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말 선도 축산농가를 중심으로 자발적으로 시작된 브랜드사업이 이제 축산물브랜드만 해도 7백여개에 이를 정도로 왕성하게 전개돼 오고 있다. 정부 또한 축산물브랜드 육성의 기치를 걸고 농정의 핵심사업으로 브랜드 활성화에 힘써 온지 여러 해가 지났다. 정부가 축산정책의 핵심화두로 브랜드를 설정한 것은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점차 의무화 돼가고 있는 쇠고기 및 돼지고기 이력추적시스템, 축산업등록제 등이 궁극적으로는 브랜드제품으로서 그 가치가 발현되기 때문이다. 필자 나름대로 지금까지의 축산물브랜드사업에 대한 평가를 내리면 다음과 같다. 먼저 긍정적인 측면을 들자면, 첫째, 축산업의 경쟁력 제고라는 화두와 맞물려 농가 및 생산자단체에게 자극을 주어 명품 생산 및 유통활성화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한 것은 의의가 매우 크다. 둘째, 정부가 적절한 지원대책을 마련해 축산물브랜드사업에 참여하는 사업체를 과감하게 지원해 줌으로써 비교적 단기간에 유수한 브랜드사업체가 육성된 점은 높게 평가할 수 있다. 셋째, 축산물브랜드 제품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기준을 마련하고 공정한 심사를 통해 우수 브랜드제품을 선발함으로써 축산물브랜드 사업자들에게 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동기를 부여하고, 소비자들에게 축산물브랜드 제품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자 노력한 것은 높게 평가된다. 반면 아쉬운 점을 꼽자면, 첫째, 브랜드사업을 통해 궁극적으로 농가 및 생산자단체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가시적인 수익창출 단계까지 이르지 못한 곳이 많다. 둘째, 브랜드사업체로서 가능하면 다양한 경영체가 육성되고 이들 사업체가 다양한 마케팅채널을 확보해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것이 중요한데, 정부가 브랜드사업을 장려해 나가는 과정에서 지역축협 등이 중심이 되고, 대규모사업체 육성에 초점이 맞추어진 경향이 강하다. 셋째, 축산물브랜드사업이 왕성하게 전개되면서 많은 농가가 이 사업에 참여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검증받지 않은 수많은 브랜드 제품들이 출시되면서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명품의 이미지를 훼손시킨 점 등은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브랜드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생산주체의 자발적인 노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정부가 축산물브랜드사업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등 여러가지 혜택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브랜드사업체들은 이와 같은 혜택을 받지 않고도 장기적으로 생존해 나가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브랜드사업은 생산과 유통을 동시에 고려해 지역별·품목별 특성을 강화해 나가야만 성공할 수 있다. 즉 생산측면에서는 이 사업에 참여하는 구성원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조직결성 및 유지관리가 중요하고, 유통측면에서는 브랜드제품을 안정적으로 출하할 수 있는 출하처 확보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러나 굳이 우선순위를 따지자면 브랜드사업의 출발점은 생산이다. 소비자의 기호와 요구에 부응한 우수한 제품을 생산하지 않고 브랜드사업을 운운할 수는 없다. 따라서 브랜드사업은 생산에서 출발해 유통으로 비중을 옮겨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기에 정부는 사업초기에 축산물브랜드의 전제조건으로 이른바 3통, 즉 혈통통일, 사료통일, 사양관리통일을 강하게 주문해 왔고 이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축산물브랜드 제품은 어느 정도 3통에 근접하고 있다. 한편,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축산물브랜드사업이 과연 축산농가 및 브랜드사업의 핵심주체인 생산자단체에게 실익을 가져다주었는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 및 관계자들도 적지 않다. 왜냐하면 브랜드사업을 시작하면서 애당초 기대한 만큼의 수익이 발생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발생할 가능성이 높지 않기에 이 사업을 계속해서 해 나가야 할지 고민하는 사업체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축산물브랜드사업을 개별농가가 수행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이 따른다. 어느 정도의 경제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생산자 단체들도 주변 여건을 감안할 때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이렇게 생각해 볼 때 지역축협을 중심으로 하는 브랜드사업이 가장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중요한 것은 사업주체로서 지역축협에게 어떠한 형태로든지 간에 수익이 발생해야 한다는 점이다. 가시적인 효과가 발현되지 않는 한 지역축협들은 이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듯 본격적으로 시행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지금 이 사업의 성패를 논하기는 어렵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사업전개방향인데, 향후 브랜드사업의 비중은 생산보다는 유통에 두어야 한다. 이는 브랜드사업에 대한 축산농가 및 현장 관계자의 의식이 높아지면서 조직화에 대한 열기가 고조됐고, 그렇기에 제품으로서의 경쟁력 제고 및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그 동안 다소 소홀히 취급해 왔던 유통에 비중을 두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브랜드사업체들이 생산측면에서 지켜야 할 의무, 즉 고품질 제품을 생산하고 위생·안전성 기준을 준수하는 등의 노력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선발주자는 물론, 후발주자들도 브랜드의 출발점이 생산이라는 점을 인식해 고품질, 위생·안전성이 보장되는 명품생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다행히도 최근 유통을 중시하는 움직임이 선도 브랜드사업체를 중심으로 감지되고 있는데, 이들 사업체의 경우 기존에 중시됐던 기술 및 생산전반에 관한 컨설팅보다는 주로 마케팅에 관한 컨설팅을 받고, 마케팅전문가를 영입해 새로운 판매전략을 수립하는 등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또 하나 지적하고 싶은 것은 대다수의 경우 지역축협이 브랜드사업을 주도한다고 생각하는데 막상 조합직원들의 브랜드사업에 대한 인식이 미흡하다는 점이다. 조합원인 농가를 브랜드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시켜 조합사업으로서 활성화시켜 나가야 하는 것이 직원들의 사명임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조합의 경우 직원들이 브랜드사업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앞으로는 브랜드사업에 참여하는 조합원 농가뿐만이 아니라 조합 임직원의 의식전환을 위한 교육이 병행돼야 할 필요가 있는데, 이들을 교육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교육비를 지원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여겨진다. 마지막으로, 최근 정부는 안정적인 물량확보가 축산물브랜드 경쟁력 제고에 중요한 요인이라고 판단해 광역(공동)브랜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로는 물량확보를 위해 사육규모를 확대해 나가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비록 작은 규모이기는 하지만 자생적으로 출발해서 현재 잘 운영되고 있는 중소규모 브랜드사업체의 존재를 소홀하게 취급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소규모 브랜드사업체 가운데 물량부족으로 고전하고 있어 광역브랜드로 가야겠다고 생각해서 의욕적으로 광역브랜드사업을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체에 대해서 지원해 주는 것은 무방하지만, 현재의 규모로 지역적·품목적 특성을 살려나가고자 노력하고 있는 사업체에 대해서는 그들 나름대로의 자생전략을 바탕으로 성장해 나가도록 지켜보는 것이 좋다고 여겨진다. 물론, 강한 의지를 가지고 브랜드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는 정책 담당자 입장에서는 가능하면 이른 시일 내에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기대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겠지만, 브랜드사업이라는 것이 단기간에 효과를 나타내기가 어렵고 또한 장기간에 걸쳐 안정적으로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여유를 가지고 관망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