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돈육가 ‘널뛰기’ 리스크 완화…유통 안정시스템

뉴스관리자 편집장 기자  2006.08.16 13:54:15

기사프린트

양돈장 경영인 A씨. 가을 문턱으로 접어들자 내년 성수기 출하를 위해 겨울 자돈입식을 계획하고 있다. 그의 고민은 단 하나. ‘과연 내년엔 성돈 값을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이다. 들리는 소문에는 앞으로 돼지 값이 내려가더라도 어느 정도의 안정세를 유지할 것이라곤 하지만, 질병문제와 환경규제로 인해 사육환경이 점점 어려워지는 판국에 언제 수입이 재개될지 모를 미국산 쇠고기를 염두에 두면 상상조차 하기 싫은 ‘돼지 값 폭락’이란 말은 왠지 현실이 될 것도 같아 불안하기만 하다. 그의 유일한 바람은 내년에도 지금의 가격대로만 파는 것이다. 육가공업체에서 원료돈 구매를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B씨의 고민도 어떻게 보면 같은 맥락이다. 장마 기간 주춤했던 돼지가격이 다시 솟아오를 기미를 보이자 올해 안에 더 이상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낙관하면서도 종잡을 수 없는 돼지가격에 앞으로의 원료수급문제는 또 어떻게 풀어갈지가 막막하기 때문이다.

■상장 추진 ‘돈육 선물거래’ 기대와 전망

이들 A씨와 B씨가 가격하락 및 가격상승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는 방법이 고안됐다.
바로 돈육선물거래에 참가하는 것이다.
한국증권선물거래소(이하 거래소)와 선물협회가 상장을 추진 중인 돈육선물거래에 대해 보다 쉽게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알아보자. 아울러 돈육선물거래가 국내 양돈업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살펴보자.

◆ 선물거래란?
선물거래란 물건 값을 미리 정하고 물건은 나중에 주고받는 거래다.
그런데 왜 이런 낯선 방식의 거래를 하는가. 바로 가격의 폭등 및 폭락이라는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지나친 풍년이나 흉년에 따른 농산물 가격의 급변으로 인한 피해를 경험한 농부나 상인들은 가격을 사전에 결정해 나름대로의 안정된 경제활동을 하기 위해 선물거래를 고안했다. 이러한 특정 미래시점의 가격을 미리 정해 위험을 분산시키는 행위를 헷징(Hedging)이라 하는데, 여기서 거래소는 일정정도의 수수료를 징수하는 대신 실제 물건을 주고받는 시점에서의 거래이행을 책임지는 시스템을 제공한다.
우리나라에선 1996년 선물시장이 처음 도입돼 지금까지 주가지수, 채권, 통화, 상품 등의 선물거래가 행해지고 있으나, 상품선물로서는 금(金)선물만이 유일하게 상장·거래되고 있다.

◆ 제기된 배경과 향후 전망
그렇다면 시장에서 거래되는 셀 수 없이 많은 종류의 상품 중에서 왜 하필 돈육이 선물거래소 상장준비를 맞게 됐을까.
상품 선물로 상장되기 위해선 우선 실제 현물시장의 규모가 어느 정도 확보돼 있어야 한다. 또 가격등락폭이 존재하고 거래 시 정산이 용이하도록 상품의 표준화가 가능해야 하며, 독점의 위험도 정부의 강한 규제도 없어야 한다.
3조 6천억원 수준의 시장규모와 농산물 생산액 가운데 쌀에 이어 2위, 축산업 내에서는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1천두 이상을 사육하는 농가의 비율이 24%에 달하고 이들 농가의 사육두수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8%로 규모화와 전업화가 상당히 진전된 분야가 바로 양돈산업이다. 또한 가격변동폭이 크고, 탕·박피, 암·수·거세 종류에 따른 등급제가 시행되고 있어 상품으로서의 표준화가 용이하며 공급량의 한계가 없고 가격담합 또는 독점, 정부의 지나친 규제도 없다. 게다가 돼지고기야 말로 가격이 오르건 내리건 꾸준히 식탁에 오르내리며 오랫동안 대표적인 서민음식으로 사랑받아오지 않았나. 이러한 여러 가지 조건이 돈육을 농산물 상품선물 가운데 가장 적절한 분야로 떠오르게 한 이유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금융위주의 선물거래가 이뤄지고 있어 양돈농가와 육가공업계는 물론 일반인들이나 투자자들에게도 돈육선물거래는 생소하기만 하다.
하지만, 선물거래에 있어 긴 역사와 풍부한 전통을 갖고 있는 미국의 시카고와 같은 선물거래소에서는 순수한 상품, 그 중에서도 농산물 선물거래가 가장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고, 실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농산물의 10% 정도만이 선물로 거래되고 있지만 선물시장에서의 가격이 시장에서의 실제가격(현물가격)을 형성하는 일종의 지표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도 돈육선물거래가 활성화될 경우, 농가는 미래시점에 출하할 돼지에 대해 원하는 가격을 미리 약속받음으로써 안정적으로 생산에 매진할 수 있고, 육가공업체와 같은 수요처는 미래시점에 원하는 가격의 돼지를 미리 확보할 수 있어 안정적인 원료수급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이점이 있다.
이는 만성소모성 질병문제와 환경규제로 인해 구조적 난관에 봉착한 국내 양돈농가와 고돈가 영향으로 원료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육가공업체의 경영안정화를 동시에 이룰 수 있어 전체 양돈산업의 생산안정화와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로 이어지고 있다.

◆ 실제 돈육선물거래가 이뤄지는 방법
현재 증권선물거래소와 선물협회가 계획하고 있는 ‘돈육선물 상품명세(안)’(표 참조)을 살펴보면 우선 거래 대상에 있어 암, 수, 거세를 포함해 도체 등급판정 시 E등급을 제외한 A부터 D등급까지가, 또 박피 방법에 따라 탕박, 생박피가 모두 거래대상에 포함될 계획이다.
또 연필을 파는 단위가 12개(1 다스)이듯 선물거래에서도 거래단위가 존재하는데 이러한 최소거래단위는 3천kg으로 설정돼 있다. 이는 실물을 주고받을 때 이송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설정된 숫자로써 통상적으로 농가로부터 운반되는 돼지 5톤 트럭 1대분에 해당한다.
또한 선물시장에서 표시되는 가격은 일반시장에서 흔히 쓰이듯이 ‘1kg 당 ○○원’으로 표시된다.
이때 거래가격은 매수자(일반투자자 및 육가공업체)와 매도자(양돈농가)가 현물가격을 참고해 결정하게 되는데 현물가격에 대한 공시를 하는 기관으로는 축산물등급판정소가 내정돼 있다. 등판소는 전국의 14개 도매시장 경락가격 및 등급판정 결과를 집계, 분석한 등급판정 통계와 이를 축적된 데이터베이스로 활용한 축산물의 생산·유통·서비스 지표를 작성할 수 있는 것으로 인정돼 올 해 4월에 통계청으로부터 축산물등급판정통계 작성기관으로 지정 및 승인된 바 있어 신뢰성 있는 가격지수의 산정도 가능하다는 것.
또 실제 물건을 주고받기로 한 시점에서 결재가 이뤄지므로 이에 대한 설정, 즉 결제월을 지정할 필요도 있다. 현재까지는 거래소에서 통용되는 3, 6, 9, 12월 네 개 월주기에 5, 7, 8월을 포함시킬 예정이다. 하절기 돈육가격 등락폭이 다른 달에 비해 커짐에 따라 선물거래량 역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결제방식은 현금결제로 이뤄질 예정이다. 실물인수도에서 오는 시장조작 위험과 인수도에 따르는 복잡한 절차와 추가비용 등을 감소시킬 수 있고 초기 시장 참여자들의 접근용이성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최종결제일이란 결제월에 결제를 이행하게 되는 정확한 날짜를 의미한다.
아울러 거래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연속적으로 이어질 계획이나, 초기 거래가 활성화되지 않을 경우 일정 시간대에만 집중적으로 거래하는 방식(세션 트레이딩: session trading)도 고려중이다.
선물거래에 있어 증거금은 미래의 채무이행을 성실히 수행하겠다는 표시로 예탁하는 일종의 보증금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미래의 채무이행을 위해 증거금을 예탁하고 실물인수도 시점에서 거래를 이행할 경우 증거금을 찾게 되는데, 이 증거금은 주문을 처음 시작할 때 예탁하게 되는 ‘개시증거금’과 주문을 계속 유효하게하기 위해 예탁해야 하는 ‘유지증거금’으로 나뉜다.

◆ 문제점과 개선방안- 과연 양돈업계의 득실은 무엇인가.
선물거래에 있어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특징은 매도자와 매수자 중 한쪽이 이득을 보면 나머지 다른 한쪽이 상대적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매수자는 가격이 내려서(비싸게 샀기 때문에 손해라고 생각할 수 있음), 또 매도자는 가격이 올랐을 때 발생하는 이익을 포기하게 된다. 이렇게 될 경우 선물거래를 ‘하나마나다. 둘다 손해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선물협회 관계자는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확실하게 알 수 없는 미래의 가격에 대한 걱정과 불안 없이 생산을, 장사를 할 수 있다는 또 다른 이익 즉, 가격변동 위험의 관리를 통한 시장안정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관련산업의 안정화를 꾀할 수 있다는 커다란 장점으로 바꿔볼 수도 있다”고 풀이했다.
그러나 선물시장이 돈육가격 하락요인에 대비해 가격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갖는 것은 아니므로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뚜렷하게 제기돼 왔다.
이와 함께 제기되는 문제는 투기성 시장으로 번질 것에 대한 우려다.
선물은 10~15%의 증거금만을 갖고 할 수 있는 거래이기 때문에 적은 비용으로 큰 이득을 볼 수 있다(레버리지 효과: leverage effect, 또는 지렛대 효과라고도 함)는 매력이 있지만, 이는 자칫 채무불이행을 낳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선물협회 관계자는 “채무불이행을 막기 위해 일일정산제도와 같은 시스템을 운행 중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가격조작 위험 및 가격왜곡 우려에 대해서도 선물협회 측은 “현물가격 제시기관으로서 축산물등급판정소가 내정된 상태인데 가격정보에 대한 치밀하고 체계적인 데이터 관리 시스템을 기반으로 2~3일간의 평균가격을 사용할 것이므로 문제발생 위험은 매우 낮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외에도 선물시장 상장을 바라보는 양돈업계의 주문은 다양하다.
선물시장 활성화를 위해 소규모 농가도 참석이 가능토록 거래단위를 1천kg 수준으로 낮추자는 것과 증거금 또는 수수료에 대한 참여농가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 및 기관의 초기지원 방안을 마련할 것, 독점의 위험을 완화시키기 위해 한시적으로라도 가격제한폭을 설정하는 것, 시장이 분산되는 점을 막기 위해 등급 기준 또는 품목을 단순화할 것, 시장이 왜곡되는 현상(가격 조작 등)에 대비해 가격하락 폭이 클 경우 정부기관의 개입 가능성도 배제하지 말 것, 전문인력을 양성할 것 등이 요구되고 있다.

도영경 ykdo@chuksa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