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우수한 소’, ‘고급육’과 같은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사전적인 의미로 ‘우수하다’라는 것은 “여럿 가운데 뚜렷하게 뛰어나다”이고, 앞에서 언급한 ‘고급’의 뜻은 “품질이나 수준 따위가 높은 것”을 말한다. 무엇을 비교한다는 것은 항상 비교하는 기준이 있기 마련이다. 비교기준이 체중인지, 근내지방도인지, 아니면 등심면적인지 등에 따라 ‘우수한 소’는 달라질 수밖에 없고, 고기가 연해야 하는지, 지방이 적어야 하는지, 잘 구워져야 하는지, 육즙이 많아야 하는지, 맛이 고소해야 하는지 등에 따라 어떠한 고기가 ‘고급육’인지를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지금까지 우리는 ‘우수한 가축’과 ‘고급육’ 생산을 외치며 달려 왔지만 과연 무엇이 우수한 가축이고 어떤 것이 고급육인지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하는데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는지 반성해 보아야 할 것이다. 현재 농림부에서는 씨수소를 검정하고 유전능력평가를 하여 각 형질별로 구한 유전능력 중 근내지방도에 50%, 등심단면적에 25%, 도체중에 25%의 가중치를 주어 이 성적을 합산한 값을 바탕으로 상위 20두 내외를 매년 선발, 농협 가축개량사업소로 하여금 정액을 생산하여 농가에 보급토록 하고 있다. 현재 농협 가축개량사업소에는 총 64두를 보유하고 있고 매년 20두 내외를 갱신하여 한우개량을 도모하고 있다. 즉, 농림부에서는 우수한 한우씨수소의 판단 기준을 산육능력(50%)과 근내지방도(50%)에서 골고루 우수한 성적을 보이는 것으로 하고 있고, 이 기준에 맞추어 성적순으로 정액을 1~3등급으로 구분하여 판매를 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농협에서 현재 사용하고 있는 판단기준을 무난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농가나 브랜드 주체의 입장에서 보면 각 주체별로 지향하는 목적이 뚜렷하기 때문에 현재의 평가기준이 현실성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어떠한 농가에서는 등심단면적과 근내지방도를 높이는 것이 목표일 수 있고, 다른 농가에서는 근내지방도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할 수도 있기에 이러한 경우에는 농협에서 정한 1등급, 2등급, 3등급은 그 의미는 상실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에게 알맞은 한우씨수소 정액은 어떻게 선정할 것인가? 농협 가축개량사업소에서 정기적으로 배포하는 한우보증씨수소의 유전능력과 정액등급, 그리고 씨수소별 근친씨수소 내역 등을 요약 수록한 정보지와 축산연구소에서 각 씨수소별 능력을 상세하게 실어 발간하고 있는 한우유전능력평가 보고서를 이용하면 나에게 적절한 정액을 선택할 수 있다. 이들 정보지나 보고서에는 각 씨수소의 형질별 유전능력을 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농협 정보지에 수록된 1등급 한우 씨수소 KPN498, KPN486과 3등급 KPN374를 살펴보자. KPN498의 도체중, 배최장근단면적, 근내지방도에 대한 유전능력은 각각 -5.62(㎏), -0.16(㎠), 1.02(점)이고, KPN486은 각각 15.96(㎏), 3.92(㎠), 0.05(점)이며, KPN374 (3등급)에서는 각각 -2.67(㎏), -0.98(㎠), 0.43(점)이다. 같은 1등급이지만 근내지방도만 살펴보면 KPN486은 3등급인 KPN374보다도 못하여 같은 1등급 정액일지라도 어느 특정형질을 볼 때에는 그 성적이 등급과 상관없게 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맹목적으로 등급만을 보고 정액을 선택하지 말고, 정보지에 수록된 유전능력을 꼼꼼히 챙겨가면서 내가 원하는 것이 어떠한 것인지를 찾아 그에 맞는 정액을 선택하는 지혜를 가져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