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계적인 농장설계와 더불어 ‘아는 바대로만 하면 된다’는 소박하지만 건실한 축주의 철학으로 질병에서 냄새까지 걱정이 없는 번식돈 농장, 경기도 이천 설성면에 위치한 ‘대지영농조합법인’ 엄진용 대표의 이야기다. 농장 어귀로 접어들자 한눈에 알 수 있는 것은 마을에 들어가기 위해선 이 농장을 지나가게 마련이라는 점이다. 이처럼 마을진입로에 위치한데다 산비탈에 놓여있어 마을에서는 그야말로 훤히 농장이 보임에도 주민과의 갈등이 한 번도 없었다는 것. (주)돈마루 회원농가인 이 농장은 모돈 1천두 가량에 PSY 25두를 생산, 매월 1천2백두 가량의 육성돈을 위탁농장에 분양하고 있다. 동시에 지난 2월 국제인증기관 SGS로부터 HACCP인증까지 받은 체계적인 관리매뉴얼을 기반으로 돈방별 기록 전산화를 확립, 돼지생산이력제 실시에도 동참하고 있다. 지난 2000년 설립 이후 단 한 번도 질병이 발생하지 않은 대지영농은 정기적인 소독과 농장출입자 통제는 물론 철저한 차단방역 및 질병예방을 위한 조기검진을 실시하고 있다. 돈마루의 ‘벌침맞은 돼지’ 브랜드 농가에 해당하는 이곳은 2004년부터 항생제 저감화를 위해 봉침요법을 실시, 그 결과 질병에 대한 걱정은 덜은 것은 물론 이듬해 2005년 들어서는 월 약품사용료가 60%가량으로 줄었다. 분뇨처리에 있어서도 SCB공법 도입으로 고품질의 유기질 비료 생산이 가능, 냄새는 물론 파리가 거의 없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생균제를 급여해 면역성과 위장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BOD 함량도 5ppm이하로 나오고 있지만, 이마저 더욱 향상시키기 위해 배출시설을 보완하는 중이다. 이 농장의 또 다른 특장점은 경사면 위로부터 임신사, 분만사, 자돈사, 분뇨처리장이 차례대로 위치한 체계적 생산라인을 갖췄다는 것과 주 단위로 실시되는 철저한 올인올아웃 시스템이다. 시설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쉽지 않은 올인올아웃제를 농장설립과 동시에 실시했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이를 실시하는 농가가 많지 않아 준비에 공을 들였음에도 안착화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엄 대표는 올인올아웃시스템에 대해 “결국 농장성적과 연결되는 부분이므로 처음 시작할 때가 힘들지 하다보면 이 방식이 더 낫다”고 말한다. 비록 꽃나무를 심고 가꾸는 ‘예쁜’ 농장은 아니지만, 철저한 방역 및 생산체계 확립과 더불어 지역주민과의 갈등 없이 들녘과 어우러진 풍경의 깨끗한 농장. 대지영농 엄 대표는 “이제 지역에서의 자원순환시스템 확립으로 분뇨의 비료적 가치를 높이고, 경종산업과의 연계를 강화할 때”라며 “비료관련 제도개선과 함께 최종 분뇨처리시설 확립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한다. 도영경 ykdo@chuksan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