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체 꿀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아카시아 꿀을 뜨는 시기가 5월 한 달이다. 농가들은 1년 동안 벌을 키워 이 시기에 집중적으로 꿀을 수확한다. 하지만 올해는 기후의 영향으로 수확량이 평년의 1/3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양봉협회는 전망하고 있다. 양봉협회 전기현회장은 “남부지방에서부터 꿀 생산이 부진해 매일같이 문의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며 “특히 올해는 지난 2004년 흉작으로 인해 지원받은 경영안정자금을 상환해야 하는 부담으로 농가들의 한숨이 더욱 깊다”고 말했다. 농림부는 지난 2004년 기상이변 등으로 최대의 아카시아 꿀 흉작사태를 겪은 양봉농가들에게 2차례에 걸쳐 경영안정자금 270억원을 지원한 바 있다. 최근 몇 년간 계속된 흉작으로 인해 현장에서 느끼는 농가들의 어려움은 더욱 절실하다. 지난 25일 경기도 판교에서 100여개의 벌통으로 채밀작업 중이던 장경휴씨를 만났다. 경남 함양에서 한차례 작업을 끝내고 경기도로 올라온 그의 표정은 근심으로 어두웠다. 그는 “보통 지금 같은 시기에 꿀 20드럼을 생산해야 하지만 지금까지 뜬 꿀은 고작 4드럼에 불과하다” 며 “생산비는커녕 기초 생활비조차 벌기 어려울 것 같다. 양봉업에 손을 댄 것이 원망스럽기까지 하다”고 참담한 심정을 토로했다. 아울러 “설상가상으로 올해는 귀하게 키운 벌들마저 큰 일교차와 극심한 기온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죽고 있어 농가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농림부 최영준 양봉담당관은 “현재 양봉협회로부터 경영안정자금 상환을 연기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오고는 있지만 아직 이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진 바는 없어 결과를 말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이동일 dilee@chuksan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