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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방역 체계화되어야 한다/ 곽창영 원주축협장

뉴스관리자 편집장 기자  2001.04.30 10:2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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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과 아시아는 물론 중동에서까지 발생해 지구촌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는 구제역은 우리 축산인들에게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은 고통을 강요하고 있지만 범국가적 방역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었다는 점에서는 하나의 교훈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우리나라는 지난해 구제역을 경험한이후 느슨했던 방역을 단단히 조인게 사실이다. 축산인은 축산인대로 구제역이 재발하면 “그야말로 끝장”이란 각오로 무장하게 됐고, 구제역이 뭔지도 모르던 일반국민들도 구제역이 국가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그뿐인가. 정부 부처간에도 구제역방역에 관한한 단 한건의 이견도 없이 협조가 이뤄졌고 급기야는 대통령까지 나서서 국가적인 긴급현안이라고 밝힘으로써 구제역방지는 그야말로 국가적 과제라는 컨센서스를 형성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지난해 파주, 홍성지역의 구제역 발생과 올해 영국등지의 발생소식을 접한이후의 방제노력은 우리 모두가 구제역을 얼마만큼 두려워하고 있는가를 알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현장방역에 매달리고 있는 축산인의 한사람으로서 범국민적 컨센서스 아래 이뤄지고 있는 구제역방역에 아쉬움도 적지 않다.
전국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구제역방역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방역시스템이나 방역비지원이 체계적이지 않은데서 발생하는 비효율적 요소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구제역방역은 농협중앙회가 시군지부에 약품이나 방역비를 내려 보내면 축협, 농협 가릴 것 없이 공평(?)하게 분배하게 되며 자치단체 역시 별도의 방역에 나선다.
이처럼 체계적이지도 않고 각개약진식의 방역으로 인해 구제역방역은 인력과 비용의 낭비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필자가 직접 방역현장에서 느낀 일인데 하루에 무려 세 번씩 방역차가 다녀가는 농가마저 있었다. 축협이 오전에 하고 가면 마치 경쟁이라도 하는양 오후에는 현지 농협과 행정기관의 방역팀이 다시 와서 방역을 하는 식이다.
아무리 철저한 방역을 해야 한다지만 하루에 세 번씩 소독약을 뿌릴 필요까지는 없는 것이다. 구제역방제를 위한 현장방역을 일선축협에 전담토록 했다면 예산절감은 물론 최소한 하루 세 번씩 소독약세례를 받는 농장은 없을 것이다.
축협, 농협 가릴 것 없이 똑같이 분배되는 방역비지원 역시 문제가 있다. 구제역방역은 구제역을 가장 잘 아는 단체가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 객관적으로 볼 때 경종농가 위주의 단위농협 보다는 전체조합원이 양축가인 축협이 보다 전문성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의 질병을 치료하는데 전문의가 따로 있듯이 구제역방역도 상대적으로 구제역을 많이 알고 전담인력이 있는 축협이 적임일 것이다. 규모가 큰 양축가들이 구제역은 자신들만 철저히 방역을 한다고 해서 될 문제가 아니라며 인근의 영세양축가들 농장까지 대신 방역을 해주는 사례는 방역단을 축협으로 일원화해도 문제가 없음을 나타내주는 사안이다.
이번 구제역방역은 현장의 양축농가에서 정부에 이르기까지 모두 혼연일체가 되어 매달린게 사실이다. 그러나 방역시스템상의 이러한 문제로 인해 구제역방역은 인력과 예산이 낭비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사실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될 일이다. 같은 지역, 같은 농장을 대상으로 축협과 농협, 행정기관의 방역팀이 제각기 몰려 다니는 모습이 양축가들에게 과연 어떻게 비쳐질까를 생각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