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0년 7월 농·축협중앙회를 합쳐 새롭게 출범한 통합농협이 당초 슬림화라는 목표와 달리 갈수록 공룡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일선조합은 농협구조개선법은 물론 정부와 중앙회의 자율합병 추진 등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조직이 줄어들고 있는 반면에 슬림화를 목표로 내세운 중앙회는 인력은 물론 금융점포를 중심으로 한 사업장 숫자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는 의견이다. 또한 통합 이후 매년 자회사를 출범시켜 온 농협중앙회는 올해부터는 ‘농협그룹’과 ‘계열사’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스스로 그룹화된 커다란 조직이라는 것을 알리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현재 전국적으로 시군지부를 포함한 금융점포를 1천여개 이상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앙회 점포는 최근 2~3년 사이 공격적이라고 할 만큼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04년 5월 8백90개에서, 2005년 8월 9백26개로 늘어났으며 현재는 1천여개를 넘어가고 있다. 수십개씩 계속 생겨나고 있는 셈이다. 인원도 물론 늘었다. 2004년 5월 1만5천2백52명에서, 2005년 8월에는 1만5천8백58명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인원이 크게 늘지는 않았다는 것이 중앙회 관계자들의 설명이지만 계약직 직원들은 그만큼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에 같은 기간 조합 수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중앙회가 조합 완전자립기반 구축에 온 힘을 쏟는다고 홍보하는 동안에도 중앙회 회원조합은 농·축협을 가리지 않고 계속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마치 중앙회 점포가 늘어나는 숫자에 비례해 보일 정도이다. 농협중앙회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2백여개 조합에 대한 합병을 추진, 80여개 조합은 합병을 완료하고 나머지 조합은 합병 의결이 되었거나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선축협의 경우에는 통합 이후 제정된 농협구조개선법에 따라 1백97개에서 1백47개 조합으로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이처럼 약간의 부실요인이 발생되면 과감하게 퇴출시켜 버리거나, 비교적 건전조합의 경우 각종 혜택으로 합병을 유도하면서도 중앙회는 조합의 경영건전화와 경제사업 규모화를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협동조합 관계자들의 의견은 다른 것이 사실이다. 협동조합은 규모의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지역사회 농업과 축산업, 농업인을 위한 역할이 무시돼선 안 된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협동조합이 지역에서 수행하고 있는 여러 가지 사업들을 수익적 기준만으로 선을 그어선 곤란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협동조합 관계자들은 중앙회의 점포가 비약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은 조직은 슬림화하고 사업은 전문성을 갖추겠다는 통합정신이 실종되고 있는 증거라고 지적한다. 심지어 신경분리에 대비한 종합금융지주회사를 위한 포석으로 신용사업에 조직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또한 중앙회가 점포수를 늘린 만큼 조합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은 협동조합과 농민조합원들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협동조합 관계자들은 합병되거나 퇴출된 조합들은 대부분 농촌지역에 있고, 중앙회 점포는 사업여건이 상대적으로 좋은 도시지역에 집중해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결국 이런 현상들은 농촌에서의 상호금융 약화와 도시지역에서의 계통조직간 경쟁심화를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합 자립경영과 협동조합 조직 경제사업 활성화가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외쳐온 농협중앙회가 또 다른 한편에서는 급격한 금융환경 변화에 대응해 종합금융그룹 체제를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는 것에 대해 많은 조합원들이 의아한 눈초리를 보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