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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잡으면 두당4만원 적자 “차라리 안잡는다”

고돈가에 흔들리는 육가공업체

뉴스관리자 편집장 기자  2006.05.22 11: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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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돈가 추세 속에서 국내 양돈산업의 한축인 육가공업계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지속된 돈가의 고공행진은 이달 들어선 지육kg당 4천원을 상회하며 그나마 경영난 해소에 부심해온 육가공업체들의 의지마저 꺾어놓고 있다. 일부 업체의 경우 눈덩이처럼 불어난 적자를 감당 못한 채 부도위기설에 휩싸이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안 잡는 게 사는 법
중견육가공업체인 A사. 양돈현장의 출하두수가 심상치 않다는 정보를 접한 이회사의 경우 지난달 구매계획 수립당시 5월의 돈가를 지육kg당 최대 4천1백50원까지 높여 잡았다.
하지만 4천원 대에 재진입한 돈가는 A사로서는 적자를 예상하면서 까지 고육지책으로 수립한 구매기준마저도 별 저항 없이 훌쩍 넘어서 버렸다.
이 회사의 식육영업 담당자는 “소비자가격 인상에도 한계가 있는 만큼 산지의 상승폭을 충족시킬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때문에 차라리 돼지를 안 잡는 게 사는 법이라는 분위기가 회사 내에 팽배하다”며 긴 한숨만 내쉬었다.
비단 A사만이 아니다. 심지어 국내에서 손꼽히는 규모의 육가공업체마저도 7월부터는 작업두수를 감축한다는 이야기가 신빙성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육가공업체들이 소화하지 않는 물량이 도매시장으로 유입, 자연스럽게 가격 하락을 유도할 것이란 기대심리도 내포돼 있다고는 하지만 이보다는 작업두수를 줄여서라도 적자폭을 줄여야 한다는 위기감이 육가공업계 전반에 걸쳐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적은 규모일수록 출혈 커
실제로 장기간의 고돈가로 인한 경영난은 작업두수가 적은 사업장일수록 그 정도가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판매관리비를 제외하면 두당 4~5만원까지 적자를 보는 사업장도 적지 않다는 게 육가공업계의 분석.
자체물량 확보가 용이한 계열화업체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좋지만은 않은 실정이다.
국내 대형유통점에 돈육을 납품하고 있는 한 양돈계열화업체 관계자는 “지난 겨울 자돈의 폐사가 많아 이달의 출하물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라며 “거래처 유지를 위해 비싸더라도 돼지를 외부구입, 공급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육가공업계의 어려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일부 대형유통점의 경우 터무니없는 가격에 판매행사를 강요하며 그 부담을 고스란히 육가공업체에 전가, 출혈이 심해질 수밖에 없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또 다른 계열화업체의 식육담당자는 “물량 확보를 위해 농가 지급률을 상향조정, 현재 72%에서 74%까지 달하고 있다”며 “하지만 대형할인점의 요구를 들어주다 보면 비싸게 원료돈을 사서 헐값에 팔아야 하는 형편”이라고 밝혔다.

■양돈기반 균열로 이어질 수도
문제는 육가공업체들이 언제까지 ‘울며 겨자 먹기식’ 운영 체계를 유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국내산 공급이 차질을 빚을수록 결국 기회는 수입산 돈육에 돌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돈육 수입도 병행하는 육가공업체 관계자들은 “아직까지 국내산은 수입산과 차별화돼 있지만 올 들어 냉장돈육 수입량이 급증하고 있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양돈인들 사이에서도 이에따른 우려가 팽배한 실정이다.
최영열 대한양돈협회장은 “양돈업계와 육가공업계는 상생의 관계인 만큼 서로 마음을 열어야 한다”며 “지급률에 대한 갈등도 적지 않은데 지금은 조금이나마 양돈업계의 양보가 필요한 시기”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러 가운데 일각에서는 돈육가격이 보다 현실감 있게 형성되도록 지육상태의 유통행위를 근절해 판매에서 발생하는 업체 간 비용편차를 줄이고, 필요하다면 정부에서 비수기 물량을 구매해 성수기에 방출하는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도영경 ykdo@chuksa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