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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형의 ‘황소 발자욱’/ 제1부 나는 누구인가

“맡은 일 최선 다하면 풍요한 노후 기다린다”

뉴스관리자 편집장 기자  2006.08.09 11:4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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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1990년대 축산 행정의 산증인, 이인형씨의 자서전이 축산인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1961년 공직에 몸담은 이후 축산시험장 등 축산기술현장은 물론 농림부 축산국 가공이용과장, 낙농과장, 중소가축과장, 축산경영과장, 초지사료과장을 역임했는가 하면 축산시험장장과 낙농진흥회설립위원회사무국장을 끝으로 공직을 마감하기까지, 이어 연암축산대학 출강과 그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숱한 인생 역정이 축산인들의 공감을 얻고 있는 것이다. 본지는 이에 따라 이인형씨가 걸어온 인생역정, 그의 ‘황소 발자욱’을 연재함으로써 축산의 어제를 통해 오늘과 내일의 지혜를 찾는, 온고지신으로 삼고자 한다. (편집자)

나는 안성맞춤의 농촌 도시인 안성군 원곡면 죽백리 86번지에서 태어났으며 성은 이씨이고 본관은 경주이다. 그리고 나는 경주이씨 중파인 파조(派租) 석탄공(石灘公) 이존오(李存吾) 선생의 22세손이며 21대이다. 그런가 하면 나는 증조부로부터 나까지 4대, 대가족인 18식구가 같이 살던 집에 불이 나서 사랑채만 남게 되었고, 살기가 어렵게 되자 아버지는 내가 4살이 되던 해에 외할아버지께서 사시는 안양으로 올라와 안양읍 비산동 491번지의 이모부집에서 같이 살게 됐다.
이때에 이사를 하는 마차에는 나와 아래 여동생이 타고 이사를 했으며, 소와 마차는 훗날 1백50호가 넘는 시골마을에서 우리 집의 재산이 1~3위내에 들어가는 부자가 되게 하는데 기여한 오로지 하나뿐인 재산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나는 대학을 졸업하는 해부터 직장을 따라 이사를 하다보니 그 횟수가 가정을 이룬 후부터 13번이나 됐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으며, 공무원으로서 어렵게 지내면서 가끔 생각이 떠오르는 것은 어머니께서 말씀하셨던 나에 대한 운명론이다.
내가 귀가 빠진 날은 1937년 음력 2월 16일(2006년 3월 15일은 70세가 되는 날)이며, 세상에 태어난 시간은 새벽 4시경인 인시(寅時)이다. 또한 1937년생이면 정축생(丁丑生)으로 소띠인 어린황소가 겨울과 봄이 바뀌는 계절에 태어났다. 이시기는 농촌에서 가장 바빠지기 시작하는 계절이라 논과 밭을 갈고 퇴비를 날라다가 뿌리는 일밖에 더 있겠는가? 또한 보릿고개가 시작되는 계절과도 겹치는 시기이니 풍족함 보다는 끼니 걱정을 해야 하는 농촌의 현실은 살기가 어렵기만 한 그 자체였다고 한다.
그래서 어머니께서는 너는 항상 일에 묻혀서 살 팔자이니 아예 편하게 살 생각은 하지 말고 황소와 같이 우직하고 정직하게 앞만 보고 살아가되 부귀영화에는 눈과 귀를 감고, 막고 기웃거리지 말라고 하시면서, 논과 밭에 퇴비를 제대로 넣고 씨앗을 뿌리고 잘 가꾸면 풍성한 수확을 하듯이 너에게 맡겨진 일에 그날그날 최선을 다하면 풍요로운 노후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씀을 자주 들려 주셨다.
나는 살아오는 동안 바보스럽게 항상 차선보다는 최선을 선택해 고생도 많이 했지만 그 결과 아들, 며느리, 딸 그리고 사위를 합해 팔남매를 두게 됐고 아홉 명의 손자를 보게 됐으며, 2004년부터는 모든 사회활동을 정리하고 가정을 떠난지 37년 만에 가정으로 돌아와 집사람과 같이 취미생활을 하고 손자들에게 봉사를 하면서 편안하고 즐거운 삶을 지내고 있는가 하면, 아직까지는 속을 썩이는 자식이 없으니 이만하면 어머니 말씀과 같이 풍요롭고 즐거운 노후의 삶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어머니께 항상 감사를 드리는 마음을 간직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내 나이 70이 돼 지난날을 되새겨보면 나는 항상 황소와 같이 미련하다 할 만큼 우직하게 그리고 저돌적으로 일감을 찾아서 생활을 하다 보니 항상 주위에서는 강한 쇠 소리와 같은 마찰음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고 주위 분들로부터 걱정을 하시는 말씀을 자주 듣기도 했다.
그러나 그 과정은 짧은 기간 내에 정리가 되고 추진하던 일들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돼 실패한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기억하며, 어떠한 일에 몰입해 정신력을 그 일에 집중하면 우리가 생각하기 어려운 초인간적인 능력을 발휘할 수가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