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 세월 한 자리를 지키고 낙농을 하다 보니 어느 새 도시화에 따라 주택가 한 가운데 자리하게 된 일신목장(대표 박장순). 충북 청주시 상당구 사천동 옛 충북종축장 자리 옆에 위치하고 있는 일신목장은 충북지역 낙농산업의 역사를 고스란히 지니고 있는 곳이다. 이 동네 터줏대감이지만 개발로 인해 어느 덧 도심 한 복판에 유일하다시피 남아 있는 축산현장이 됐다. “45년 동안 이곳에서 목장을 경영해 왔다”는 박장순 대표. 박 대표는 처음 낙농을 시작할 때만 해도 주위가 모두 농사를 짓는 땅이어서 환경문제나 민원 등이 크게 없었지만 지금은 개발 여파로 주변에 농지조차 별로 남아 있지 않은 형편이어서 분뇨 등 목장 환경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 때문인지 일신목장은 진입로는 물론 우사 안팎, 초지까지 깔끔하게 정리돼 있었다. 시설은 오래되고 낡았지만 지저분하지 않고 한 눈에 봐도 깨끗하다는 느낌이 목장주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는 듯 했다. 우사 옆에 서 있어도 신기할 정도로 분뇨 냄새조차 나지 않는다. 우사 주변과 사무실, 초지로 이어진 길 위에는 흔한 쓰레기 하나 없이 빗질 자국만이 선명하다. 착유실도 깔끔하게 정리돼 있기는 마찬가지. 사무실 옆에는 스스로 만들어 놓은 쓰레기 분리 수거대가 눈길을 끈다. 항상 이렇게 청소하고 깔끔하게 정리하냐는 질문에 박 대표는 “원유를 다루는 목장이 깨끗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청결함을 유지한다는 것이 혼자서는 하기 힘든 일이지만 다행히 목장을 관리하는 부부 모두가 유난히 부지런해 도움을 많이 받는다”고 소개했다. 현재 낙농진흥회에 납유(1천2백ℓ)하고 있는 일신목장은 착유 45두 규모. 우사는 비가림시설까지 4백평이며, 초지는 2만2천평이다. 체세포는 보통 1등급. 신경을 약간 못쓰면 2등급도 나오지만 평균으로 따지면 1등급은 유지하고 있다고. 유지방은 4.1~4.2라고 소개한다. “목장 초기부터 초지를 확보하고 분뇨를 환원해 사료작물을 키워왔다”는 박 대표는 “초지가 없었으면 분뇨처리에 많은 애를 먹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일신목장은 우사에 왕겨를 쓰고 있는데 발생되는 분뇨 전량을 부숙시켜 연 2회 사료포에 살포하고 있다. 초지는 호밀과 옥수수를 이모작으로 활용하고 있다. “깨끗하고 아름다운 목장 가꾸기는 누가 권유해서 하는 것보다 스스로 실천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박장순 대표는 “굳이 꽃나무를 심고 조경을 해야 아름답고 깨끗한 목장이 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주위의 시선이나 민원이 무서워 깨끗하게 한다기 보다 깨끗하고 위생적인 원유를 생산해 스스로 자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개발 때문에 목장을 계속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는 박 대표는 이천에도 동생이 운영하고 있는 일신목장이 있는데 정 어려우면 그 곳으로 목장을 합쳐서라도 낙농을 포기할 생각은 없다고 말한다. 박장순 대표는 전 청주우유 조합장을 지낸 낙농지도자로 지금은 목장을 경영하면서 충북탁구협회장을 맡아 활발한 사회활동을 펼치고 있다. 신정훈 jhshin@chuksan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