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4년 2월10일, 장기불황속의 경영난 악화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발생에 따른 후폭풍속에 연이은 부도설이 흘러나오던 (주)체리부로는 결국 화의를 신청하게 된다. 이 때만해도 주위에서는 화의가능성에 대한 부정적 반응과 함께 “이제는 끝난 것 아니냐”는 시각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로부터 4일후 청주지방법원으로부터 화의인가를 받은 체리부로는 “화의성공 확률은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갈 확률”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지난 14일 법원으로부터 ‘화의보고의무면제’ 를 통보받기에 이른다. ■화의통한 성공사례 드물어 화의인가 당시 채무상환 조건은 1년거치 4년 분할상환. 부채탕감도 없이 담보채권등에 대해서는 금리가 오히려 인상된 상황이었던 만큼 그 실현여부는 더욱 불투명하기만 했다. 타 산업에서 조차 화의를 통한 성공사례가 드문데다 당장 현금구매만이 가능한 사료확보는 물론 사육농가들의 정상출하 조차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체리부로는 그시기를 절반이상 앞당긴 1년9개월여만에 화의종결에 성공했다. 우선 화의이전에만도 6개월 이상 지연돼 왔던 계열사육농가에 대한 사육비(약 30억원)를 1년도 안돼 모두 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종계장에 대해서는 6개월만에 밀린 대금을 결제했다는게 회사측의 설명. 이를토대로 인가당시 상거래 채무 1백50억원을 지난 ’04년 5월 전액 변제하는 한편 3백억원에 달하는 금융권 채무의 경우 변제(2백억)와 정상차입 대체(1백억) 형태로 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육농가 동요 없어 체리부로의 조기 화의종결은 무엇보다 사육농가들의 동요가 없었다는게 결정적으로 탄탄한 회생의 발판을 마련한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화의개시 후 회사로의 정상출하를 주저하는 농가들을 직접 설득할 정도로 ‘회사지키기’에 열정적으로 나선 체리부로농가협의회가 농가 결집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분석. 사료의 경우도 일부 배합사료 업체의 전폭적인 지원속에서 은행권에 의한 화의였던 만큼 일부 현금동원이 가능, 큰 문제 없이 농가들에게 공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조류인플루엔자 발생을 계기로 큰 폭의 생산감축이 이뤄진 반면 전국 각계 각층에서 닭고기 먹기 운동이 급속히 확산, 닭고기 소비 증가 더불어 장기간 고가의 닭값이 지속된점도 주요인이 됐다. ■계열화업체에 좋은 교훈 이러한 체리부로의 화의탈출은 그러나 여타 경쟁업체 입장에서는 결코 반가운 이야기만은 아닌 것이 냉험한 자본주의 체계하의 현실이다. 실제로 2003년 자본잠식 상태였던 체리부로는 지난 ‘04년 부채비율이 1050%, 다음해인 ’05에는 88%대까지 낮아져 더욱 안정적인 재정구조를 확보하게 됐다. 더욱이 지난해 매출대비 이익률이 계열화업계로서는 좀처럼 기대하기 힘든 10%대를 상회할 정도로 탄탄한 경영구도를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화의로 인한 외형위축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반면 제주도 진출에 이어 오는 6월경에는 기존 도계작업 규모(12만수)를 능가, 하루 18만수 작업이 가능한 2개의 신형 도계라인을 갖춘 신축공장이 본격 가동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 이공장은 자동화는 물론 에어칠링 시스템과 함께 국내 최초로 각종 자료의 농가피드백이 가능한 ‘개체별 사진 판독시스템’ 까지 갖춘 것으로 알려져 경쟁업체들을 긴장케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화의종결은 다른 모든산업을 통해 화의성공률이 극히 낮은 그간 추세를 고려할 때 김인식 회장은 물론 동종업계에서도 ‘육계계열화사업의 가능성을 대내외에 확인하는 계기’라는 평가에는 이의가 없다. 실제로 경제계에서는 화의에 대한 실효성 문제가 끊임없이 지적되며 이제도가 곧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계열화사업에 있어서 농가와의 계열주체와의 올바른 관계설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며 상호 마찰과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는 여타 계열화업체에는 좋은 교훈이 될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일호 L21ho@chuksan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