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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길도 필요한 합병문제

뉴스관리자 편집장 기자  2001.04.11 12:4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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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조합에 대한 합병논의가 수면위로 부상해 거의 공개적으로 거론되면서 일선축협이 어수선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이 때문에 만나는 조합관계자들마다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고 하소연이며, 모두가 합병논의의 구체안을 귀동냥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임직원들의 이런 모습은 마치 입시에 연거푸 낙방한 재수생이 답이 나오지 않는 진로문제로 고민하는 모습에 다름 아니다.
2단계 협동조합개혁의 핵심인 부실조합 합병문제가 불거지면서 비롯된 어수선함은 지난해 중앙회통합이후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땐 불안감 못지 않게 ‘큰집’으로 믿고 따랐던 중앙회가 소멸된데 따른 상실감같은 감정적인 요소가 다분했다면 지금은 일터가 없어질지 모르고 자신이 만든 조합이 없어지는걸 자신의 눈으로 보아야 한다는 불안감이나 자괴감이 그 바탕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부실은 어떤 형태로든 털어내야 하고 책임질 사람은 응당 책임도 져야 한다. 부실이 치유불능인 ‘악성종양’으로 발전하거나 더 커지기 전에 합병이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해야 한다. 이런 일이 몇몇 사람의 일터나 특정인의 명예를 지키려는 소아병(小兒病)적인 집착이나 감정에 방해받아서도 안된다. 최근의 부실기업 문제에서 보듯 부실조합 역시 종당에는 국민경제에까지 부담을 준다는 점에서 이를 해소하자는데는 정말이지 이의가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러나 부실조합 정리차원의 합병문제는 당위성 못지 않게 그 이면(裏面)에 도사린 문제점도 없지 않은게 엄연한 현실이다.
합병대상 조합의 부실을 털어내기 위한 비용지출이나 조합원사회의 갈등이 바로 그것이다. 합병문제가 윤곽을 드러내면서 “우리가 왜 부실조합을 끌어안고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가” “우리끼리 살 수 있는데 왜 남의 곁방살이를 해야 되는가”라는등의 볼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은 합병이 쉽지 않은 문제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물론 당사자의 반발은 현행 제도상의 행정명령과 같은 지도감독 기능으로 극복할 수는 있다.
하지만 합병문제는 비용지출이나 자칫 협동정신을 훼손할수도 있는 물리적 수단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야 한다는 견해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은 어쩔수 없이 합병대상으로 분류되는 조합이라 하더라도 합병이란 한가지 처방전만 고수해서는 안될 것이다. 일정기간 말미를 주고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서 자구노력으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해도 회생하지 못할 경우 합병외에 달리 대안이 없음을 못박는 옵션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방법론이 뜨뜨미지근한 대책 내지는 무조건적인 ‘감싸기’로 비쳐질수 있음에도 재삼 강조하는 것은 경영내용으로 보아 합병대상이 되기에 충분한 조합중에서도 중앙회통합이후 대대적인 인력감축과 한계사업장정리등 강도 높은 자구노력으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조합이 없지 않고 이를 본받아 자구노력에 시동을 건 조합 또한 적지 않기 때문이다.
부실조합문제를 한가지 처방전만으로 대처할 경우 이러한 노력이 빛을 보지 못하거나 아예 싹도 못틔우는 상황이 생길지도 모를 일이다.
다행히 이번 부실조합 합병안의 윤곽은 특히 업종조합의 전문성을 고려한 흔적이 보인다는 점에서 융통성을 부여할 여지가 있어 보이는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비용부담을 줄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제도적으로 동원이 불가피할수도 있는 물리적 수단을 최소화할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해당조합이 그야말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뼈를 깎는 자구노력으로 ‘제 3의 길’을 모색하는데 확신을 주는 것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는 격언도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