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에서 모돈 3백50두 규모의 양돈장을 운영하는 P씨는 얼마전 인근의 양돈장을 인수, 리모델링 작업에 한창이다. 새로운 축사가 완공되면 P씨의 사육규모는 현재의 2배인 모돈 7백두까지 늘어나게 된다. 이곳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충남의 또다른 양돈농가 K씨. P씨 농장과는 규모도 비슷하고 안면도 있지만 이 농가는 전혀 다른 길을 택했다. 최근 지인을 통해 농장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것. 고돈가속에서 양돈장의 운명이 엇갈리고 있다. 결과만을 감안할 때 지금까지의 규모화 및 구조조정 추세와 다를 바 없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지역이나 규모에 관계없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 기존의 그것과는 차별화되는 현상이 아닐수 없다. 심지어 거리가 지척인 비슷한 규모의 농장간에도 한쪽은 늘리고 다른 한쪽은 양돈업을 접는, 정반대 현상이 공존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같은지역·규모라도 운명 엇갈려 양돈전문가들은 PMWS를 비롯해 이른 바 ‘4P 질병속에서 빈익빈, 부익부 라는 양극화 현상까지 낳고 있는 각 농장간 극명한 생산성 차이를 그 배경으로 꼽고 있다. 새로운 형태로 이뤄지고 있는 양돈산업의 구조조정 추세가 PMWS의 위세속에 돈가가 높게 형성되기 시작한 2~3여년전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한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분석. K씨 농장의 매각을 주선하고 있는 한 사료업체 관계자는 “이 농가의 경우 지금은 그럭저럭 버티고 있지만 돈가가 예전수준으로 떨어질 때는 적자경영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라며 “그러다 보니 고돈가일 때 제값을 받고 농장을 매각하는게 최선의 선택으로 믿고 있다고 전했다. 양돈업을 접으려는 농가들의 심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대규모 농가도 '시세 얼마나…' 더구나 갈수록 심화되는 환경규제속에서 가축분뇨 처리에 대한 부담 가중은 해당 농가들로 하여금 ‘결단 을 종용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다른 사료업체 관계자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규모 양돈농가까지 농장매각시 얼마나 받을수 있을 지 비밀리에 시세를 파악하고 있을 정도”라며 최근의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고돈가시대가 10월경을 전후로 막을 내리기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은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 양돈농가들의 마음을 다급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그동안의 위탁사육형태에서 벗어나 직영화를 추진하고 있는 경북 대구의 한 양돈농가는 “영천과 합천에 매물이 나와 현재 접촉중이라며 더늦기 전에 양돈장을 매각해야 하다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가격도 점차 내려가는 추세”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일호 L21ho@chuksan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