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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저지 농축수산인대회

뉴스관리자 편집장 기자  2006.07.17 11:4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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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주권 내줄셈이냐” 농축산인 절규…하늘도 울었다

○… 한미FTA 2차 본협상 3일째인 12일.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월드컵 열기로 인한 붉은 물결이 넘쳐나던 서울 시청 앞 광장은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서도 대회 시작 전인 오후 1시부터 전국 각지에서 상경한 농민들로 속속 채워지기 시작, 대회가 시작된 2시경에는 4만명 가량의 농민참가자들이 광장을 가득 메웠다. 오후 4시 범국민대회를 위해 노동자들도 합세, 시청 앞 광장은 7만명 가량의 군중으로 87년 6월 민주화운동 이후 최대 규모의 시위대가 결집.
○… 이번 대회에서 가장 많은 참가자를 자랑한 것은 역시 축산인. 특히 농번기 일손이 달리는 와중에도 참가자들은 피켓과 플래카드를 비롯한 각종 홍보물을 단체마다, 지역마다 준비해와 집회참가에 대한 정성과 열의를 보였다. 다만 축산인들 중 양계인은 거의 참석하지 않아 아쉬운 모습. 한편 농축산인들이 상경을 위해 타고 온 대형버스에는 저마다 ‘한미FTA저지’를 호소하는 홍보물들이 부착돼 도심을 지나는 이들의 눈길을 끌었다.
○… 이날 참가자들의 분위기는 대외협상에 대한 인식에 있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수준을 반영했다. 참가자들은 한미FTA는 단순한 시장개방이 아닌 우리 농업의 근간을 뒤흔들 협상이라며 그 이유를 조목조목 따졌다. 농민단체 대표자들도 구체적인 피해액수를 제시하며 정부가 추구하는 농정에 농업은 있지만 농민은 없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으며 단순하고 즉흥적인 구호에서 벗어나 논리적인 근거를 제시하는 ‘똑똑한 투쟁’으로 변화됐다는 평가.
○… 이날 대회에는 참가자들을 격려하기 위한 한나라당 이인기 의원,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과 강기갑 의원 등 국회의원들의 방문도 눈에 띄었다. 특히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대회 연대사에서 정부의 일방적인 협상추진을 비판하는 한편 이를 감독해야 할 국회도 한미FTA 추진의 문제점을 잘 모를 뿐만 아니라 방관하고 있다면서 “국회의원으로서 너무나 부끄럽다. 차라리 농민들에게 돌을 맞아 피투성이가 되는 것이 속 시원하겠다”고 분통을 터뜨려 대회장의 격앙된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결 의 문 / 이승호 낙농육우협 회장
▶ “한미FTA협상 즉각 중단하라”
이승호 한국낙농육우협회장은 이날 한미FTA저지농축수산결의대회 참가자를 대표해 결의문을 낭독했다.
이 회장은 결의문을 통해 “나라의 운명이 걸린 중차대한 일을 추진함에 있어 국민의 의사를 묻지도 않고 변변한 보고서 하나 없이 사태를 이 지경까지 몰고 온 책임은 전적으로 오만한 정부와 출세에 눈먼 관료, 무능하기 그지없는 국회에 있음이 명확하다. 따라서 정부는 즉각 협상을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다음과 같은 우리의 요구를 밝혔다.
▲정부는 한미 FTA의 일방적인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정부는 현재까지 진행된 한미 FTA 협상과정과 내용을 국민 앞에 즉각 공개하라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 앞에 사과하고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김종훈 수석대표를 해임하라 ▲국회는 정부의 일방적 한미 FTA를 중단시키고, 정부의 대외 협상에 국민의 의사가 반영되도록 ‘통상절차법’을 제정하라.

◈대회사 / 남호경 회장(한국축산관련단체협의회)
▶식량안보·국민건강 위해 막아낸다
지난 10일 2차협상 규탄 기자회견이 공권력의 투입, 파행으로 진행됐고 정부 측이 주최한 한미FTA 공청회가 1, 2차 모두 무산될 정도로 국민들이 반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들의 의견은 배제당한 채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국민들의 의사를 무시한 한미FTA는 굴욕협상, 졸속협상, 밀실협상, 사대매국협상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재개를 한미FTA 추진을 위한 선결조건으로 미국에 양보한 채 쌀의 관세유예를 운운하며 농업을 챙기는 양 호도하고 있다.
그러나 쌀 못지않게 미국 축산물과 수산물의 가격은 지금도 우리나라와 비교할 수 없이 낮다. 이러한 양국간 차이를 무시하고 미국과 FTA를 체결하면 우리 농업은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생산된 값싼 저급 농산물들이 홍수처럼 밀려 들어오면 우리 국민의 식품안전성도 송두리째 흔들릴 수밖에 없다.
우리는 한미FTA가 국내 농업시장을 미국에 내주려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우리의 생존권을 짓밟고 국민건강을 담보로 한미FTA를 체결하려는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
막대한 피해가 예상됨에도 정부는 이해당사자인 농민의 의견도 국민의 의견도 듣지 않았고, 구체적인 후속대책도 제시하지 않았으며 협상내용도 전혀 알리지 않았다.
우리는 이런 정부의 태도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식량안보와 국민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나아가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서 한미FTA는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
최근 언론들이 한미FTA에 대해 자세히 보도하면서 많은 국민들이 한미FTA의 실체를 알고 반대하며 농업계의 목소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국민이 반대하는 FTA는 철회돼야 한다. FTA는 재앙을 초래할 것이다. 오늘 비통한 심정으로 한미FTA협상 전면중단을 촉구하자. 온 국민의 힘과 지혜를 모아 우리의 살길을 위해 우리의 후손을 위해 총궐기해 투쟁하자.

◈현장에서 만난 사람
▶“농촌 붕괴 그저 지켜볼 수만은 없다”
▲이정호 사무국장(한우협회 경북도지회)=“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정부대표가 TV에서 웃는 모습을 보일 때 마다 과연 저분들이 우리 농민들의 심정을 알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한미 FTA 협상 반대 시위 현장에서 만난 이정호 한우협회 경북도지회 사무국장.
이 국장은 “관세라는 작은 방패마저 이젠 빼앗아가고 맨몸으로 미국의 총칼에 맞서 싸우는 격”이라며 “생산원가도 안되는 외국산 농산물이 밀려오는 상황에서 어떻게 맘 편하게 집에서 농장 일을 돌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태풍과 장마로 현장의 농가들은 또 다시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피해는 복구하면 다시 일어서겠지만 한·미FTA라는 핵폭탄을 맞고서는 우리 농촌은 다시 일어설 수 없는 것을 알기에 오늘 이 자리에 오게 됐다”며 한미 FTA 협상 중단을 거듭 촉구했다.

▲김혁진 대표(충남논산 만석목장)=“이제는 농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민의 문제이며 앞으로의 후손들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
FTA 협상이 가속화될수록 낙농산업의 목을 점점 죄는 느낌이 들어 참을 수가 없다는 충남 논산에서 낙농을 하는 김혁진씨는 한미FTA에 대한 전국민적 관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혁진씨는 현재 축산과에 재학중인 22세의 2세 낙농가로 논산의 낙우회 회원 전체가 올라왔다고 밝혔다.
김씨는 “미국의 축산현황을 견학해보니 규모면에서 상대가 되지 않더라. 우리나라의 축산업을 두고 경쟁을 시킨다는 것은 농가들을 없애려는 정책으로 밖에 생각할 수 없다”며 분개했다. 이와 덧붙여 김씨는 “정부는 품질개선이나 기술 선진화같은 애매한 소리만 늘어놓으며 대책을 못내고 있다. 결국 농업을 통째로 넘겨줄 심산”이라며 정부의 한미FTA 졸속행정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용석 지부장(양돈협회 연천지부)=“축산업기반 자체가 붕괴되는 마당에 태풍이 대수겠습니까.”
지난 12일 경기·강원지역에 내려진 호우특보를 뒤로한채 아침 일찍 같은지역 농축산인들과 집회장을 찾았다는 박용석 대한양돈협회 연천지부장. 장대비속에서 한시도 집회장을 떠나지 않은 그는 태풍피해 우려에 “한미FTA체결시엔 그나마 회복할 여지도 없을 것”이라며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모습이다.
“그저 ‘달갑지 않은 무역협정’ 정도로 FTA를 인식해온 농축산인들 사이에 극도의 위기감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그 폐해와 미칠 영향을 피부로 느끼고 있는 거죠 ”
이에 FTA저지운동 불참 농가들은 ‘왕따’를 당할 정도라는 박지부장은 “오늘 집회는 한미FTA에 대한 농축산인들의 입장이 무엇인지를 한·미 양국정부에 각인시킬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연대사 / 강기갑 의원(민주노동당)
▶재해 물리치듯 농민 힘으로 저지
지금까지 수많은 대외협상들이 그러했듯이 한미FTA는 농업뿐 아니라 전체 경제에 엄청난 후과를 가져올 것임을 농민들을 비롯해 노동자, 학생 등 온 국민이 경고해왔음에도 노무현 정권은 한미FTA를 계속 추진하고 있고, 국회는 이를 방관하고 있다.
그래도 좌절하지 말고, 수없이 많은 자연재해를 물리치고 국민의 먹거리를 생산하는 어머니 역할을 담당해왔듯이 엄청난 대폭풍 한미FTA를 농민의 힘으로 반드시 저지하자.

◈정치발언
▶농민 무시한 개방 여성농업인도 투쟁
▲허기옥 회장(한국여성농업인중앙연합회)= 한미FTA는 한국농업의 종말을 의미한다. 지난 3년간 정부는 어떤 정보도 공개하지 않고 협상 준비를 진행해왔다.
미국은 협상지침과 근거법을 따로 두고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협상을 진행시키고 있지만, 한국은 국민을 무시한 채 그저 모든 것을 내어줄 준비를 하고 있다. 과연 누구를 위해 모든 정보를 은폐한 채 서둘러 협상을 진행하고 있나.
정부는 농업을 퇴출시키고 거대자본에 고스란히 넘겨주려 하고 있다. 농민을 무시하고 농민을 죽이려는 개방농정의 수순인 한미FTA를 저지하기 위해 여성 농업인들도 함께 투쟁할 것이다.

▶기업만 혜택보는 협상 중단돼야
▲서정의 회장(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미FTA는 우리 농민 모두를 죽음으로 내모는 위험한 협상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농민의 생존은 무시한 채 미국의 하수인 노릇을 자청하고 있다. 1차 협상 당시 미국 원정시위를 위한 대규모 비자발급 방해만 봐도 알 수 있다.
정부는 농민이 아닌 기업인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돈 많은 기업인만 혜택을 볼 수 있는 한미FTA를 추진하고 있는 정부의 위험천만한 행위를 반드시 중단시켜야만 한다.

▶농민 살리는 대책 마련위해 싸우자
▲문경식 의장(전국농민회총연맹)=태풍이 몰아치고 폭우가 몰아쳐서 농산물이 망가지면 다시 고치고 다음에 농사를 잘 지으면 되지만, 한미FTA가 한번 체결되면 우리농업은 완전히 망가지고 농촌에서 계속 살 수가 없어진다. 때문에 태풍과 폭우의 피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올라오지 않았나.
한미FTA는 한칠레FTA나 WTO협상과는 또 다르다. 농민을 노예로 만드는 협상이다. 그렇지만, 다시 한 번 마음을 가다듬고 우리농업을 지켜내고 농업을 살릴 수 있는 대책을 만들기 위해 싸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