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가적 서정이 묻어나는 전원생활은 각박한 삶을 살아가는 모든 도시인들의 꿈이다. 일부 고소득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전원생활은 최근 주 5일근무가 정착되면서 중산층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도시인들이 은퇴를 대비하고 주말을 가족과 함께 보내기 위해 전원주택을 마련하는 추세는 마치 1980년대의 마이카(My car)붐을 연상케 한다. 이 때문인지 도시인들 몇몇이 모이면 전원주택은 첫 손가락에 꼽히는 화제가 되고 있다. 급기야는 지방자치단체가 은퇴했거나 조만간 은퇴할 예정인 도시인들을 겨냥한 전원마을조성에 나서고 있다. 지자체의 이러한 노력은 도시인들의 전원주택 붐이 인구감소로 인한 지역공동화(空洞化) 및 세수부족에 허덕이는 농촌지역 지자체의 현실과 맞아 떨어진 것이다. 마이카 붐이 그랬듯이 도시인들이 전원주택을 마련하는 행렬 또한 붐을 이룰 수밖에 없다. 문제는 전원주책 붐이 축산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농촌지역 부동산시장에서 축사주변의 땅은 전원주택 후보지로서는 ‘0점짜리’로 분류된지 오래다. 양축현장이 기피대상으로 낙인찍혀 있는 것이다. 인터넷상의 부동산관련 사이트나 중개업소 유리문에 ‘대상물건 주변에 축사등 혐오시설 없음’이라는 표시가 버젓이 나도는 현실이 이를 말해 주고 있다. 택지를 마련하려는 도시인과 땅을 팔려는 현지주민들에게 있어 축사는 미운 오리나 다름없게 된 것이다. 냄새가 나고 미관상 지저분해서 무조건 싫다는 도시인들에게 축산이나 농촌현실이 어렵다고 이해를 구한다고 될 일은 아니며,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 낸다’식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도 소용없는 일이다. 대대로 알고 지내온 이웃사촌마저도 냄새나 미관상 문제가 있다며 따가운 시선을 보내는 요즘의 농촌현실에 비춰볼 때 지금대로라면 축산은 설 땅이 없어지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축사를 인적 없는 산속으로 옮길 수도 없는 노릇이고, 농지법이 개정되어 너른 들판으로 간다 해도 냄새나 미관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방법은 한 가지 뿐. 축사와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도시인들이 전원주택을 지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그들과 이웃으로 공존할 수 있어야 한다. 냄새 없고 깨끗하고, 미관상 아름답기까지 한 축사환경을 조성해야 하는 것이다. 축산현장의 생산성 차원에서도 이 문제는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과제다. 때마침 민간차원의 클린 팜(Clean Farm) 운동에 대한 축산현장의 관심이 고조되고, 정부 또한 이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아직은 클린 팜 운동이 기대하는 만큼의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필요성은 절감하고 있지만 이를 실천하는데 따른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클린 팜 운동은 민간차원의 노력이 선행되어야 하지만 축산인프라구축 내지는 농촌취락구조개선 차원에서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어떠한 축산정책도 실효를 거둘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시사철 꽃이 피고 새가 날아드는 아름다운 농장, 냄새 없이 깨끗한 축사가 전원주택과 조화를 이루며 농촌풍경에 담길 때 축산업은 탄탄한 뿌리를 내릴 수 있다. 꿈속이 아닌 현실에서 그런 풍경을 빨리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정말이지 간절하다. 이 상 호 본지 발행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