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에서는 지난 1995년 이후 회원국 공통의 원산지 규정을 마련키 위한 다자간 협상을 진행해 왔다. 그 가운데 육류의 원산지 기준이 그 동안의 우리나라 입장과는 다른 방향으로 타결될 전망이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가축의 사육지역과 관계없이 도축지역을 원산지로 한다고 해도, 일부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BSE로 인해 수입이 금지된 쇠고기가 수입 허용된 국가의 원산지를 달고 수입될 수는 없다. WTO 원산지 협상을 직접 참여해온 담당자로서 이 부분에 대해 간략히 이해를 돕고자 한다.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검역 대상 물품은 검역을 먼저 거친 후에 관세 신고를 해야 한다. 쇠고기의 예를 들면, 검역 단계에서 여러 가지 위생사안을 점검하게 되는데, 그 중 하나로써 쇠고기 수출국의 검역 당국은 ‘위생검역증명서’를 제출해 안전성을 증명토록 하고 있다. 이 증명서에는 생우의 출생국, 도축국과 수출국을 명시토록 해, 수입을 제한하는 국가로부터 우리나라로 수입되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 검역·검사를 통과한 쇠고기는 세관에 수입신고를 하게 되며, 이때 ‘원산지증명서’를 제출해 ‘원산지’를 신고하게 된다. 즉, 원산지는 관세 신고용 항목이므로 WTO 통일원산지 협상에서 육류의 원산지가 ‘도축국’으로 타결된다 하더라도, 검역위생조건에 따라 수입 허용 여부를 판단하는 검역 절차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게 되는 것이다. 다만, 원산지 정보는 수출입통관 신고 외에도 소비자의 구매 정보로 활용되고 있어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수입산 쇠고기의 국내 유통시 출생국가를 추가하는 방안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WTO 사무국은 내년 7월까지 원산지협상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지만, 사실상 원산지협상의 가장 핵심 쟁점인 기계류에 대한 논의가 이제 시작단계에 있어 앞으로 1년 내에 협상이 마무리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지난 11년간의 장기화된 협상을 조속히 마무리하자는 의견도 커지고 있어 무역과 밀접하게 연계된 업계에서는 이에 대응할 준비가 필요하다. 정부도 지금까지의 협상 과정 중 어느 정도 협상이 진전된 사안에 대해서는 불필요한 오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 홍보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