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세 주부 신모씨는 “소비자들은 믿고 사먹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전히 수입고기를 한우로 둔갑시켜 판매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하더라”면서 “쇠고기의 이력을 직접 확인해볼 수 있다고 하니 일단 믿기는 하겠는데, 그래도 아직까지 소가 유통되고, 고기로 가공되는 과정에서 이력이 뒤바뀌는 일도 종종 생기지 않을까”라며 의구심을 떨치지 못한다. 2~3년 후면 시중에 유통되는 모든 쇠고기는 이력확인이 가능해진다. 그런데 과연 이력제가 적용되고 있는 쇠고기마저도 아직까지는 믿을 수 없는 걸까? 신씨의 말을 확인해보기 위해 그와 같은 소비자가 되어 구입한 쇠고기의 이력을 따라가 보기로 했다. ................................................................................................................ ◈쇠고기 이력시스템따라 유통과정 역추적해보니 ■소비·판매·유통 이른 저녁시간에 찾은 서울 양재동 이마트. 저녁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장보러 나온 주부들로 붐비는 이곳의 정육코너를 찾아 반근(300g) 정도씩 소포장 돼 있는 국거리용 쇠고기 양지를 한 팩 구입했다. 구입한 쇠고기는 횡성한우 제품. 쇠고기 포장지에 부착돼 있는 라벨에는 제품명, 원산지, 가격, 중량 등과 함께 ‘개체식별번호’가 찍혀 있다. 판매대 위에 설치돼 있는 터치스크린 앞에는 “오늘 구입하신 횡성한우의 이력을 직접 확인해 보세요”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바로 쇠고기 이력검색 서비스이다. 판매장에 설치된 터치스크린이나 인터넷(www.mtrace.net)을 통해 상품라벨에 인쇄된 개체식별번호를 입력하면 해당 쇠고기의 이력을 확인할 수 있는 것. 구입한 제품의 개체식별번호 ‘182014369’를 누르자, 창이 바뀌면서 내용이 나온다. 이력추적 정보에서는 한우 거세우, 육질등급, 도축일자 등과 함께 도축검사결과가 합격이라는 것, 출생지와 사육지는 강원도 횡성군으로 표기돼 있다. 또 횡성한우 브랜드 정보로는 사육자와 연락처, 도축장 및 가공장, 먹인사료와 출하 6개월 이내 사용한 동물약품 여부가 표시돼 있다. 이마트 양재점의 박정현 축산AM에게 이력제 적용 쇠고기가 다른 제품과 바뀌는 경우는 없는지를 묻자 “철저하게 관리하는데 그럴 순 없다. 문제가 발생하면 해당 브랜드에 엄청난 타격이 될 수도 있지 않은가”라고 반문한다. 그는 “이력제 시범사업에 나서면서 소포장 작업 시 개체식별번호가 일치하도록 직원교육을 여러 차례 실시했다. 또 축산물등급판정소에서 월2회 방문해 판매되고 있는 쇠고기에서 무작위로 DNA시료를 채취해 도축장에서 채취한 해당 소도체의 DNA시료와 동일여부를 검사하기 때문에 착오가 생기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장·가공·도축·이동 그렇다면 유통 및 판매 전단계인 도축장에서는 이력관리가 어떻게 되고 있을까. 구입한 횡성한우의 도축·가공장인 강원도 원주시 소재 ‘하이미트21C’를 지난 26일 방문했다. 2000년 준공된 하이미트21C는 안전하고 위생적인 축산물을 생산하기 위한 첨단의 현대화 도축시설을 완비한 곳. 성수기 물량이 빠져나가고 비교적 한산한 이날도 작업장 근무자들의 일손은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이력제 쇠고기는 생산된 부분육마다 포장지에 해당 소의 개체식별번호가 인쇄된 라벨을 부착하고, 개체 간에 섞이지 않도록 차례대로 1두씩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때 소도체에 부착된 개체식별번호 표시라벨이 확인돼야만 가공작업이 이뤄진다. 가공 전단계인 등급판정시에는 현장의 축산물등급판정사가 2분도체의 위아래에 붙어있는 개체식별번호 표시라벨을 확인한 후 등급을 판정하게 되며 이때 모든 소도체에서 DNA시료가 채취되어 축산물등급판정소의 DNA검사실로 보내진다. 이 보관용 원본 시료는 판매장에서 무작위로 채취되는 검사용 시료와 대조구를 이루게 된다. 라벨은 2분도체가 가공 및 해체되는 과정에서 다시 4분도체로 분할되므로 위와 아래에 붙이며,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정보인 개체식별번호와 도축일자 등과 함께 도축번호, 중량, 도축장명이 하나하나 인쇄돼 있다. 이번엔 계류장을 찾았다. 이날 계류 중인 소들은 모두 귀표가 장착돼 있었다. 쇠고기 이력추적시스템에 있어 생산과 유통을 연결하는 핵심고리인 귀표는 이동시기에 탈락되는 경우가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현장 담당자는 “실제 도축장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귀표가 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만일 귀표가 떨어질 경우에는 출하시 첨부하는 ‘도축두수 및 귀표번호 통보서’와 대조해 구분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사육 이제 마지막으로 농가에서의 이력관리가 얼마나 신뢰성 있게 이뤄지는가를 확인할 차례. 구입한 쇠고기의 생산농가를 만나기 위해 한우의 고장 횡성을 찾았다. 횡성시내에서 차량으로 20-30분을 달려가 찾은 박원식씨 농장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자연환경 속에서 단촐하게 30두의 거세비육우만을 사육, 횡성한우 브랜드에 참여하고 있다. 이마트 양재점에서 구입한 쇠고기의 개체식별번호와 도축일자를 그에게 제시하자 “당시에 명절을 앞두고 총12마리를 출하했는데, 그중 7마리가 11++등급을 판정받았다”며 자신이 출하한 소임을 확인해 준다. 그는 귀표관리에 관해 “사실상 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소들의 상태를 항상 체크하며 떨어질 경우 따로 구분해두고 브랜드경영체인 축협에 연락하면 담당직원이 와서 바로 다시 달아준다. 또한 정기적으로 육질검사 초음파측정시 개체식별번호를 확인하기 때문에 뒤바뀌는 사례는 없다”고 장담한다. 이와 함께 올해부터는 귀표가 떨어질 경우를 대비해 출생된 소들은 귀 양쪽에 버튼형과 일반형 2조의 귀표를 부착토록 돼 있다. 이곳에서는 송아지 입식 시 전량 횡성축협 송아지경매시장을 통해 혈통등록이 되고 귀표부착으로 이력확인이 가능한 것만을 구매하고 있다. 또 사육한 모든 소는 브랜드(횡성축협)출하를 하며, 이동시에는 농가가 연락을 취하면 브랜드경영체인 횡성축협에서 이동신고를 비롯한 관련업무를 모두 쇠고기이력추적시스 전산망을 통해 대행처리 해준다고. 아울러 사용하는 사료와 항생제 등에 대해 묻자 박원식씨는 “급여되는 사료는 입식 이후 16~17개월령까지 ‘횡성한우 큰소 비육사료’를 급여하고 이 기간이 지나면 후기비육사료인 ‘횡성한우 마블링’을 급여하게 된다”고 한다. 이와 더불어 출하 6개월전 동물약품사용여부를 묻자 “휴약기간 준수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하는 박원식씨는 “송아지 입식 시에만 수송 등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스트레스 방지제를 주고 있다. 수시로 관찰하고 보살피기 때문인지 아직까지 큰 질병을 치른 적이 한 번도 없다. 지역의 다른 농가와도 소 사육에 관한 갖가지 고민과 정보를 나누며 공을 들이고 있다. 소비자 신뢰는 작은 데서부터 출발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강조한다. 도영경 ykdo@chuksan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