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의 체결은 한국농업에 있어서 상당한 변화를 초래할 것이며, 유가공산업과 낙농산업에도 어떠한 형태로든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물결을 맞이하여야 하는 한국 유가공산업과 낙농산업은 산업합리화를 달성하고 국제경쟁력을 향상시키는 등 산업발전을 도모하는 것을 더 이상 지연시켜서는 아니 될 것이다.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산업내에 적절한 경쟁관계가 존재하여야 하며,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검증받음으로써 국제경쟁력을 자생적으로 키워낼 수 있을 것이다. 언제까지나 정부나 국민세금에 의존하면서 산업경쟁력을 키워나갈 수는 없을 것이다. 낙농선진국들은 WTO의 기본정신인 ‘거래자유화, 규제완화·철폐, 시장왜곡제도의 철폐, 공정한 경쟁’ 등 시장원리가 작동되는 원유 집유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또한 단일 생산자단체에 귀속되는 독점적 교섭권 또는 원유판매 독점권은 한국을 포함한 각국의 공정거래법에 위배될 가능성이 극히 높으며, 이러한 독점권은 선진 낙농국가에서 현재 법률로 공인되고 있지 않다. 과거 일본과 영국의 경우 낙농협동조합 중앙회에게 원유판매 독점권을 법률로써 보장하였으나, 각기 1981년과 1994년에 중앙회의 독점권을 박탈하였다. 그 이후 일본과 영국의 낙협 중앙회는 가격 교섭을 행하지 못하게 되었으며, 각 지역별 낙농협동조합이 각 유업체와 가격교섭을 행하고 있다. 즉 시장에 다수의 공급자와 다수의 구매자가 존재하여 공급자간 및 구매자간 견제와 경쟁을 통하여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산업합리화를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단일주체에 의한 독점권을 법률로써 인정하는 곳은 캐나다가 유일하다. 캐나다의 경우, 특정 권익대변단체가 아닌 정부가 원유관리·판매 독점권을 가지고 있다. 독점권과 더불어 캐나다 정부는 원유수급 및 소비자가격 책정, 유가공업체의 적정마진 보장, 원유 생산비 책정, 유제품의 수출입 등에 관한 모든 책임을 정부가 지고 있다. 이와 같이 단일주체에 의한 독점권은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덴마크와 스웨덴의 Arla사, 뉴질랜드의 Fonterra사는 낙농협동조합을 모태로 하여 수십 년간의 경쟁과 통합이라는 시장원리에 의하여 자국 내에서 오늘날의 지위를 획득하고 있다. 그러나 각국 정부는 소비자, 경쟁 유가공업체, 낙농가의 자율성에 폐해를 끼칠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도 규제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독점을 위한 법률적 규제가 아니라 오히려 반독점과 공정거래를 위한 규제인 것이다. 이와 같이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국내에서는 ‘원유판매위원회’의 결성을 추진시켜 ‘전국 규모의 단일 원유판매 독점권’을 가지고자 주장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다. 그리고 이러한 시도는 국내의 공정거래법뿐만 아니라 WTO의 기본정신과 시장원리에도 위배되는 것이며, 세계적 원유집유제도 개선방향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는 것이다. 낙농산업의 특성상 낙농가 또는 낙농협동조합이 교섭력을 높이기 위하여 결속하는 것은 이해되어지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가칭)원유판매위원회’ 또는 ‘낙농협동조합 중앙회’와 같은 단일주체에 의한 독점적 교섭력은 전술한 바와 같이 인정될 수 없는 것이며, 낙농선진국의 예와 같이 원유거래시장에서 적정수준의 경쟁이 존재하는 조건하에서 합리적인 교섭력은 인정되어 질수 있다. 농가들이 ‘거래교섭력을 확보하는 것만이’ 농가들의 권익을 지키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라고 주장하는 일부 의견은 혼란스러운 논란만을 가져올 뿐이다. 산업 내에 공정한 경쟁이 존재할 때 산업자체가 발전하고 상반된 이해당사자들도 공영·공생하게 되는 것이다. 언론매체는 이러한 점을 올바르게 계도해 주어야 할 것이다. 일본의 경우, 원유판매협동조직(MMB)을 구축하는데 있어서 외국의 보편적인 규정과 예를 참고하여,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한 ‘복수의 원유판매협동조직(MMB)’이 주체가 되어 정부와 합리적인 대화를 갖고 집유제도 개선을 위하여 노력하였다. 현재 일본과 영국, 덴마크, 뉴질랜드 등 낙농선진국의 집유체계는 ‘유업체 직결체제’와 ‘복수 원유판매협동조직(MMB) 집유체제’를 병행하여 시행하고 있다. 한국의 집유제도 개선방안 도출에 있어서 선진 낙농국의 선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