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서 씨수소만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였다. 사람으로 이야기를 하자면 신랑감에 대해서만 그 키와 능력이 좋고 나쁨을 따진 것이다. 내 딸이 키가 작으면 키가 큰 사위를 얻고자 할 수도 있고, 외모가 좀 빠지면 이를 만회할 수 있는 그런 사윗감을 찾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네 농가에서는 아직까지 키우고 있는 딸이 키가 작은지 능력이 우수한지 어떤지를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아, 그저 남들이 훌륭하다는 사윗감만을 찾아다니기에 급급한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물론 자식이 모두 뛰어나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어느 하나 모자람 없이 고르게 잘 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출하하는 소가 그 품질이 항상 일정하게 나오는 것이 좋은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각 개체별로 그 개체의 부족하고 넘치는 부분을 알게 되면 씨수소를 선택할 때 암소의 넘치는 부분은 조금 부족하더라도 암소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씨수소를 선택하여 농장 내 모든 소의 능력이 고르게 되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암소에 대해서도 정기적으로 체중을 측정하고 혈통을 기록하고 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수고를 기꺼이 하고자 한다면 무턱대고 하지 말고 축산 연구소나 농협 가축개량사업소에 문의하여 쉽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미리 알아볼 것을 권한다. 열심히 체중을 재지만 결국은 쓸모없는 일이 되어 버리기 쉽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수한 소’를 말할 때 생각해 보아야 할 점, 내게 알맞은 씨수소 정액을 선택할 때 1등급만 고집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 또한 내 암소의 능력을 알고 있을 때에 비로소 올바르게 정액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간략히 살펴보았다. 내가 키우고 있는 한우의 개량은 결코 나라의 일도 아니요, 농협의 일도 아닌 농가 자신의 일이다. 이제는 남이 만들어준 정액을 무턱대고 사서 쓰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정액이 무엇인지를 고민해보고 만약 그러한 정액이 없다면 그러한 것을 생산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아가 그러한 정액생산에 참여하는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