내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건비가 뒷받침되기에 가능할지 모른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은 환경문제에 대해 미리 대처하는 정부나 그 시책에 적극 동참하는 태국 양돈농가들의 의지는 향후 또다른 돈육수출 강국으로 부상할 가능성을 엿보았다면 비약이 될 수 있을 까. 실제로 태국에서는 돈육수출이 가능한 도축장 설치 및 관리강화와 함께 양돈협회의 수장이나 정부 고위관리 모두 해외진출에 강한 집념을 내보이기도 했다. 이에 아름다운 농장가꾸기 역시 돈육수출을 위한 사전 작업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기도 했다. 분명한 것은 ‘앞마당식’ 소규모 양돈농가들이 아직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는 있지만 태국 역시 사육규모의 전·기업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기업 양돈인들의 경우 저마다 부와 명예를 동시에 거머쥔 존재로 입지를 굳힘으로써 양돈산업에 대한 위상이나 평가역시 높을수 밖에 없다는데 부러움을 감출수 없었다는 점이다. ■방콕=이일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