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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 / 중부 ‘물폭탄’피해현장

“살아남아 다행이지만…앞으로 살길이 막막”

뉴스관리자 편집장 기자  2006.07.20 13:4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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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장 수해현장 24시》
사진설명 1. 인제 군수실에서 수해 복구 대책을 협의하고 있는 관계자들. (앞 왼쪽부터) 박삼래군수, 이정복농협중앙회상무, 홍병천 홍천축협장, 전상복 고성축협장, 김대현 인제축협장, 한원택 농협인제군지부장. 2.고명재 횡성축협장이 수해 지역의 한우를 조합 생축장으로 옮기는 모습을 지켜보며 수해 복구 지원을 진두 지휘하고 있다. 3. 김대현 인제축협장(오른쪽)이 수해 현장에서 지역 관계자들로부터 피해 상황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4. 이석래 평창영월정선축협장(왼쪽)이 손칠규 평창종마조합대표와 수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5. 안사현 원주축협장(오른쪽)은 수해 현장을 둘러 보며 피해 농가로부터 피해 상황을 주의깊게 청취하고 있다. 6.‘수마’가 할퀴고간 현장은 가축질병에 노출, 제2차 피해를 볼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신속한 소독이 눈길을 끈다.

◈인제
○…중부지방 집중호우 피해로 가장 많은 언론보도가 이뤄진 인제군 덕산리. 피해복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던 17일 오후 3시, 현장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덕산리에 위치한 2사단 17연대 소속 장병들은 물론 실종자 수색에 나선 경찰과 소방서 구급대원들이 피해복구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덕산리에 한 가운데 위치한 인제축협 축산계회관은 밀려온 토사 뼈대만 남았다. 다행인 것은 이 건물로 인해 밑에 위치했던 주민들의 피해가 다소 줄어들었다는 점이 위안이다.
○…덕산리에서 한우 10여두를 사육하고 있는 심성열씨(66세)의 축사는 절반 이상이 밀려온 토사가 쌓여 살아남은 한우들이 고개를 숙이고 축사를 들낙거렸다. 심성열씨는 인명피해가 많았던 탓에 축사 복구는 고사하고 살아남았다는 것만으로도 안도의 안숨을 쉬는 모습을 보였다.
○…두동강난 집 때문에 다행히 한우들은 무사할 수 있었다. 기린면 북1리의 김집중씨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축사는 무사했지만 축사 앞에 있었던 집이 불어난 계곡물로 두동강 났다. 방이 있던 자리는 이제 계곡이 되면서 집 바닥으로 물이 흐르고 있었다.
○…이제 막 산란피크에 올라 본격적으로 계란 생산을 시작했던 기린면 북2리의 손석현씨, 축사로 이어지는 길은 어디인지 찾아볼 수 없고 계곡물만 흐르고 있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계사내 산란계들의 폐사는 많지 않았지만 계사바닥에 토사가 쌓이고 집란 시설과 라인이 휘면서 계사내 작업은 불가능해 사실상 농장이 중단된 상태에서 빈 사료 급이통을 마냥 쪼고 있는 닭들을 하염없이 바라만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인근 육계농장인 정하경씨는 3일동안 통신두절과 도로 유실로 인해 완전히 고립됐다가 17일 오전 도로 일부 복구되고 전화 통화가 가능해짐에 따라 육계 출하를 할 수 있게 됐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18일 오후 3시 덕산리에서 2km정도 상류에서는 2사단 17연대 소속 수색대원들의 군사작전이 시작됐다.
산사태로 인해 축사가 두동강 나면서 18여두의 한우 중 살아남은 5두에게 먹이를 공급하기 위한 작전이었다. 농장주 조병수씨는 불어난 계곡물로 농장으로의 접근이 불가능 했지만 17연대 소속 장병들의 도움으로 먹이를 공수해 집중호우 이후 3일만에 처음으로 사료를 공급할 수 있었다.

김길호·이희영


◈평창, 영월
○…평창·영월·정선 등 강원도 남부지역은 15일 하루에 4백50~4백90mm의 집중호우로 1백50여 축산농가가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피해를 당했다.
○…이번 비로 대부분의 사료저장고가 침수되어 배합사료와 조사료가 변질됐으며, 전기가 끊겨 급수시설이 중단되어 물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고, 낙농목장에서는 착유를 제때 하지 못해 유방염 발생의 우려를 낳는 등 피해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
○…평창군 진부면 상월오개리 510-1번지에서 돼지 2천두를 기르는 박병태 대표(41세·태원농장)는 “17일 하오 현재 매몰되거나 유실·폐사된 돼지는 4백~5백두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하고 “20년동안 가축을 사육하면서 이런 일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상월오개리 435번지에서 한우 1백두를 기르는 조경현 대표(42세·삼대목장)는 “15일 오후 2시경 흘러내린 토사로 인하여 비육우사가 부분 파손되고, 배합사료와 티모시·볏짚등 조사료를 저장해 놓은 저장고도 반쯤 손실을 입었다”고 말했다.
특히 삼대농장은 퇴비살포기·경운기·유영푸라우·당귀수확기·감자수확기·뿌리작물제토기 등 당장 작업에 필요한 값비싼 농기계 10여종이 물에 휩쓸려 떠내려가는 피해까지 겹친 가운데 “한우사육 등을 위해 축협에서 1억원과 농협에서 6천만원 등 모두 1억6천만원을 짊어진 부채와 이자를 갚을 일도 막막하다”며 조속한 정부 지원책을 기대했다.
○…진부면 두일2리 792번지 영농조합법인 평창종마조합 손칠규 대표(56세)는 “15일 내린 집중호우와 산사태로 마사와 실내마장이 부분 파손되고, 말 운동을 시켜주는 폐독과 말 트레이닝센터 등은 토사가 쌓이거나 유실되는 등 복구해야 할 면적은 4만평에 달한다”고 말하고 “특히 농장 진입로가 산사태로 교통이 두절되어 사료가 제때에 공급이 되지 않아 1백여필의 말들이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져 서로 발길로 차거나 설사를 동반하는 등 피해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실토했다.
○…손칠규 대표와 같은 동리에서 축산을 하는 설목장(대표 한경)은 전국 최초 유기낙농인증목장 1호인데 3일 동안 전기가 끊어져 착유를 제때 하지 못하여 유방염 발생 우려가 높아졌으며 장동윤한우농장도 분뇨처리장 일부가 파손되고 물 급수를 제때 하지 못하는 피해를 보았다.

조용환·곽동신


◈횡성, 원주
○…무려 6백mm에 가까운 폭우가 쏟아져 ‘물폭탄’ 을 맞은 강원도에서도 최고의 강우량을 기록, 무시무시한 수마의 위력을 실감해야 했던 횡성.
하지만 지난 17일 오전에 찾은 횡성군청 축정산림과와 횡성축협 등은 이런 상황이 무색 할 정도로 차분한 분위기. 이 때가지 파악된 피해 및 예상사례가 3건에 불과한데다 그나마 청일면 고시리의 한 한우농가에서 축사가 붕괴, 한우 4두가 폐사한게 외형적 재산피해의 전부일 정도로 상대적인 피해가 적었기 때문. 그것도 원인제공자인 한전측이 전액 보상을 약속하는 등 대부분 현장이 어느 정도 수습 또는 복구, 위험지역 등의 파견자 외에는 사무실로 복귀했다는 게 이들의 전언.
다만 도로 유실 등으로 인해 생축장 진입이 어려워 지는 등 일부 양축현장에 대한 사료공급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 대책에 부심하기도.
지난 14일부터 비상체제에 돌입한 횡성군 축정산림과 이웅희계장은 “관내 한우연구회 등과 함께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온데다 2년전 수해의 경험이 농가들에게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분석. 그러면서도 멈추지 않는 빗줄기에 경계를 늦추지 않는 모습.
횡성읍 생운리의 정월선씨는 “주변 하천범람을 우려, 사육중인 한우(37두)를 횡성축협의 도움을 받아 모두 우시장으로 옮겼다”며 “얼마지나지 않아 하천물이 우사를 덮쳤음에도 불구, 별다른 피해가 없었다”며 조합 직원들에게 감사를 표하기도.
○…많은 비가 내렸던 원주지역 역시 당초 우려와는 달리 축산피해가 미미하자 관계자들이 안도의 한숨. 다만 흥업면 사재3리에서 이청복씨가 운영하던 산란계 중추농장의 경우 야산에서 흘러내린 빗물이 계사 한동을 덮치며 병아리 2만수가 폐사하는 등 4천여만원의 재산피해가 발생 안타까움을 사기도.
이씨는 “양계업 10년동안 이런 피해는 처음”이라며 “10분 정도마다 계사를 확인했는데 엄청난 속도로 쏟아져 내려오는 물길을 막는데는 역부족이었다”고 긴박했던 순간을 설명. “복구에 나서기는 했지만 구하기 힘들다는 병아리를 어떻게 확보할지 막막하다”는 그는 “가축공제 보상을 위한 확인작업이 늦어져 복구도 지연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

박윤만·이일호·이동일


◈축협 ‘비상근무체제’ 풀가동
○…인제축협은 지난 16일 새벽부터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한 가운데 김대현 조합장의 진두지휘하에 조합원들에게 일일이 전화통화로 피해 상황을 확인했으며, 전화가 두절된 지역은 직원들이 직접 걸어서라도 현장을 찾아 축산 피해 현황을 파악하느라 분주.
또한 파악된 피해지역을 중심으로 조합원들에게 사료공급은 물론 교통이 통제된 지역은 직원들 스스로가 사료포를 메고 직접 나르는 모습도 보였다. 특히 김대현 조합장은 피해농가를 일일이 방문, 조합원들을 위로하며, 대책을 논의.
○…영월평창정선축협 이석래 조합장(51세)은 이번 비 피해로 자신이 경영하는 동가농장 축사가 부분 파손되고 가축이 유실되는 등 커다란 피해를 보았음에도 자신의 농장 복구에 앞서 17일 오후 7시 본소에서 긴급대책회의를 소집하여 피해상황을 접수받고 대책을 논의한데 이어 평창·영월·정선 피해조합원을 일일이 방문하여 격려했다.
○…집중폭우가 내리기 시작하면서 위험지역별로 전담직원을 배치,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온 횡성축협은 고명재 조합장이 지난 17일 직접 피해현장 및 위험지역을 시찰하며 상황점검과 함께 추가피해 방지대책에 진력. 특히 적잖은 어려움속에서도 침수 및 예상농가 가축을 긴급 이동조치, 조합직원들로 하여금 관리토록 함으로써 농가들이 수해예방에 전념토록 지원.
○…원주축협 안사현 조합장의 경우 권역내 양축현장방문을 통해 당초 우려보다는 피해가 적은점에 일단 안도하면서도 조합차원의 소독작업 실시 등 후속조치마련에 부심하는 모습. 안조합장은 큰 피해를 입은 양축농가를 재차 방문, 위로금 전달과 함께 복구상황을 점검한 뒤 현장의 애로를 수렴하고 즉각 해소토록 조치하는 등 조속한 복구에 만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