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축장 경영난이 갈수록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도축업계에 따르면 지난 해 도축장 평균가동률은 소 16%, 돼지 39%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대비 소 0%p, 돼지21%p 감소한 수치로 지난 해 제조업 평균가동률 79.4%와 비교할 때 현저히 낮은 수치다. 한 예로 강원도 태백의 모 도축장의 경우 사업주가 직접 도축을 하고 있다. 인건비를 지급할 여건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전국 도축장 중 하루에 소 한 두 마리 작업이 전부인 곳도 여러 군데다. 경기도 광주에 소재한 도축업체 우진산업 이정희 대표는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내부 페인트칠부터 시작해 안 해본 일이 없다”면서 “게다가 없는 돈에 빚까지 내 HACCP 인증을 받으면서 10억에서 20억원까지는 어느 업체나 부채를 떠안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포천 소재 포천농축산의 권택상 전무는 “돼지 한 마리를 도축하고 1만원을 받는데 전기요금만 2~3천원 정도가 나간다. 여기에 운송료와 폐기물처리비 등을 제하고 남는 2천원으로 인건비와 시설운영을 해결해야 한다”며 “현재 전국에 흑자 내는 도축장은 하나도 없다”고 단언했다. 이들의 이야기는 국내 도축산업이 처한 위기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2003년 모든 도축장에 HACCP 인증이 의무화 되면서 도축업계는 물론이고 정부당국도 HACCP 인증을 위한 제반 시설투자가 어려운 사업장은 자연스럽게 도태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도축업계는 HACCP 정부인증이 민간인증으로 확대되면서 위생이나 시설상태가 기준미달인 도축장에도 HACCP 인증은 이뤄졌고, 전국의 도축장 수는 전혀 줄지 않은 채 오히려 운영상태가 부실한 사업장도 난립하게 돼 가동률은 더욱 떨어졌다고 주장한다. 시설투자비의 과다에 따른 적정 매출규모를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한·칠레FTA 체결 직후인 2003년부터 연간 돼지도축두수는 1백만두씩 감소했다. 도축장들은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업체들끼리 눈치를 보며 요금인하 경쟁에 들어갔고, 결국 10년전 책정된 도축수수료보다도 낮은 수준에 달해있다. 지난해 말 한국소비자연맹의 ‘도축장 HACCP 운영평가위원회’는 현행 전국 90여개 도축장이 HACCP 운영과 경영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4분의 1 수준인 20여개소만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축산물위생처리협회는 현재 전국의 HACCP 인증을 받은 94개 도축장이 과잉시설로 인한 경영압박으로 인해 지속적 위생관리가 어려운 상태라며 도축장 구조조정을 위한 특별법 입법 또는 한우와 양돈자조금과 같은 방식으로의 기금조성 등 강력한 정부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협회는 도축장에서의 전력사용 요금을 미곡처리장 또는 수산물 냉동시설과 같은 수준으로 적용해 줄 것과 함께 도축수수료 적정가 고시, 도축장 통폐합 시설자금 이용시 거치기간 무이자 적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농림부는 다소 난색한 표정이다. 도축장은 농업경영체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구조조정 자금을 조성하기 위한 별도예산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FTA협상 등 축산업의 대외시장개방이 가속화됨에 따라 우리 축산물의 경쟁력은 위생적 수준이 좌우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 축산물의 위생수준을 올리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도축산업 문제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하며 정부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도축산업은 축산물 유통의 중추역할을 하므로 더 이상 농업분야에서 제외돼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도영경 ykdo@chuksan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