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관리자 편집장 기자 2006.10.09 11:49:14
정밀한 실험기기는 덥거나 추워도 정상적인 작동을 못하는데 축산시험장에는 냉방기가 장장실과 3층의 대강당에 한대씩 배치돼 총 2대밖에 없었다. 나는 그 당시 여러 가지 여건을 생각해 냉방기를 사용하지 않고 창문을 열어 놓고 땀을 연실 수건으로 닦아가며 지내고 있을 때였다. 그래서 나는 냉방기를 구입해 달라는 직원들의 요청에 장장실의 냉방기를 실험실서 쓰라고 하니 용량이 적어서 소용이 없다고 하기에 그럼 강당의 냉방기를 옮겨가라고 하니 전 직원들에게 원성을 사게 될 일이라는 것이다. 그 당시 연구원들의 방 창문에는 방충망이 하나도 없어 여름밤이면 모기를 비롯해 각종의 벌레들과 전쟁을 치루면서 연구를 해야 했다. 선풍기는 개인적으로 4~5명이 사유물로 집에서 가지고 와서 사용하고 있었다. 실정이 이러다보니 연구원들은 선풍기는 바라지도 않으니 부채라도 하나씩 구입해 달라고 요청해 정말 부채 100개를 나누어 주는 거짓말 같은 현실이 존재했던 때였다. 이것이 바로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호랑이가 담배를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라고 착각을 할 수도 있는 시대에 우리가 살았었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한번은 육가공연구실의 연구보조원들이 나를 위해 서해바다 남양에서 왕새우를 구입해 온 것이다. 나는 오후 5시경에 육가공연구실의 왕새우 파티에 참석해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정겹게 새우를 먹고 있는데 보조원 대표가 갑자기 나에게 “장장님 육가공실의 온도는 항상 15℃ 전후를 유지해야 하는데 낮에는 30℃까지 온도가 올라가 사고위험도 있고 작업을 할 수가 없으니 냉방기를 구입해 주십시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연구실의 열악한 환경을 누구보다 절감하고 있었기에 나는 자리에 일어서면서 왕새우를 맛있게 먹었으니 냉방기를 구입해 주겠노라고 선듯 대답을 하고 나왔다. 그리고 냉방기 2대를 다음날 구입해 각 연구실에 주니 모두가 좋아서 열심이 일을 하는 모습이 지금도 나의 뇌리를 스쳐가곤 한다. 앞서 말했듯이 복잡한 과정을 거쳐서 불가능하다는 실험기기를 한 곳으로 모으면서 새로운 종합실험실을 신축하는 예산을 확보해 1995년에 본관 서편의 구릉지 1만여평을 매립한 장소에 1천200평 규모로 새로운 종합실험실을 착공하게 되었으며 종합실험실을 해결하는데 1993년부터 1997년까지 5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 후 10년이 지난 올 봄에 처음으로 종합실험실을 구석구석 돌아볼 기회가 있었는데 착 공시에는 너무 넓다는 이야기들이 많았으나 지금은 여유로운 공간이 없어 보였다. 내가 연구기관의 종합실험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연구결과를 정상적으로 도출하기 위 해 첫째가 고급연구원의 확보, 둘째가 격에 맞는 종합실험실의 확보, 셋째가 연구를 수행 할 수 있는 예산의 확보이며 넷째로 가장 중요한 것이 덕목을 가춘 연구기관의 경영자로서 위의 세 가지 사항을 이끌어 낼 수 있고 조직과 연구결과를 효율적으로 관리 할 수 있는 리더, 즉 유능한 연구기관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종합연구실이 구비되지 못한다면 좋은 연구결과를 얻는 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며 연구하는 사람은 누구보다도 항상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준비 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뜻이 보여야 길이 보인다’라는 제목으로 설명을 해 보았다. 인간만사는 생각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모두의 뜻을 모아 바르게 추진하면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다는 진리를 우리 모두가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