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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형의 ‘황소 발자욱’ / 제3부 내 인생에 승부를 걸었던 사건들

뉴스관리자 편집장 기자  2006.11.13 11: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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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과 무질서를 바로잡기 위하여 (Ⅲ)

나는 국립종축장이 빨리 정상적인 조직으로 발전할 것을 바라는 공직자이며, 축산기술자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럼 없는 삶을 살려고 노력을 한 것뿐이지만 집사람의 격려와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조직을 관리하고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는 데는 기강(紀綱)과 관리체계(管理體系)만 정상이면 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부대끼며 살아가는 것이 조직이고, 사회이기 때문에 서로를 아끼고 인정해주며 격려하는 분위기여야 성공적인 가정, 단체, 기관, 기업 그리고 국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그래서 나는 가정은 돌아볼 겨를, 아니 생각도 하지를 못하고 공직자로서의 업무수행에 몸과 마음을 다 쏟아 부었던 바보스러운 남자였다는 것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내용을 정리해보면 하루에 착유우사를 4~5회를 순찰하면서 토요일과 일요일, 공휴일, 추석과 명절에는 농림부로 전출을 할 때까지 4년간을 현장에서 가축과 보조원들과 함께 지냈다. 그러니까 쉬는 날이라도 아이들과 소풍 아니 바람을 쐬러 외출을 한번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것뿐인가 집에는 항상 3~4가지 종류의 과일과 술, 마른안주가 항상 준비돼 있어 보조원들이 가끔 퇴근을 하다가 나의 집에 들러 “퇴근 중에 인사드리려고 잠시 들렀습니다”하면 나의 집사람은 “술 한 잔 생각이 나서 왔습니다”라는 신호라 알아듣고 “그러세요, 오셨으니 약주 한잔하고 가세요”라며 항상 준비돼 있는 안주들로 술상을 차려주었다. 이러하니 보조원들이 나 보다도 우리 집 사람을 더 좋아할 수밖에 없지 않았겠는가?
그 결과 사람과 사람으로서 정이 발동(發動)하고, 존경하게 되며, 서로를 신뢰해주니 저절로 일들이 하나 하나 잘 풀리게 됐다.
또한 추석과 명절에는 집사람이 만들어 주는 안주와 과일주를 챙겨 새벽 4시에 오토바이 뒤에 실고 제1, 제2, 제3우사를 순차적으로 돌면서 새벽작업을 하는 보조원들에게 술 한 잔과 안주 한 점을 입에 넣어주면서 노고에 감사하고 격려해주면 순간, 그들의 눈빛이 그렇게 맑고, 웃음이 넘치는 천진난만한 모습이 된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이 각자 나름대로 상상을 해 보았으면 좋겠다. 바로 그 모습이 인간의 본래의 눈빛이요, 웃음이요, 행복한 얼굴 모습이다.
내가 그 모습에 반해 모든 것을 버리고 그들과 함께했는지도 모르며, 그 결과 나는 내 인생에 승부를 건 첫 번째 도박에서 영광의 상처는 있었지만 승률(勝率)이 10%, 20% 아니 30%미만이라는 도박게임에서 100%의 승률을 따내며 목적을 달성했다고 지금에 와서야 자평을 하고 싶다.
참고로 영광의 상처란 내가 그 당시 너무 긴장하고, 실패하면 어쩌나 하는 강박관념(强迫觀念)으로 일에 집착을 하다 보니 신경성고혈압을 얻어 지속적인 치료를 받아야했던 것이다.
현재 성환의 축산연구소 축산자원개발부에는 그 당시에 나와 같이 근무하던 연구직은 모두 정년퇴직을 했으나 지금도 당시의 상황들이 전설 같은 이야기로 전해 내려오고 있다고 한다.