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이은 FTA 체결 움직임과 미국산 수입쇠고기 재개에 이르기까지 수입축산물의 압박이 그어느 때 보다 강도를 더하고 있다. 하지만 생산성을 기준으로 한 국내 양돈산업의 절대경쟁력은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는 우려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각종 지표가 이를 뒷받침한다. 우리는 지난해 약 95만두의 모돈으로 1천3백50만두의 도축두수를 기록했다. MSY 14두선. 주요 돈육수출국인 덴마크와 프랑스가 1백15만두의 모돈으로 2천5백여만두를 도축, 21두대의 MSY를 보인 것을 감안할 때 MSY 차이가 무려 7두에 달한다는 단순 계산이 나온다. 때문에 돼지소모성질병의 피해를 감안하더라도 국내 양돈산업의 낮은 생산성과 경쟁력 저하 추세가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경고가 결코 과장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각계 지도자와 전문가들로 부터 국내 양돈산업의 현실과 미래를 진단해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 보았다. ▲최영열 회장(대한양돈협회) = 최근과 같은 양돈생산성과 산업구조라면 자급률 85% 유지는 기대하기 힘들다. 지속가능한 양돈산업을 위해 양돈농가들은 생산자단체를 중심으로 생산성 향상 등을 통한 경쟁력 확보와 고품질의 안전성이 확보된 돼지고기 생산, 친환경산업화를 위한 새로운 각오가 필요하다. 다만 분뇨처리 등 생산외에 부차적인 문제는 정부 책임하에 해결할수 있는 정책으로 농가들이 생산에만 전념할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할 것이다. 양돈농가들의 관심이 농장경영과 생산성 향상 보다는 경영외적인 부분에 집중될수 밖에 없는 상황하에서 어떠한 성과를 기대 할수 있을 지 의문이다. 특히 노후화된 생산시설의 개선이 시급한 만큼 의지와 능력을 갖춘 양돈인들에 대한 지원도 이뤄져야 하며 양돈현장에 검증을 거친 선진기술이 접목될 수 있는 교육 시스템도 하루빨리 구축돼야 한다. ▲진길부 조합장(도드람양돈조합)= 시간이 지날수록 기술과 생산성 향상이 이뤄져야 하지만 국내 양돈산업은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다. 국내 양돈산업이 국경없는 글로벌 시장체제하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경쟁국가 수준의 전문성 확보와 함께 이를 주도해 나갈 ‘상설 전문가집단’ 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운용돼야 한다. 이를통해 각 분야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대고 문제점을 발굴,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되 정책 역시 같은 맥락에서 접근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시말해 ‘종합예술’ 이 필요한 것이다. MSY(모돈 1두당 연간 출하두수) 제고대책 역시 사양기술에서부터 시설, 환경, 종돈, 사료, 질병위생, 도축에 이르는 전분야가 총망라돼야 비로서 좋은 결과를 기대할수 있다. ‘나홀로 대책’은 근본적인 치유책이 될 수 없으며 산·학 ·관·연이 하나의 유기체로 결합, 시간이나 공간의 연장속에서 과거를 되돌아보고 현재와 미래를 연결할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정영철 소장(정P&C연구소)= 국내 양돈산업의 가격경쟁력이 선진국에 비해 크게 열세라는 점은 부인할수 없는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 최근 모돈 사육두수가 늘어남에도 출하두수는 줄어들고 있는 추세는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그 총체적인 원인은 질병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한국 양돈산업의 전략은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워지면서 생산성을 회복, 더욱 향상시키되 고품질의 차별화된 돈육 생산과 생산기반을 유지, 확대시키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그런점에서 최근 국내 양돈장을 초토화시키고 있는 PMWS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모돈 및 자돈관리의 중요성을 다시한번 인식해야 한다. 뱃치분만시스템을 적용, 사고율을 15.1%에서 4.9%로 감소시킨 덴마크의 사례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일련의 노력들이 적정 생산기반 유지를 위한 생산 인프라 정책의 뒷받침 없이는 별다른 의미를 갖지 못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김유용 교수(서울대학교)= 국내 양돈업계가 장기간 지속되는 고돈가 추세에 젖어 급변하고 있는 대내외적 산업 환경에 너무나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는 것 같다. 지금 우리 양돈업계에 필요한 것은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다. 입붙임사료의 경우 젖때기 이틀전 극히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하지만 빠른 성장을 겨냥한 일부 양돈인들이 원칙을 무시, 무제한 급이함으로써 오히려 낭패를 보는 사례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우리 실정에 맞는 사양기술 적용도 이뤄져야 한다. 실제로 이러한 원칙에 입각, 직접 실험농장을 운영한 결과 이유후 설사나 자돈폐사 없이 최고의 생산성을 유지하고 있다. 더위가 오기전까지 자돈의 일당증체량이 2백70그램에 달하기도 했다. 이와함께 검증되지 않은 기술이 검증되지 않은 사람들에 의해 마구 현장에 적용되고 있는 추세는 하루빨리 사라져야 한다. 이러한 토대위에 생산성을 기준으로 한 양돈산업의 건전한 구조조정을 통해 반드시 MSY가 20두를 넘어설수 있도록 범업계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윤동노 회장(청미원)= 첨단화된 돈사시설이나 높은 수준의 기술 뿐만 아니라 가축생산기지가 도심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 상대적으로 적을 수 밖에 없는 분뇨에 대한 환경규제 등 절대적인 산업환경이 앞선 프랑스나 덴마크를 우리양돈산업과 단순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내 양돈산업도 실천적 노력을 경주한다면 결코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고 본다. 우선 모돈의 질병저항력과 크게 연관돼 있는 사료 내 미생물함유 기준에 있어 아플로톡신 뿐만 아니라 마이크로톡신에 대한 기준까지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 패널티제도 및 업체인증제등을 통해 해외의 검증되지 않은 농장에서의 종돈수입 문제 해결에 접근하고, 대한민국 고유의 유전정보를 보유했다고 할 수 있을 만한 GGP농장을 정부차원에서 육성할 필요도 있다. 아울러 축주의 의식향상도 거시적인 과제다. 시설투자를 비롯해 쾌적하고 위생적인 돈사환경을 조성키 위한 노력, 농장 내 관리인력의 수준향상 등 종합적인 면에서 업그레이드가 이뤄져야 지속가능한 양돈산업을 기대해 볼수 있을 것이다. ▲민승기 양돈PM(천하제일사료)= 국내 양돈산업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MSY가 23~24두는 돼야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두말할 것도 없이 돼지 폐사를 줄이는 길 밖엔 없다. 현재 국내 양돈장의 가장 큰 폐사원인은 써코바이러스와 PRRS에 의한 것이다. 써코바이러스는 환경에 기인한 것인 만큼 환경시설 컨트롤과 더불어 PRRS 예방을 위한 철저한 백신접종이 중요하다. 산자수를 늘리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현재 10~11두 수준인 국내 평균 산자수를 2두만 더 늘려도 생산성은 그만큼 올라가는 것이다. 종돈이 중요한 요인이지만 인공수정기술 배양 방안도 모색돼야 할 것이다. 결국 생산성 향상을 통해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국내 양돈산업의 당면과제는 질병콘트롤이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질병 예방을 위해서는 기본에 충실한 사양관리가 중요하다는 점을 명심해야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