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관리자 편집장 기자 2006.10.18 13:50:54
나는 잠결에 그만 일어나라는 목소리에 눈을 떠 보니 과장께서는 이미 일어나서 배에서 내릴 채비를 하고 계셨는데 시간이 새벽 3~4시경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과장께선 배에서 내리니 바닷바람이 시원한데 시간이 많이 있으니 부두 근방의 여관에서 잠을 자야 한다면서 여관으로 들어 같다. 그 여관이 어디쯤 있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시내가 아닌 것만은 분명했다. 그렇게 해 배에서 잠을 설쳤기 때문에 나는 깊은 잠에 빠져 있었는데 또다시 과장님께서 날 흔들어 깨우며 갑자기 나가자고 말씀을 하시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아직 8시도 되지 않았는데 어디로 가는 것입니까?”하고 여쭤보니 아무 기색도 보이지 않으시더니 10시경이 돼 우리가 어디에 있다고 연락을 하면 제주도청 직원들이 나오기로 돼 있어 체면도 있고 남의 눈도 있으니 예약해 놓은 호텔로 가야 한다는 말씀을 하시는 것이었다. 제주도에서 지낼 호텔을 예약해 두었다면 배에서 내려 바로 갈 것이지 여관을 거쳐야 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웃지 못할 일에 나는 이미 정신을 다 빼앗긴 멍청이가 됐고 그저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는 신세가 됐다. 체면이 있으니 호텔로 가서 방을 정하고 도청직원을 만나자는 말씀을 들으면 정상적인 생각을 하고 계신데 굳이 여관에서 머무는 이유는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문제였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가장 간단한 문제였던 것이다. 내가 비싼 아리랑담배를 피운다며 과장님께 구박을 받으면서도 진달래 담배로 바꾸지를 않으니 무언의 혹독한 기합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그렇게 머리가 나빴던 것을 지금에 와서야 인정을 하게 됐다. 호텔에서 몸치장을 하고 나니 아침 9시가 넘어서 제주도청 직원이 찾아와 아침을 함께 먹는 것을 시작으로 그날 하루는 오후 늦게까지 강의를 하면서 맛있는 점심과 저녁을 먹으며 순탄한 하루를 보냈다. 그런데 여행 3일째인 그 다음날은 제주도 구경을 하는 날이어서 도청 직원이 없이 내가 과장을 모시고 다녀야 했다. 하지만 어디가 어딘지 알지를 못해 과장께서 가자는 곳을 따라다녀야 했으니 관광이라기보다는 구경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날의 일과는 구경을 하면서 찐빵과 자장면으로 끼니를 때웠는데 과장께서 식사중 하시는 말씀이 본인이 혼자서 다닐 때에는 항상 국수류 아니면 빵으로 식사를 때운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첫번째 제주도 출장이요, 또 와보기가 쉽지 아니한 기회인데 바닷가의 좋은 음식은 근처에도 가 보지도 못하고 섭섭하기 그지없었다. 그 날 밤에 제주도 여객선 부두에서 배를 타고 다시 목포로 돌아오게 됐다. 이른 아침에 목포부두에 내려서 아침을 먹는데 하시는 말씀이 오늘은 올라 갈 때에 태극호 기차를 타고 가자는 말씀을 하시는 것이 아닌가? 그 당시에 나는 태극호기차를 타 보지도 못했지만 지금의 고속열차와 같이 가격이 비싸고 가장 빠른 기차여서 서민은 타기가 어려운 때였다. 그 말씀을 듣고 나는 다시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나는 기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오면서 그 동안의 경비를 계산하고 나머지 돈을 과장께 드리니 남은 돈을 절반으로 나누어 달라고 하시면서 이미 모든 경비의 쓰임을 벌써 머리로 계산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정말로 복이 많은 사람이다. 어느 누가 이렇게 사람이 되라고 훈련을 시키겠는가? 물론 그 후에 담배도 진달래로 바꿔 피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