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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시장 음용유·가공 2원화 생산기반 안정도모

뉴스관리자 편집장 기자  2006.05.24 13:5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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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원유수급불균형 상태가 지속되면서 일본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달말로 분유재고가 1만1천톤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과거 일본이 겪었던 어려움을 우리가 고스란히 재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 2001년부터 2004년까지 4년동안 무려 3천1백억여원이나 되는 원유수급조절자금을 투입하고도 상황이 달라진 게 없는 가운데 정부가 내놓은 낙농산업발전대책은 이해관계가 엇갈려 표류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본지는 일본의 낙농 정책 변화를 다시 한 번 살펴 봄으로써 우리 낙농 산업 현안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본다.

◈원유과잉 겪은 일본 어떻게 해결했나

■유가공업체 주도의 가격 결정과 수급조절

일본은 1954년 낙농진흥법 제정을 통해 낙농을 농업내부의 선택적 확대 부문으로 설정하고 낙농진흥을 추진해 온 일본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연간 우유생산과 소비가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수요증가시기와 수요 감퇴시기에 있어서 계절적인 수급불균형이 불가피했으며 그 같은 격차는 10%전후이나 전체 소비가 늘어나는 가운데 수급불균형의 절대량은 매년 증가해 왔다. 낙농가와 유가공업체간의 원유가격을 둘러싼 분쟁이 심화됐다.
이에 1961년 「축산물가격안정법(축안법)」을 제정하고, 유제품가격이 일정 범위내에서 변화하도록 하는 ‘가격안정대제도’를 도입했다.
이 제도에 의해 ‘농축산진흥사업단’에 의한 외국산 유제품의 적절한 수입 및 방출을 지속함과 아울러 유업체에 의한 국산유제품의 ‘조정기관’에 대해서는 필요한 경비를 지원했다.
원유가격은 유가공업체와 생산자단체간의 자율교섭에 의해 결정됐으나 생산자단체가 세분화돼 있어 결국 가격이 유가공업체 주도로 결정하게 됐다. 유가공업체는 기본 가격외에 낙농가의 추가로 프리미엄을 지급하고, 원유의 수급상황에 따라 이를 조정함으로써 시장교섭력에 있어서 우위에 있었다. 그 결과 1955년 이후 1965년까지 10년간 대규모 유업체의 시장점유율이 37.0%에서 62.7%로 확대됨과 아울러 집유율도 57.9%에서 64.7%로 높아짐에 따라 유업체 중심의 수급조절이 가능했다. 유가공업체는 집유관리가 편리한 농가와의 개별적인 특약관계를 통해 수급상황에 따라 집유량을 조절하기도 하고, 계절에 따라 가격을 차등화 함으로써 수급조절을 도모했다.
이 같은 상황하에서 개별 농가가 거래 상대인 유가공업체를 변경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웠으며 낙농가는 유가공업체가 결정한 집유량과 가격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가공용 원유에 대한 부족지불제도와 쿼터제 도입

가공용원유에 대한 가격차별과 부족지불제도 도입으로 공급조절과 소득안정을 추구했다.
생산자단체의 거래교섭력이 약해 유가공업 주도로 집유량과 가격이 결정된다는 판단에 따라 생산자단체의 거래교섭력 확보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그 결과 1962년 농림수산성의 지침에 따라 47개 도도부현별로 지정생산자 단체가 조직되고, 중앙조직인 ‘중앙낙농회의’가 설립됐으나 유가공업체 주도의 시장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지는 못했다.
이에 1963년 ‘축산경영연구회’를 설치해 낙농문제의 근본적인 해법을 모색한 결과 1966년부터 원유시장을 음용유용 시장과 가공용시장으로 2원화하고, 가공용 원유에 대해서는 부족지불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음용유용 원유에 대해서는 생산자단체와 유업체가 자율교섭을 통해 가격과 집유량을 결정했다.
가공용 원유에 대해서는 낙농가의 생산비를 보장하는 수준인 보증가격과 유가공업체가 낙농가에 지불하는 기준가격을 정부가 정하고, 그 차액을 농가에 보전한다. 단 일정한 한도 수량내에서만 보전함으로써 가공용 원유생산이 늘어나는 것을 억제키로 했다.
보증가격은 가공원료유 생산농가의 생산비를 기준으로 결정하고, 기준가격을 유제품 평균 도매가격(안정지표가격)에서 유업체의 제조경비를 공제해 산출한다. 즉 원유와 유제품이 각각 재생산될 수 있는 수준의 가격을 보장하는 것이다.

■생산자 단체 중심의 쿼터제 도입

일본의 원유수급이 장기적인 불균형에 심화되자 1979년부터 쿼터제를 통한 계획생산체제에 돌입했다. 쿼터제 실시 이후 여러차례의 수급불균형이 발생했으나 그 때마다 낙농가, 유가공업체 및 정부의 공동노력을 통해 극복해왔다.
그러나 1995년 WTO체제의 출범이후 유제품 수입증가 및 소비둔화에 따라 1996년을 기점으로 낙농산업의 생산규모가 축소되기 시작했다.
이에 생산자와 유가공업체는 공급망관리(SCM:Supply Chain Management)체제를 확립해 정보를 공유하고 소비를 확대하기 위해 2001년 ‘낙농유업정보센터’를 설립했고 2003년에는 생산자와 유가공업체뿐 아니라 소매업자까지 동참하는 일본낙농유업협회(j-milk)를 설립했다.

■정보공유를 통한 수급조절 및 경쟁력 제고

일본낙농유업협회(j-milk) 정보의 공유를 통해 매년 원유생산쿼터를 설정하고, 중앙낙농회의는 이에 근거해 생산조정을 실시한다.
유가공업체는 시장의 수요변화에 대응해 용도별 원유의 구매량을 결정하고, 생산자단체와의 협의를 통해 용도별 원유가격을 결정한다.
원유의 집유는 생산자단체에 의해 일원화하고 생산자단체는 용도에 따라 각기 다른 가격으로 유가공업체에 공급한다.
생산자단체는 원유의 위탁판매계약을 체결한 모든 낙농가에 대해 용도별 차등가격을 통합한 종합유가(pooled price)로 정산한다.
2005년 현재 약 95%의 낙농가가 집유일원화를 통한 자율적인 생산조정에 참여하고 있다.
이처럼 생산자단체의 자율에 의한 생산조정이 가능한 것은, 모든 낙농정책이 생산자단체인 중앙낙농회의를 통해 시행됨에 따라 생산자단체가 충분한 지도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WTO 체제하 국경조치 및 가격지지제도 변화

일본은 DDA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기 위해 2001년 부족지불제도를 폐지하고 각 유가공업체와 생산자단체가 교섭을 통해 원유가격을 각각 자율적으로 결정토록 해 시장기능을 활성화 시켰다.
그 대신 정부는 매년 가공용 원유의 생산비 변동을 고려해 결정한 일정액의 보급금을 직접지불방식으로 낙농가에 지급하고 있다.
동시에 유제품의 급격한 수급변동에 따른 가격하락으로부터 낙농가를 보호하기 위해 중앙정부(50%), 지방정부(25%) 및 생산자(25%)의 공동부담으로 기금을 설치하고, 당해 연도 가공원료유 가격이 과거 3년간 평균가격보다 낮을 경우 이 기금을 이용해 그 차액의 80%를 낙농가에 보존하는 경영안정제도를 도입했다.
한편 생산자단체간의 과당경쟁을 방지하고 유가공업체와의 거래교섭력을 높이기 위해 도도부현별로 조직됐던 지정생산자단체를 8개의 블록별 광역지정단체로 통합했다.

■일본의 경험 및 시사점

1960년대 초 일본 낙농산업의 최대 과제는 원유의 수급균형을 유지해 가격을 안정시키고 원유 유통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문제였다.
그러나 1960년대 중반까지는 생산자단체가 세분화 되고, 집유일원화가 이뤄지지 않아 유가공업체가 일방적인 거래교섭력을 바탕으로 수급조절과 가격결정을 주도함으로써 낙농가와의 유가분쟁이 계속됐다.
이에 1966년부터 원유시장을 음용유용 시장과 가공용 시장으로 2원화해 음용유용 원유가격은 자율교섭을 통해 결정토록 하고 가공용 원유에 대해서는 부족불제도에 의한 관리가격체제를 도입함으로써 생산기반안정을 도모했다.
그러나 부족지불제도에 의한 가격보장으로 원유생산이 늘어나자 가격보장물량을 제한하는 ‘한도수량제’를 도입해 과잉생산을 억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유의 수급불균형이 심화됨에 따라 1979년부터 생산자단체 주도의 집유일원화를 통한 쿼터제를 도입함으로써 원유수급조절체제가 확립됐다.
대외적으로 UR농산물협상에서 확고한 국경보호조치를 확보함으로써 유제품수입이 국내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했으며 가공용 원유에 대한 관리가격의 지속적인 인하를 통해 가격경쟁력을 향상시켰다.
2001년부터 가공용 원유에 대한 관리가격제도를 폐지하고, 생산자단체와 유가공업체의 자율교섭에 맡김에 따라 원유가격 결정이 점차 시장의 가격결정기능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전환됐다.
이상 일본의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원유의 수급균형유지를 통한 낙농산업의 안정 성장을 위해서는 생산자단체의 거래교섭력확보 및 집유일원화를 통한 쿼터제의 실시가 불가피하다.
이에 정부는 낙농의 특성을 감안한 제도 개혁 및 시장개입을 통해 낙농가의 소득안정을 실현하고 낙농산업 구성원 상호간의 공조체계 구축을 통해 시장의 수급실세를 반영한 가격결정 및 경쟁력 향상이 실현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지적된다.

영남대 조석진교수 ‘중장기 원유수급 조절방안에 관한 연구’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