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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돈 환경 개선 자정의식 확산

뉴스관리자 편집장 기자  2006.09.28 15:5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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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대한양돈협회는 2005 전업양돈농가 실태조사 발표를 통해 다소 충격적인 사실을 내놓았다.
사육규모 5백두 이상의 전업양돈농가들이 지난 2년간 최소 한번이상 악취로 인한 민원에 시달려 왔다는 게 그 내용. 더구나 전국에서 가장 민원발생빈도가 높았던 제주지역 전업양돈인들의 경우 “향후 사육규모를 줄이겠다”는 전국 유일의 지역으로 지목됐다.
실제로 22개 제주지역 표본농가들의 지난 2년간 평균 민원발생빈도는 4.4회로 전국 평균인 1.26회를 4배 가까이 상회했으며 향후 사육규모 증감의사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0.5% 감소를 예상, 9.9% 증가의사를 밝힌 전국 평균치와 상반된 모습을 나타냈다. 국내 양돈업계가 수입육과 경쟁을 하기도전에 ‘민원’ 이라는 내부 사정에 의해 생산기반이 붕괴될 위기에 놓여있다. 이러한 상황에 악취방지법의 발효는 양돈인들에게 더없는 부담으로 다가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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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규범 실천…“내농장 내가 지킨다”

◈생존위한 필수 항목
대도시나 급격한 도시화 지역 양돈농가만의 아픔이라는 생각도 어느새 먼 옛날 이야기가 되버렸다.
일단 몇 가구라도 ‘마을’ 이 형성된 지역이나 그 주변에 위치한 양돈장이라면 행정구역은 물론 지역형태와 관계없이 언제 발생할지 모를 민원의 위협속에서 양돈업을 영위하고 있는 것이다.
한 양돈농가는 “신축은 커녕 새로 전입해온 주민에 의해 수십년간 양돈장을 해오던 곳에서 조차 쫓겨나는 상황은 양돈인들 사에서 전혀 놀랄일이 아니다”며 “이는 소위 ‘깡촌’이라고 해도 별반 다를 바 없다”고 털어놓는다.
그렇다면 이를 극복할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강원대학교 성경일교수는 “깨끗하고 냄새없는 농장이 양돈업 영위를 위한 필수항목이라고 해도 무리가 아닐 것”이라고 말한다.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와 헌금, 주민들과의 교류 등이 강조되고 있지만 어디까지는 부수적 요인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경기도 양평에 소재한 두 양돈장의 엇갈린 운명은 이를 뒷받침하는 좋은 사례. 양평에서 모돈 3백두 규모의 종돈장을 운영하는 김창환씨는 지금껏 ‘민원’을 한번도 받아본적이 없다.
이에대해 주위 사람들은 물론 김씨 자신도 “대도시와 인접해 있는데다 아름다운 풍광으로 일찍이 ‘펜션의 밀집지’로 떠오른 양평에서 웬만한 양돈장은 버티기 힘들다”고 전제, “언뜻보면 펜션과 다를 바 없는 아름다운 농장을 유지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며 그 배경을 찾는다.
반면 김씨의 농장에서 불과 십여분 거리에 위치한 또다른 양돈장의 경우 악취와 분뇨문제로 민원이 연속되며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깨끗한 농장’ 여부가 이들 두 양돈장의 생존을 가늠하는 핵심 기준으로 작용한 것이다.
하지만 깨끗한 농장이 가져다 주는 혜택은 비단 사육기반 제공이라는 무형적 이익에 국한되지 않는다.
깨끗한 농장을 유지하고 있는 양돈인들은 한결같이 “양돈장을 깨끗이 관리하고 악취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가축분뇨의 효율적 처리와 함께 돈사내부의 청결과 적정사육밀도 유지가 필수”라고 말한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각종 질병발생이 최소화되면서 각종 약품비 절감은 물론 생산성 및 품질 까지 향상, 이전에 비해 높은 수익을 얻게되는 시너지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경기도 포천에서 비육돈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홍성현씨도 그중 한명.
수익이 감소할 것이라는 주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친환경직불제에 참여하기 위해 당초 3천두에 달하던 돼지사육규모를 2천두까지 줄인 그는 “밀사로 인한 압사와 질병문제가 자연히 해결됐다”며 “잦은 호흡기 질병 등으로 매달 1백20만원까지 들어가던 각종 약품비도 대폭 줄었다”고 밝혔다.
충북 청원의 정군자씨도 넉넉한 사육규모를 유지하면서 일당 증체량 향상은 물론 70%대에 머물던 A등급 출현율이 90%선까지 높아졌다고 전하기도 했다.
양돈전문가들은 이에대해 “아무리 훌륭한 시설과 함께 철저한 백신접종 및 차단방역이 이뤄진다고 해도 열악한 사육환경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결과들”이라며 “특히 수년동안 국내 양돈업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PMWS의 경우 쾌적한 사육환경의 깨끗한 농장은 그 발생을 최소화는 전제조건”이라는데 이의가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충남 당진에서 8천여두의 기업형 양돈장을 운영하는 L씨는 시설개선과 함께 사육밀도를 대폭 줄이며 깨끗한 농장으로 변신한뒤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PMWS 극복에 성공했다.
농장생산성 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것으로 자신도 했지만 지난 ’04년 PMWS을 발생을 계기로 양돈업 중단까지 검토했었던 L씨로서는 ‘깨끗한 농장으로 해결해 보자’ 는 결단이 재기의 발판이 된 셈이다.

◈‘소비자 중심의 산업’ 전제조건
최근에는 소비자중심의 친환경산업이 국내 축산업계의 화두로 떠오르며 깨끗한 농장에 대한 사회적 요구 역시 그어느 때 보다 강력하다.
환경오염의 우려가 없고 안전한 축산물생산을 기본 개념으로 한 친환경산업 실현을 위해서는 깨끗한 농장이 없어서는 안될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가축분뇨에 의한 환경오염과 항생제 남용문제가 불거질 때 마다 축분뇨가 넘쳐 흐르고 항생제 사용이 불가피한 불결한 환경속에서 돼지 사육이 이뤄지는 일부 양돈현장이 언론에 비춰지며 나머지 양돈농가들까지 ‘도매금’ 으로 넘어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는 곧 돈육소비 감소로 직결됨은 물론이다.
소비자단체의 한 관계자는 얼마전 돈육브랜드 점검에 나선 자리에서 “불결한 환경에서 생산된 식품선택을 강요받으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반문, “이제 양돈농가들도 식품생산이라는 시각에서 농장경영에 접근해야 할 것”이라며 깨끗한 농장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다시말해 모든 양돈장의 ‘깨끗한 농장’ 실현이 돼지고기 소비, 나아가 국내 양돈산업 전체의 이익으로 이어짐을 의미하는 것이다.
많은 양돈인들이 깨끗한농장이 바로 양돈산업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주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깨끗한 농장 만들기는 소비자 중심의 친환경산업으로 발돋움, 궁극적으로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정착을 추구하는 국내 양돈산업의 핵심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의 친환경직불제 시행이나 대한양돈협회가 양돈환경규범까지 제정, 국내 축산업계 최초로 민간차원의 환경 자정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것도 거역할수 없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기위한 필사의 자구대책인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깨끗한 농장 만들기는 양돈농가 개인이나 국가적으로도 더 이상 미룰수 없는 생존과제”라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범업계 차원의 구체적이며 실질적인 대책이 전개돼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일호 L21ho@chuksannews.co.kr

※양돈환경 규범
우리 양돈인들은 환경을 보전하고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친환경 양돈산업을 영위하기 위하여 ‘양돈 환경 규범’을 채택하고, 이를 철저히 준수할 것을 다짐한다.
一 우리 양돈인들은 환경보전과 건전한 축산업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가축분뇨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규’를 준수한다.
一 우리 양돈인들은 양돈장 냄새와 해충 발생 방지를 위해 냄새 요인을 적절히 관리하고, 축사
내외부 청소에 노력한다.
一 우리 양돈인들은 자연순환 기능을 촉진하기 위해 가축분뇨를 퇴·액비화로 자원화하여 자연
순환형 농업에 앞장선다.
一 우리 양돈인들은 농장내 축사 시설과 주변 환경을 청결히 관리하여, 깨끗하고 아름다운 농장
만들기에 앞장선다.
一 우리 양돈인들은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양돈 환경 규범 점검판을 농장에 비치하고,
실행 사항을 수시로 점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