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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닭고기 포장유통 의무화 ‘이대로 좋은가’

생산비증가·소비위축…역효과 우려

뉴스관리자 편집장 기자  2006.10.23 10:5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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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고기 포장유통 의무화 제도가 시행됐지만, 당초 기대와 달리 생산비 상승으로 인한 소비자 부담확대와 더불어 포장을 위한 도계공정의 체계적 정비가 결여됐다는 지적이 일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3월 24일 공포된 축산물가공처리법 개정안은 닭, 오리를 하루 8만수 이상 도계하는 영업자들에게 포장유통을 실시토록 의무화했고, 이러한 내용은 9월 25일부터 적용됐다.
농림부는 제도 시행에 앞서 소매용과 학교급식용으로 가장 많이 유통되는 축산물 가운데 하나인 닭고기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포장유통을 의무화한다는 방침을 내고, 용기 표시사항 정비를 비롯해 가공식품의 경우 사용된 모든 원재료와 영양성분표시에 대해서도 의무적으로 표기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첫 시행대상으로 일 도계 8만수 이상업체인 하림, 마니커, 체리부로, 동우, 올품은 포장기계를 구입하고 시험가동에 들어가는 등 준비에 접어든 상태다.
이들 업체들이 유예받은 적용시기는 내년 1월 1일까지이고, 8만수 미만의 도계작업장은 2008년부터 제도 적용대상이 된다.
그러나 일부 메이저 브랜드 업체들을 제외한 대다수의 육계업체들은 포장유통 의무화가 당초 취지와는 맞지 않아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표정이다.
이들이 지적하는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 하나는 포장단계를 추가함으로써 설비 도입, 인력증대 등에서 비용이 발생돼 생산비가 증가하고 결국 이 모든 비용은 소비가격 상승을 불러와 소비위축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 또 하나는 닭고기 유통의 위생안전성 확립이라는 제도도입 취지와는 달리 육계생산 현장에서의 작업시스템이 오히려 위생관련 사고를 불러올 수 있기에 이 또한 닭고기가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는 동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육계계열화업체 관계자는 “업체들은 첨단 포장설비를 도입하면 적어도 몇 십억씩 들어가는데 포장육 가격은 일반 닭고기에 비해 당연히 높아지지 않겠나. 더구나 8만수 이상의 우선적용 업체들이 거의 브랜드 닭고기를 생산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포장육 닭고기 품질은 우수하고 믿을만하다’는 소비자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기 때문에 결국 업체들의 비용출혈로만 귀결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포장단계 추가로 인한 소규모 영세업체들의 부담은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당장은 적용대상이 아니지만, 2008년 전면 의무화를 바라보고 있기에 마냥 피해갈 수는 없는 처지. 더군다나 시설자금을 지원받는다 해도 설치할 공간조차 확보하지 못할 정도인 곳이 여러 군데라는 것이 또다른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들은 또 “단계별 점검 없이 포장육 유통을 적용한다는 것 자체가 부패·변질 닭고기 유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도계는 1차적으로 95℃ 가량의 물에서 열처리를 하는데 이 경우 도계내부온도가 상승한다. 이 상태에서 포장을 하려면 도계내부온도를 낮추기 위해서 냉각공정을 거쳐야 하는데, 완벽한 냉각공정을 확보하고 있는 업체들이 거의 없기 때문에 포장이 된 상태에서 세균 증식 및 부패변질이 일어나기 십상이라는 것.
이러한 포장 닭고기가 시중에 유통돼 소비자들의 식탁에 오를 경우 문제는 엄청난 심각성으로 다가온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지금까지는 심지어 백화점에서 조차도 소비자들은 닭고기 구매시 즉석에서 토막을 내 담아주는 방식에 익숙해져 있으므로, 포장육 유통시 가정에서는 포장된 닭을 사와 ‘뜯고 다시 잘라서 조리하는’ 것이 매우 생소할뿐더러 신뢰와 기호성에 오히려 역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국내산 닭고기가 수입육과의 경쟁에서 가지는 가격저항을 품질로 극복하기 위해서는 닭고기 유통 소비의 선진화를 이루고, 포장육 유통도 언젠가는 해야할 숙제다”라고 인정하는 한편 “그러나 이 제도가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세대간격이 짧고 질병전이의 위험이 높은 닭고기의 특성상 도계 단계별 냉각시스템과 콜드체인이 깨지지 않는 시스템을 확보하는데 우선해야 한다”라고 하나같이 입을 모은다.
또한 업계 일각에서는 “닭고기 등급판정제도와 같은 중간단계적 조치나 제도 시행시기에 대한 유보적 검토도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도영경 ykdo@chuksa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